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옷에 홀리다
이번 7월달 BRUT 매거진을 받았습니다. BRUT는 불어입니다. 달지 않은이란 뜻을 가지고 있지요. 달지 않다는 건 그만큼 순수하고 가공되지 않았다는 뜻도 들어있습니다. 흔히 미술사에선 Art Brut라고 해서 비주류의 예술, 가공되지 않은 순수 그대로의 예술을 뜻하기도 합니다.
<BRUT>는 KT&G 상상마당에서 매달 발행하는 컬쳐 전문 매거진입니다. 이번달이 두번째입니다. 무가지 매거진이지만 다루고 있는 내용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이 잡지에 <트랜드와 패션사이>란 고정칼럼란이 만들어졌습니다. 잡지의 편집장인 김봉석 선생님께서 만들어주셨습니다. 우연하게 상상마당에서 하는 포럼의 패널로 함께 출연했다가 알게 되었죠. 예전 시네21 을 열혈구독하던 시절, 문화평론가 김봉석의 글을 참 좋아했습니다. 특히 일본 만화에 대한 그의 글에 자주 매료되곤 했지요.
사실 <BRUT>말고도 투고하는 외부원고는 많습니다. SK의 T 매거진에도 <김홍기의 문화의 제국>이란 코너를 맡아 글을 쓰고 있고, 산업은행사보에도 <마음을 치유하는 그림> 코너를 맡아 글을 송고합니다. 그런데 유독 이번 잡지 게재가 기분이 좋은 건 드디어 '패션 칼럼니스트'의 이름을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샤넬 미술관에 가다>란 책을 내고, 책이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지만 항상 제겐, 미술을 통해 패션을 이야기하는 '그림 읽는 남자'란 레이블이 붙어다녔습니다. 물론 지금같은 그림자키가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대로 된 패션 칼럼을 쓸수 있는 고정칸을 가지고 싶었던 저로서는 이번 일로 매우 고무되어 있는게 사실입니다.
S#2 패션 칼럼니스트로 살아가는 법
사실 한국에는 내로라 하는 패션 칼럼니스트들이 참 많습니다. 예전 좋아했던 보그의 이충걸씨나 요즘 들어 부쩍 맛깔나는 칼럼을 올리는 김지수 에디터도 좋아하지요. 그래서인지 <보그>의 블로거로 활동하게 되었지만 활동을 열심히 하는 건 아닙니다. 특히 브랜드에 관련된 글을 쓸때 트랙킹을 걸거나, 조회수를 마케팅적으로 살펴보기 위한 태그를 거는 글은 일체 쓰지 않습니다. 제품 광고에 관련된 칼럼을 쓰지도 않죠. 그러니 업체에선 그리 좋아할만한 패션계 라이터가 되긴 글렀습니다.
저는 그저 어떤 신상이 뜬다더라, 올해는 어떤 컬러와 실루엣이 뜨고, 립스틱은 어떤 브랜드를 쓰라는 식의 글은 "쓸줄 알지만" 쓰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제 마음을 알았는지, 김봉석 편집장이 이번달 Editor's Letter에 제 소개글을 썼네요. "이번호부터 Column Zip에는 패션 컬럼니스트 김홍기씨가 새롭게 참여한다. 쉽게 자각하지는 못하지만, 패션이야말로 예술과 상업이 격렬하게 부딪치는 현장인 동시에 사회의 변동을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순간이다. 그 미묘한 상황을 재치있고도 예리하게 드러내는 김홍기 씨의 글을 만끽하기 바란다" 라로 말이죠.
편집장의 소개글이 무색하지 않는 글들을 쓰고 싶습니다. 미술사를 공부하며 끊임없이 읽어내야 했던 인문학의 체계들, 가령 심리학과 사회학, 인류학의 탐색 방법은 글을 쓰는데, 그리고 앞으로 저술할 책들을 위해서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패션 칼럼을 쓰는 일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같습니다. 저는 항상 '왜'란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저는 패션만큼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 없다고 믿는 사람이고, 여기엔 반드시 모든 현상을 해석해낸 패션의 WHY 가 논술되어야 합니다. 이런 부분들을 찾아내 글로 쓰고 싶습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소설가 김연수와 같은 공간에서 글을 쓸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는 소설가로서 번역가로서 음악칼럼니스트로 활동합니다. 이상문학상을 비롯해서 국내의 왠만한 문학상을 휩쓸며 문학계로 부터 편애를 받는 다는 이 남자. 개인적으로 제가 워낙 좋아해서요. 그런데 그와 같은 공간에서 텍스트를 나눌수 있다는게 기분이 참 좋습니다. 이외에도 미술평론가 임근준의 글도 입맛에 군침이 도네요. 나머지 분들도 영화 평도 꼼꼼히 읽어보세요.
패션 칼럼을 쓰면 얻는 몇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현장취재 기회가 많아지고, 패션쇼에도 VIP 자리를 얻어 볼수 있는 기회도 생기죠. 업체 홍보실에 연락해서 필요한 이미지도 자유롭게 얻을수도 있구요. 그런게 장점입니다. 주어진 것은 십분활용해 블로그 독자들에게도 함께 한다는 게 제 생각이고요. 패션을 가리켜 모방적 중독에 의한 현상이라고 하지요. 그 현상을 풀어내는 관점은 수없이 많습니다. 그만큼 학제간적이어서 다양한 독서를 해야합니다. 옷 고름 하나를 겨우 풀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샤넬 미술관에 가다>도 사실 3권으로 다시 써야 할 정도로 다루지 못한 것이 많습니다. 반드시 해나갈 것입니다.
제 패션 칼럼의 지식기반은 복식사지만,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양하듯, 해석의 문제로 수없이 많은 분지의 지형이 생겨나듯, 패션이란 형상기억합금을 어떻게 조려갈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글을 쓰려고 합니다. 8월달 원고 마감도 앞으로 다가왔네요. 오늘 밤은 그 원고를 위해 밤을 새워야 할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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