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드라마 '스타일'-엣지가 부족해

패션 큐레이터 2009. 8. 3. 01:31

 

 

S#1 드라마 스타일을 읽는 시선

 

백영옥의 소설 '스타일'을 예전에 읽었었다. 잡지사 편집자의 경험을 녹여서 썼다는 흔히 말하는 칙릿소설을 꾸역꾸역 참아가며 읽었던 기억.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같은 소설의 시장적 성공과 더불어 동종 상품으로 나와 어찌되었건 한국시장을 선점하게 된 결과는 꽤 성공적이었다.

 

소설이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소설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드는 것이 내포한 위험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드라마의 호흡을 일일이 집어가며 어떻게 이야기를 화면속에 연출하는지 궁금했다.

 

1-2회를 본 것이 전부고 드라마 전개 상 초반에 해당하는 지금, 예단을 내리는 것이 무리수일수도 있겠지만, 단 두번의 시청을 통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시청율은 포기해도 될 듯 하다. 한 자리수에서 머물 작품인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개나 소나 다 쓰는 배우비평이나 여배우들의 패션 스타일 비교 보단, 드라마 자체의 전개와 호흡, 연출의 방식과 미장센의 문법에 초점을 맞추면 좋겠다. 오랜 연기생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숙한 짬밥을 드러내는 김혜수도 그냥 넘어가자. 어디 이번만 그랬나? 패션잡지 편집장의 흡인력이 테두리 굵은 선글래스에서 나온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몸매도 글래머 옷도 명품인데 편집자로서 보여주어야 할 매력은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1-2회를 통해 명확하게 드러나는 드라마에 관한 내 주관적 평가는 극명하다. 우선 장점을 이야기하자면 지루하진 않다. 아......물론 오해는 하지말길. 연기력이 이야기를 받져준다는 식의 의견이 아니다. 이야기의 전개 자체가 사건이 많다보니 그런 의미에서 지루하지 않다는 거다. 문제는 사건은 많은데 통합되어 있지 않다. 흡인력있는 소설 속 맛깔난 호흡은 드라마에서 상실된지 오래다. 잇걸들의 쉬크(Chic)한 이야기대신 쉬크(Sick)한 구성만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현장 촬영 하나 빼놓고 엄청난 제작비를 어디에 빼돌렸길래, 활영은 매번 튀고, 덩달아 화면은 끊기고 호흡 또한 막힐까? 촬영감독이 누군지 궁금한 드라마다. 연극과 달리 영화나 드라마가 배우의 흡인력을 가져가는 부분, 분명 촬영과 편집과 같은 구성요소들을 무시할 수 없다. 배우가 연기가 안되면, 스텝과 연출이라도 정신 차리고 연기지도라도 해가며 드라마를 완성시켰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연출은 실종되고 촬영은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할지 모르니 편집은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어서 살을 붙여내겠나? 모든 건 연출자의 탓이다.

 

소설을 드라마化 할 경우, 드라마적 역량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힘의 배분이 어디에 실어낼지 연출자는 철저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영화와 달리 회당 사용 될 사건전개를 실어내는 균형감도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배우가 작품 속 캐릭터를 재 창조하긴 하지만, 이것도 감독 혹은 연출자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새롭게 조형된다.그 대화가 없었던 건가? 아니면 쪽대본 받아서 그저 상상력을 발휘한 것일까? 막막하다. 잇걸들의 쉬크한 애정 이야기 대신, 지루하고 아픈 이야기가 기다릴 것 같아서다. 극중 김혜수의 표현처런 "꼬래 저도 드라마라고 (진정한 스타일은 내면에 있다)는 식의 도덕적인 메세시 몇개' 심어 넣고 몸으로 때울려고 할까 두렵다.

 

백영옥의 <스타일>같은 작품은 에피소드로 삽입된 소품 화면이 잘 살아야 한다. 백영옥의 소설 류들이 특히 그렇다. 왜 칙릿소설로 분류하는지 정말 모르는가 말이다. 드라마에서 김혜수가 내뱉는 표현대로 '엣지'하게 전개되고 고민없는 젊은 여성층 위한 소설이건만, 그마나 값싼 엣지함도 실어내질 못하니 막막할 수 밖에. 혹자는 아직 초반이라 캐릭터 작업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하던데, 드라마의 문법상 1-2회에 제대로 벗지 못하면 캐릭터를 만드는 배우가 실수하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감독이 보여야 할 역량이 전혀 안보인다는 거다. 1-2회분량은 영화로 치면 모든 스토리의 등락이 결정되는 15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작은 사건이 잘 맞물려 돌아가는 힘. 드라마에서 필요한 건 원심력을 막아주는 연출가의 힘이다. 스타일에 대해 다루는 드라마다. 물론 소설에서야 음식 이야기며 패션계, 그 중에서도 마감에 치이고 협력사 제품 하나 다루는데 손을 벌벌 떠는 에디터들의 이야기다. 사건이 많은데도 지루한 건, 소소한 재미를 살려내지 못하는 연출의 탓이다. 배우한테 오버액션한다고 화내지 말라. 연출자가 제어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지도 못하는 것도 잘못이다. 더구나 편집은 왜 그렇게 튀는지. 이야기가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소설의 호흡을 드라마를 통해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지, 어떻게 분산된 이미지를 맞추는지 모르는 편집자에게도 문제가 있다.

 

촬영과 편집, 연기를 관통해 큰 줄기를 엮어내야 하는 연출자의 몫이 허술하게 드러난 드라마다. 물론 칙릿이니 머리 안되는 아이들이 보고 즐거워 하면 그뿐이겠으나, 시간을 투자해 드라마를 보기엔, 시간이 아깝다. 참 스타일없는 드라마......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다는 표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줄 것인가? 아니면 지금부터라도 중심을 잡고 소설에 못지 않은 즐거움을 선사할 것인지. 많은 이들이 드라마 속 여자 연기자들의 패션 스타일과 옷에만 신경을 쓰고 있으니, 드라마상의 엣지함은 찾기가 어려울 듯 보인다. 엣지(edgy)한 드라마의 매력을 찾아야 할텐데. 옷만 번지르르 입으면 그게 패셔니스타고 잇걸인 싸구려 세상에선, 하긴 드라마도 소설도 제대로 된 메세지를 전달하긴 어려울 것 같다.

 

다음회를 보고 또 넉두리를 늘어놔야 하는것인지......걱정부터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