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책 읽기의 황홀

발칙한 영어 단어들의 역사-영어공부를 위한 필독서들

패션 큐레이터 2009. 5. 22. 08:32

 

 

불어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은 언어는 '한 벌의 옷'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필자가 <샤넬 미술관에 가다>를 쓸때 가장 영향력을 끼친 책이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쓴 <삶으로서의 은유>였다. 그는 언어가 은유체계로 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일상속에 사용하는 언어가 바로 그 은유로 가득하다는 점. 그 은유가 만들어진 계기들을 이해하면 우리의 삶을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흔히 영어공부를 깊게 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종종 권하곤 한다. 물론 번역본보다는 원서를 읽는것이 좋다. 차상급 영어실력을 키우기에 이만한 책이 없기 때문이다. 언어를 공부한다는 건, 언어가 삶이란 얼개를 짜는 씨실과 날실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 구조가 보일때 그것을 어떻게 뒤집고, 상처난 곳을 기우고, 새로운 구조를 덧붙일 수 있는지를 생각할 수 있다. 그 사회를 구조화시킨 언어를 공부함으로서 언어의 반영물인 사회를 읽어낼 수 있다는 건 우리가 언어를 공부하는 목적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토론을 전쟁으로 이해하는 우리들, '시간이 돈이다'란 말이 어떻게 만들어 질수 있는지를 그는 생생한 일상 속 영어표현을 통해 보여준다.

  1. Your claims are indefensible (너의 주장은 변호하기 어렵다, 방어하기 어렵다)
  2. He attacked every weak point in my argument (그는 내 주장의 약점을 일일이 공격했다)
  3. His criticisms werer right on target (그의 비판이 적중했다)
  4. I've never won an argument with him (토론에서 한번도 그를 이긴적이 없다)
  5. He shot down all of my arguments (그는 내 모든 주장을 일소해버렸다, 격추시켜 버렸다)

도대체가 주장이란 것이 뭐길래 마치 중세시대 군주들의 성처럼 indefensible (방어하기)가 어렵고 무슨 여린 속살처럼 약점(weak point)이 있어서 때리면 멍이라도 든다는 것인지. 비판이 무슨 화살을 쏘아 맞춰야 하는 표적(target)이 되는지 우리는 흔히 일상 속에서 무의식 중에 이러한 표현들을 사용한다. 주장이 무슨 비행기인가? 격추시킨다는 표현을 다 쓰고 말이다. 물리적으로 보여지는 전쟁이 존재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를 위해 공격하고 방어하고 역습한다. 그런 점에서 언어는 전쟁이란 은유를 사용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은유란 우리의 일상과 문화 속에서 기대어 사는 하나의 힘이고 요소임을 밝힌다.

 

S#2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영어산책

 

우리시대의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 빌 브라이슨이 쓴 <발칙한 영어사전>은 레이코프의 진지함을 역사성을 통해 밝힌다. 일상적으로 너무나 손쉽게 사용해왔던 영단어의 유래를 미국의 역사와 연결시켜 설명한다.

 

메이플라워 호를 타고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필그림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영어의 유래, 단어들의 역사를 설명하는 부분은 정말이지 놀랍다. 상식을 깨뜨리거나 잘못 알고 있는 걸 너무 잘 지적하기 떄문이다.

 

초기 이민자들이 인디언들의 말을 빌려 자연과 주변의 풍광을 설명하는 단어들을 만들고, 인종 용광로가 된 미국에서 다양한 나라의 언어가 미국 영어에 포섭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단어들, 이외에도 헐리우드란 영화산업을 통해 만들어진 단어들, 음악과 음식을 통해 새롭게 등장한 언어의 역사까지 그 내용이 풍성하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로큰롤(Rock n Roll)이란 음악용어가 사실은 1955년 <폭력교실>이란 비행청소년들의 분노를 다룬 영화의 주제가에서 나온 것이란 설명은 흥미롭다. 이 영화의 주제가인 '시계 옆에서 흔들어요 (Rock Around the Clock)는 십대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 로큰롤이라는 음악을 경험하게 해주었고 이를 앨런 프리드란 클리블랜드 출신의 디스크자키가 유행시켰다는 주장이다.

 

 

현재 몰락의 기로에 서 있는 미국의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영어 단어들의 역사도 재미있었다. 현대의 미국인이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걸어갈 의향이 있는 최대거리가 183미터란다. 그 이전에는 매일 모든 도시를 걸어다녔던 이들에겐 어떤 일들이 생겨난 것일까.

 

국산품 애용을 뜻하는 Buy America는 1970년대 일본자동차 산업의 추격을 막기 위해 사용한 캐치 플레이즈란 사실. 여기에 등장하는 영단어에도 앞에서 설명한 은유구조가 등장한다. 흔히 경기를 부양한다고 할 때 영어에서 To Jump start란 표현을 사용하는 데 이것은 자동차 사용을 통해 일상에서 굳어져 사전에 등재된 경우다.

 

S#3 벌레 먹은 컴퓨터에서 유래된 디버깅

 

디버깅(Debuggin)이란 단어의 뜻을 아는가? 프로그램상의 오류나 결점을 의미하는 Computer Bug란 단어는 1940년대 부터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단어의 설명이 유독 와 닿는건 오랜동안 엔지니어들과 일하면서 '벌러지잡고 있다'는 표현을 들어서 였을터다. 1945년 미 해군의 초기 진공관 컴퓨터가 망가졌는데 운영자들이 당황해서 원인을 찾다가 계전기 스위치의 접지점 사이에 낀 나방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 이후로 컴퓨터가 고장나면 디버깅(Debugging : 해충제거, 결함수정)이란 뜻을 갖게 되었단다.

 

성과 섹스(Sex & Pleasure)와 관련된 노골적 표현을 영어만큼 피하려고 노력하는 언어가 없다는 점이다. 자위를 뜻하는 Masterbation을 자기오염(Self-Pollution)이라고 사용하거나 유채씨를 의미하는 Rapeseed는 첫음절(rape)이 성의 예민한 감각을 자극하기 때문에 카놀라(canola)로 고쳐 부르기로 했다는 부분은 읽으면서 한 사회의 성에 대한 태도들을 드러내는 면모들을 배울 수 있다. rape도 사실은 순무를 뜻하는 라틴어 rapa에서 유래되었단다.

 

빌 브라이슨의 책은 항상 진중한 역사들을 뒤집어 재미있게 상식의 한계를 드러내는 매력이 있다. 오늘 소개한 표현들은 아주 자잘한 일부에 불과하다. 영어공부의 재미를 더하고 싶을 때 꼭 한번 쯤 필독해 볼 책으로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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