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우치 미야코_Mother's #52구두_컬러인화_19×28.5cm_2003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엔 한명의 작가가 단독 전시를 했습니다. 이시우치 미야코(石內都 Ishiuchi Miyako)라는 일본의 사진 작가인데,「어머니의 것 mother‘s」이라는 제목의 연작사진이 정지된 시간 속에, 응고된 강렬한 의미를 토해냅니다. 작가는 엄마가 사용하던 유품을 빛의 언어로 찍었습니다. 그렇게 사진을 통해, 다시 한번 엄마의 생을, 그 삶의 핍진성을 드러냅니다. 유품을 정리하고 만지는 일, 그 속에서 엄마의 몸을 둘러싸 사소한 소품 속에 담기 엄마의 흔적과 냄새를 찾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화상으로 얼룩진 엄마의 가슴.
<해피 플라이트>란 영화를 봤습니다. 공항을 소재로 하는 영화였는데, 컨트롤 센터엔 예전 이곳을 호령했던 센터장 할아버지의 모습이 나옵니다. 날로 변해가는 최첨단 프로그램을 당췌 이해하기 어렵다며 중늙은이로 변해버린 그를 향해, 예전의 애제자는 눈총을 주기 십상이죠. 어느날 관제탑에 뇌우가 떨어지면서 모든 컴퓨터 시스템이 중단됩니다. 이때부터 사무실 뒤켠에서 등이나 긁던 이 센터장 할아버지의 활약이 시작됩니다. 공항 가운데 놓여진 미니어처 공항 조감도를 놓고, 재떨이의 무늬로 태풍의 진행방향을 타진하는 남자. 컴퓨터의 계산력도 따라가지 못하는 오랜 세월 속 직관의 힘이 발휘되는 순간입니다. 그렇게 비행기는 그의 지도아래 안전하게 회항에 성공합니다.
오래 전 입은 누이의 /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 젊은 날 내내 속썩어쌓더니 / 누이의 눈매에선 / 꽃향기가 난다 /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 꽃의 빛깔을 닮았다 / 하다못해 상처라면 /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 오래 피가 멎지 않던 / 상처일수록 꽃향기가 괸다 / 오래 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 잘 익은 상처에선 / 꽃향기가 난다 복효근의 <상처에 대하여> 중에서
찬장 속 남우새스런 비루한 빛깔과 형태의 그릇을 보고 '왜 버리지 않느냐"는 잔소리를 늘어놓곤 했습니다. 엄마는 그냥 웃을 뿐,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습니다. 그릇들과 보낸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이란 걸, 늦은 나이가 되어서야 깨닫습니다. 조금만 걸어도 발이 아파 걷지 못하는 엄마를 생각합니다. 내가 걸었어야 할 삶의 길까지 함께 동행하느라, 관절의 곳곳이 저리도록 아픈 것을 왜 이제서야 알았을지요. 엄마의 가슴 속엔 내가 있습니다. 그 늘어지고 화상입는 젖가슴 속에서 내가 자라고 성장했음을 참 늦게서야 깨닫습니다. 소중한 것들은 그 형태가 긴장감을 잃고 늘어진 채, 비루한 형식이 되었다 해도, 결국 그 속에 내가 있었음을 잊지 않으려고요.......제 엄마의 젖가슴 속에도 잘익은 상처의 무르익은 향이 나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그래서일까, 고마운 사람들이 새롭게 보입니다.
'Art & Healing > 마음 미술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도 여자다-엄마가 그리울 때 보는 그림 (0) | 2009.09.11 |
---|---|
남자 40대-영혼의 노숙자가 된 당신을 위하여 (0) | 2009.09.05 |
주부우울증 치료를 위한 아줌마셀카 (0) | 2009.08.07 |
소통불능에 빠진 이들을 위한 그림-나를 열어 젖히는 법 (0) | 2009.07.22 |
인생을 한땀한땀 수놓는 방법-이인경의 手놓기 展 (0) | 2009.0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