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마음 미술관

주부우울증 치료를 위한 아줌마셀카

패션 큐레이터 2009. 8. 7. 13:15

 

 

이인청, <아줌마 셀카, 손에 물한방울도 안묻히게할께> Digital C Print, 116*117cm, 2008

 

<하하 미술관> 출간 후, 좋은 일이 많이 생겼습니다.

어제 파리에서 활동중인 화가 홍일화님이 전화를 주셨고, 프랑스

시립미술관에서 좋은 전시를 열게 되었다고 전해주셨습니다. 이외에도 작가상도

수상하셨다고 하더라구요. 하하 미술관에서 소개했던 많은 작가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주부들에게 가장 사랑을 받았던

작가가 바로 이인청 선생님이었는데요.

  

 

주부 우울증에 걸려 고생하는 이 땅의 많은

엄마들을 위해 이 화가를 소개했었죠. 아직도 기억납니다.

삼청동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동으로 접어들어 회사로

들어가야 했던 그날, 비가 부슬부슬 내렸습니다. 제목이 재미있어서 우연하게

들어갔던 전시회. 그곳에서 본 예쁜 풍경들 속에 나무 인형으로 서 있는 아줌마 모델의

모습이 인상깊었죠. 물론 작가도 인형이 자신의 분신임을 알리기 위해서였는지

뽀글이 파마를 하고 전시장에 앉아있었습니다.

 

이인청 선생님께도 좋은 일이 생기겼네요.

이번 사진판화 부분 작가를 선정하는 BELT 展에 선정작가로 위촉되셔서

이번에 또 신작들을 볼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초대 엽서를 받고

갤러리로 향했습니다. 이번에 파주에 풍광이 좋은 곳으로

작업실을 옮겼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더 힘내서

멋진 작업해주시길 기대해야죠.

 

 

이인청, <아줌마 셀카-경주 반월성에서> Digital C Print, 180*120cm, 2009

 

요즘 물가가 너무 가파르게 올라서

잡지에서 보는 화려하고 럭셔리한 휴가에 대한 꿈을

접는 가정이 많이 늘었다죠. 전기값에 수도요금에 도대체가 오르지

않은 것이 없는데, 방송을 틀면 연일 '서민을 위한 중도'란 해괴한 논리만 내뱉고 있으니

별로 공감이 가질 않습니다. 이젠 고추와 상추값도 올라서 그저 휴가철 최고의

메뉴인 상추쌈도 먹기가 쉽질 않아졌다는 군요. 나날이 힘들어집니다.

 

 

이인청, <아줌마 셀카-거제도에서> Digital C Print, 116*77cm, 2009

 

하긴 이런 사회환경의 변화 때문에

등장하게 된 것이 디지털 코쿤(Digital Cocoon)족과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입니다. 이말은 '머물다'라는 뜻의

'스테이(stay)'와 '휴가'라는 뜻의 '베이케이션(vacation)' 이 결합된 말로, 값비싼

해외여행 대신 집이나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도심의 호텔, 영화관

등에서 보내는 휴가를 뜻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풍경이죠.

 

꼭 화려한 해외여행이 아니어도 국내에도 유명 피서지를 피해,

적당한 바람과 햇살이 버무려진 곳을 찾아내어 하루 정도 쉬어주는 것도,

진정한 공감각적 여행의 목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최근 한국 내의 문화재와 이야기를

찾아 주말이 되면 여행을 떠납니다. 저번 안성여행에서도 많은 화가들을 만나

이야기 했고, 내일은 의성쪽으로 가서 템플 스테이를 하려고 해요.

내일은 핸드폰도 놔두고 가려고요. 정말이지 하루 고요하게

쉬고 싶습니다. 산책도 하고 숲길도 걷고요.

