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패션과 미술의 이유있는 수다展-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패션 큐레이터 2009. 7. 18. 03:33

 

 

오늘 <패션과 미술의 이유있는 수다>展 오프닝에 다녀왔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디자이너와 현대 아티스트들의 공동작업을 볼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요.

 1980년대 초부터 서구에서도 패션 미디어의 전시장소로서, 미술관과의 공고한

관계들이 맺어졌습니다. 최근 미술과 패션의 하이브리드 현상으로 인해

이러한 경향들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영희 선생님의 바람의 옷 12벌이 미술관을 수놓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디자이너 이영희 선생님을 존경하고, 이분이 추구하는

우리 한복의 세계화 철학을 누구보다 따르려고 합니다. 왜 바람의 옷이어야 했을까?

천연소재와 염색에 대한 끊임없는 고집, 한국 전통의 복식미학을 약간 튀들어, 하의만으로도

파격과 강렬한 배색의 구조를 보여준 작품은, 서구인들을 놀라게했습니다.

아슬아슬한 균형의 미를 색채를 통해 드러내는 바람의 옷은

그 표면의 질감을 뚫고 흐르는 부드러운 미풍의

유전자를 그려내는 듯 합니다.

 

 

남성복 디자이너 장광효 선생님 작품도 보이네요.

이와 더불어 화가 정보영의 그림이 패션과 더불어 하나의 풍경에 방점을 찍습니다.

원근에 충실하게 그려낸 실내 풍경과 외부는 빛의 형상이 드리우는 그림자를 통해 옷이 가진

실루엣, 바로 그림자의 또 다른 이름과 만납니다. 그래서 아련하고 아름답지요.

 

 

이상봉 선생님의 작품 코너를 들렀습니다.

올 2009년 파리 컬렉션에 선보인 강렬하고 파격적인

의상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스캘럽 무늬의 연속적 배열로 지어진

한 채의 집같은 느낌, 옷도 이렇게 일종의 건축과 같다는 걸 다시 느껴보네요.

 

 

옷이 형태에 종속되는가

혹은 몸의 형태에 따라 옷이 따라가는 가

여기에 대해 패션의 역사는 항상 두가지의 흐름이 병존해왔음을

밝혀줍니다. 오늘 전시에서 보여준 옷들은 바로 두개의 물결을 다 담아내죠.

 

 

이상봉 선생님의 작품입니다.

마치 생선 비늘같은 원형 라운드 패턴 조각을

연속적으로 배열해 표현했죠. 마치 비늘을 벗듯, 인간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옷의 정신적 상흔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그런 생각에 문득 잠겼습니다.

 

 

사실 이번 전시는 패션 디자이너의 작품도 좋지만

배경작업을 한 화가의 그림이 더 좋은 경우도 많더군요.

이연미의 그림 속 마치 몽환적인 만화 캐릭터와 파스텔톤의 그림도

눈에 들어옵니다. 그림 속 캐릭터를 옷이 그냥 옮겨놓았더군요.

 

 

나비 프린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것이 나비의 날개를 하나하나 찟어 부분으로 만들어

벽면위에 붙였더군요. 그 위에 자켓 한벌. 그만큼 옷의 숙명이

하루의 화려함을 위해, 오랜동안 애벌레의 시간을 버텨야 하는 나비의

숙명과 닮았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정명조 선생님의 그림입니다.

이분은 항상 한복입은 여인의 뒤태를 그립니다. 뒷모습을 그리는

이유......아마도 가장 솔직하게 그의 내면을 드러내는 장치라는 말이 옳아서일까요.

한복 문양과 질감을 이렇게 정확하게 묘사하는 그림은 어디에서도 보시기 어려울 겁니다.

 

 

그림 컬렉터로서 이분의 작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물론 한복을 그리는 작가여서, 글을 쓸때 영감을 얻기도 하죠.

조금더 빨리 전시회에 갔더라면 선생님을 뵐수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오늘 전시회에서 이상봉 선생님과 만나 오랜만에 인사 드렸습니다.

전화통화만 겨우 하다가, 이렇게 기회가 되어 얼굴을 다시 뵈니 기분이 좋습니다.

예전 새벽 2시 반까지 저와 인사동에서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면서도 절대로 지치지 않는

체력을 보여주셨죠. 그때 놀랐습니다. 야간작업이 익숙하게 몸에 배어버린 디자이너의

풍모랄까요. 좋은 작품으로 세계속의 디자이너로 자리잡은 선생님과 대화를

할 때마다 항상 용기를 얻습니다. 이영희 선생님도 뵈었고요 인터뷰를

위해 다음 나오게 될 책 이야기도 완결을 짓고 이제 제대로

이야기를 풀어가야 할 시간만 남았네요.

 

 

쌈지의 캡슐 티셔츠 프로젝트입니다.

예술이 세상을 치유하는 힘이 되라고, 옷에 표현을 했다네요.

 

 

올해 하반기 유독 패션과 미술의 결합을 테마로 하는

전시들이 많이 열립니다. 오늘 <패션사진의 거장 사라문>展 준비팀과

 같이 저녁을 했습니다. 제가 이 전시에 도슨트로 활동을 할 거거든요. 이외에도

많은 걸 도와드려야 하는데, 요즘 너무 촉수를 뻣친 일들이 많아서 조율이 필요합니다.

이 전시가 있는 아람누리 미술관에서 8월 22일 『현대미술 속에서 패션 바라보기』라는 제목으로

특별강연이 있습니다. 제가 강사로 나섭니다. 오늘 본 작업을 중심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새롭게 꾸며봐야 할 것 같네요. 시간 되시면 많이 오시면 좋겠습니다. 독자분들이

오시면 5시에 강연이 끝나고 제가 도슨트도 해드릴게요. 시간은 토요일

3-5시까지입니다. 그날 뵐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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