최석운, <개나리> 91*116.8cm, 캔버스에 아크릴, 2008년
오늘 후배의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작년 러시아 여행을 함께 했던 사진기자 후배였지요. 유장한 시베리아 평원을 열차로 건너던 지루한 시간, 사내들의 수다가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때 유독 후배녀석이 제가 알고 있는 여자 후배 이름만 나오면 그리도 감탄을 하는 겁니다. 뜬금없이 왜 얘가 왜 이러나 했더니...... 오늘 결혼식장엔 바로 그 여자후배가 고아한 웨딩 드레스를 입고 옆에 서 있는 것이 아닙니까?
역시 그랬었군......하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중랑천 길을 걷다가 길가에 핀 샛노란 개나리꽃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두 사람 모두 잘 하는 이들인데다. 워낙 아끼는 두 사람인지라 축복만 가득했으면 합니다. 그 앞길에 노랑색 희망 가득한 개나리꽃이 피어나겠지요. 노란 개나리꽃에선 환하게 웃는 아이의 깔깔거림이 배어납니다. 마치 나비인듯, 멀리서 보면 여린 꽃잎 열어 환희를 선물하고, 또 꽃이려니 하고 다가갈땐 나비가 되어 바람에 날아가는 개나리. 노란 병아리떼처럼, 모여들어 군락을 짓고, 응고된 희망의 아교를 그 속에서 풀어냅니다.
최석운의 그림 속 개는 이런 멋진 날, 환하게 핀 개나리꽃 군락 아래 왜 쾡한 눈을 뜨고 있는 걸까요? 혹시 장가를 안보내줘서 그럴까요? 예전 키우던 강아지도 장가 안보내주니 심퉁 부리던데요. 저랑 연관짓지는 마시구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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