 

 

이인청, <아줌마 셀카-섬진강에서1> Digital C Print, 180*120cm, 2009

 

섬진강 갈대를 배경으로 원경으로

서 있는 화가의 분신이 보입니다. 주부우울증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남성들도 이 우울증에 노출이 많이 되어

정신 클리닉을 찾는 이들이 많다더군요. 그림으로 이들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며, 전문가들을 만나뵙고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현실 때문에 생겨나는 이 우울증을 한방에 날려줄 특효약은 없습니다. 대화와 공감,

주변의 라포르(rapport)가 필요하지요. 자녀양육의 문제와 남편과의 문제,

시댁/친정과의 관계설정과 유지 등이 공통의 거리로 등장합니다.

 

 

이인청, <아줌마 셀카-섬진강에서2>Digital C Print, 180*120cm, 2009

 

전문가들과 대화하면서 배운 내용 중에 가장 인상깊은 부분이

주부 우울증을 아이에 대한 교육열로 푸는 일을 삼가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에 대해 투사하는 자신의 감정이, 일종의 보상심리를 위한 것인데, 이럴수록

실제로 주부의 내면은 더욱 황폐해지기 쉽고, 삶의 무거움과 버거움을

털어놓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만다지요.

 

 

이인청, <아줌마 셀카-거제도에서2> Digital C Print, 116*77cm, 2009

 

40대 후반에서 50대가 겪는 빈둥우리 증후군이

예전 우울증의 주요 원인이었다면 최근 30대 여성의 우울증이

증가하는건, 과 보호 속에 공부만 할 줄 알았지, 생을 풍성하게 살아가며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삶의 기술을 배우는 데 익숙지 않았던 우리의 모습이 있습니다.

 

오죽하면 동방신기 팬 클럽의 상당수가 10대가 아닌 30대 기혼여성

이라고 하잖아요. 그만큼 가상적으로 만들어진 팬덤(Fandom)을 통해 소속감을

얻고 위안을 얻으려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이런 행태의 삶을 다시 바라보고 성인이라는

의식을 갖는 일이 필요합니다.  저도 30대 중후반의 나이에 있지만 결국 제 자신을

바라보면서 느끼게 되는게 의사결정에 있어서 여전히 부모님의 도움을 많이

받고, 스스로 서지 못하는 일면들이 일상속에 많았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런 나를 다시 한번 보듬어주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인청, <아줌마 셀카-쌍계사 벚꽃십리에서>Digital C Print, 180*120cm, 2009

 

30대 중후반의 사람들이 우울증을 크게 앓는 건

그만큼 우리 스스로 '성인의식'을 갖고 어른이라고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나이대가 예전에 30대에서 50세로 전이되었기 때문이죠.

이 연구기사를 읽으면서 공감했던 부분이 많습니다. 여전히 피터팬의 세상에 몸을 담구고

싶은 마음이 강한게 아닐까? 하고 의심도 해봅니다. 후텁지근한 날씨, 밀린 원고와

저술을 위해 필요한 독서의 시간을 갖기에도 빠듯한 요즘입니다.

 

지친 날, 일 마치고 집에가서 한강변이나 걸어야겠습니다.

저는 올 화려한 피서는 접었지만, 제가 살고 있는 주변부를 면밀하게

살펴보며 셀카나 열심히 찍어보려고요. 혼자 살게 되면서 인터넷 레시피를 찾아

요리를 하거나, 밀린 빨래를 드럼세탁기에 돌리기 보다 손빨래로 땀흘려

가며 세탁하는 것도 의외로 더위를 잊게 해주더라구요.

생의 소소한 거리들이 일상이란 캔버스를

행복하게 메꿔주는 것 같아서

행복합니다.

 

                                           

 

그룹 이그나이트의 노래로 듣습니다. Look so good!

이 땅의 모든 주부 여러분들, 비록 손에선 락스 냄새가 나고(오늘 화장실 청소했어요!)

몸에선 반찬냄새가 배어나도, 그 모습이 정녕 가정의 CEO임을 잊지마시길요.

여러분의 가열찬 생을 살아가는 그 모습이 정녕 Look so good!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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