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혜윤_Open & Spread_장지에 채색, 혼합재료_112×145.5cm_2009
장마도 한철 꺽였는지, 소강상태 속에
살갖에 와 닿는 햇살의 강도가 더욱 세졌습니다.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도, 자신이 없을 만큼 따갑기까지 하네요.
습지고 아픈 상처들 무른 햇살의 양으로 충분히 말려보고 싶은 하루입니다.
국회는 일촉측발의 위기 속에, 국민의 80퍼센트 이상이 반대하는 미디어 악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극과 극이 배접되는 이 강철같은
시간에, 여전히 소통불능이란 기형적 코드에 빠진 이 땅의 정서는
그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오늘은 소통불능에 빠진 국회와
정치적 환멸과 구태의 수사학 속에 균형감을 잃어가는
힘없는 내 주변의 사람들을 위해 그림을 골랐습니다. 작가 주혜윤의
꽃그림입니다. 장지에 곱게 채색한 보라와 청색, 붉은 꽃들이 지천에 피었습니다.
꽃은 추위 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속살을 열어 대지에 그 기운을
퍼뜨립니다. 그 힘은 주변으로 번져나가며 열어젖힌 내 자신의
에너지도 꽃잎파리처럼 세상을 향해 퍼져나가지요.
주혜윤_Open & Spread_장지에 채색, 혼합재료_130×162cm_2009
바람은 꽃을 애무합니다.
그 잎파리는 마치 여인의 결곡한 속살처럼
뽀얗고, 따스한 기운으로 가득합니다. 불어에서 애무하다와
꽃이란 명사의 어원이 동일한데서 출발하는 건, 꽃의 가시를 껴안고
돌아가는 바람의 흔적을 묘사하기 위함이라지요.
주혜윤의 그림 속 꽃잎들은
세상을 향해 몸을 열었습니다. 열어 젖혔습니다.
소통은 이렇게 내 자신의 남우새스런 모습을 열어 젖히고
부끄럽지만 햇살아래 잘 말려보면서, 습한 상처에 빨리 딱지가 붙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걸립니다.
주혜윤_Open & Spread_장지에 채색, 석채_97×130cm_2009
오늘 각 방송국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소수자를 위해 목소리를 기울여야 할 이 땅의 미디어가 재벌과
족벌언론들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일을 막기 위함입니다. 사람들을 혹
이렇게 반문할지 모르겠습니다. 더 많은 방송국이 생기고, 매체가 만들어지면
'당신이 말하는 소수자들'을 더욱 많이 소개할 기회가 되지 않겠느냐고요.
미국 언론사를 살펴보면서 CNN이 미친 악영향을 공부해봤습니다.
소수 독점재벌의 목소리만 담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이민자와
성소수자와, 경제적 하위계급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효율이란 미명아래 갖혔습니다.
여러분이 흔히 영어 리스닝을 공부한답시고
훈련에 열을 올리는 CNN의 실제 모습이기도 합니다.
미디오 모노폴리 상황이 미국의 정신성을 어떻게 침탈했는지
철저한 친기업적 메시지를 확대 재생산하며 국민들을 교묘하게 조종하는지
약간의 지식과 독서만 있어도 충분히 추론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주혜윤_Open & Spread_장지에 채색, 석채_145.5×112cm_2009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려는 희망
미디어 노동자와 지금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이들, 그들을 정서적으로 지원하는 국민 대다수들 모두가
활짝 피어오른 꽃의 모습처럼, 서로가 서로의 모습을 투명합니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세상의 관계에서도 우리는 서로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때로는 자신을 감추고 때로는 자신을 열어 보이기도 하면서 살아갑니다.
그것이 군락으로 피어난 꽃들이 서로에게 대화를 걸며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대화해야 합니다. 조정비용이
발생해도 더딘 시간이 걸려도, 국민들의
의견을 끝까지 듣는 것. 그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만을 부여하려 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 자신의 정권창출에만 목소리를
높인다면 이는 이미 꽃잎의 정결성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열려있되
나를 젖혀 아픈 속살을 보이는 일이 아닌 겁니다. 그런 꽃에는 바람이 불지도
않습니다. 애무하지 않습니다. 국민의 상처를 애무할 의지가 없는
꽃과 바람을 사람들은 풍경속에 머물게 하려 하지 않습니다.
주혜윤_Open & Spread_장지에 채색, 석채_60.5×73cm_2009
꽃을 만날 때, 인간의 기분은 상승합니다.
행복하고 기쁩니다. 선한 에너지와 기운이 내 혈흔 곳곳에
알알이 박혀 순환하는 이 좋은 느낌. 내가 더욱 맑아지고 정화되는 기분.
긍정의 힘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음을 확신하게 됩니다.
좋은 꽃이 무리를 지어 군락을 이룬 형상은
아름답습니다. 인간도 이렇게 좋은 꽃의 군락을 이뤄내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는 미디어법은 과연 꽃의 환희를
위한 피어남일까요. 아니면 소수의 몇 송이를 위해, 나머지를 차가운 습지로
내 던지는 행위일까요? 우리는 이제 알아야 합니다.
주혜윤_Open & Spread_장지에 채색, 석채_53×45.5cm_2009
모든 인간에겐 자신만의 특질이 있듯
꽃 속의 세계에는 세상의 에너지와 상호 교환의 관계에 있는
수술과 암술의 색의 변화가 있습니다. 꽃이 개화하고 힘이 풍겨나오는 그 순간
그 빛나는 환희의 시간, 힘의 흐름은 작은 점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작가 주혜윤은 마치 식물학과 물리학적 다이나믹스를 공부한
과학자처럼, 꽃속의 기운을 포착해 그려냅니다.
주혜윤_Open & Spread_장지에 채색, 석채_18×26cm_2009
미디어법을 둘러싼 파행과 극과 극의 시간을 바라보면서
노랑색 포자를 퍼뜨리며 환하게 웃는 꽃잎파리를 생각합니다. 그 속살이
펼쳐질 때, 꽃 속에는 작은 소우주가 만들어지죠. 인간의 만남도, 대화도, 소통불능을
해결하는 코드도 바로 대지를 향해 내 속살을 여는 일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모든 것이 공개되고, 투명하게 순환되어야 합니다. 다시 한번 꽃들의 대화를 국회에 기대합니다.
이와 더불어 우리의 삶도 장미의 가시를 안고 도는 바람처럼 따스하게 애무하는
생이되길 바랍니다. 올 여름 제발 환하게 피어납시다......제발 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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