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섹스 앤 더 시티
예전 한국사회를 들끓게 했던 미드 <섹스 앤 더 시티>를 기억하시죠? 주인공 캐리의 직업이 바로 '섹스 칼럼니스트' 였습니다.
성에 관한 담론들, 섹슈얼리티의 문제를 글로 풀어내는 사람을 우리는 섹스 칼럼니스트라고 합니다. 비단 섹스의 문제만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피임에서 남성의 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문제들을 다루지요.
제대로 된 성담론이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이 사회에서, 성에 대한 글을 쓴 다는 것은 그 자체로 도전이고, 상당한 부담을 안고 가야 하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성이란 문제만큼,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중요한 문제가 있을까요? 예전 구성애씨가 진행했던 <아우성 : 아름다운 우리들의 성>이란 프로그램이 있었지요. 텔레비전에서 촉발된 성담론은 새롭게 남성들의 시선을 끌어당겼고, 남자들의 자위를 축복해줬습니다.
문제는 구성애식 성담론의 문제는 결국 섹스는 생명을 위한 것이라는 것과, 여성들을 성에 대해 여전히 소극적인 주체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성은 쾌락이 아닌 생명이다에 지나치게 촛점을 맞추었다는 점이죠. 자신의 아픈 과거와 상처를 고백하며 '생성적인 성담론'을 끌어간데는 유효하지만, 좀 더 솔직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쾌락없는 무의미한 인생을 사는 것만큼, 삶의 형벌이 있을까요.아주 감칠맛 나는 우화의 형태를 빌어 섹스 칼럼을 쓴 윤수은의 책은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 합니다. 물론 아주 잘 쓰여진 책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의 경험이 녹아든, '강철녀'란 이름의 화자를 빌어 다양한 섹스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읽다보면 공감가는 점도 많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도 솔솔하게 발견합니다. 섹스를 하는 공간의 문제, 시간과 타이밍의 문제에 대한 언급도 좋고, 남자들이 감추고 싶어하는 '조루'에 대한 이야기도 결국 관계를 맺는 주체들이 서로 도와가며 치료해야 하는 문제임을 다시 확인시킵니다. 섹스 칼럼니스트에 대한 인식도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걸 이번 책을 보면서 또 느끼게 됩니다.
성(sexual intercourse)이란 건 결국 생성적일수 밖에 없고, 생명과 즐거움을 동시에 발산해야 하는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장점을 극대화 시켜야 할 필요가 있지요. 서로가 행복한 섹스를 하는 관계는 그만큼 공고하고 견고한 관계를 지속할 수 있습니다.
윤수은은 공히 대한민국 1호 섹스 칼럼니스트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책이 참 깔끔하다'란 느낌을 받는 것은, 체위나 방법에 대한 이야기 보다, 섹스에 관해 경험이 적은 여자들이, 경험있는 언니와의 수다를 통해 적절한 정보들을 얻기 좋게끔, 서술했다는 점이지요. 남자인 저도 책을 읽으면서 몇가지 곰삭여 생각해 볼 만한 거리들을 찾았습니다. 무엇보다 책이 마음에 드는 건,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로 안전입니다. 피임에 대한 많은 생각과 정보들이 있어서 좋고요.
윤수은이 전하는 행복한 섹스를 위한 조언들
▶ 스릴이 있는 공간과 내 몸과 감성이 '위험'을 느끼는 공간의 개념을 착각하지 말것
흥분을 더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침대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섹스를 하겠다는 생각은 좀 접어둘 것. 편안하게 몸과 마음이 열리는 공간을 찾아서 행복한 섹스를 할 것
▶ 침대에서의 대화를 이어갈 것
작은 대화라도 침대에서의 이야기는 섹스 라이프 전반에 대한 호흡을 조율하고 기대감을 키운다
▶ 후배위를 싫어하는 여자들에게
단순히 수동적인 포지션 그 자체에 거부감이 있는 여왕과의 여성일 경우, 옆으로 누워 등을 보며 할 것.
▶ 자신이 애무받고 싶은 부분을 남자에게 지긋이 알리고 싶을 때
애무받고 싶은 부위를 남자의 몸에 먼저 시범을 보일 것. '나는 자기가 여기를 터치 해주면 좋더라' '자기도 여기가 민감해?'라고 살짝 돌려 힌트를 줄 것.
▶ 몸매에 자신이 없을 때는 속옷을 잘 골라 입을 것
특히 하루 아침에 에스 라인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행복한 섹스는 가능하다. 핑크빛 슬립을 잘 갖추어 입을 것 속옷은 관계를 매끄럽게 연결하기 위한 윤활유임을 잊지 말것.
이외에도 많은 내용이 있지만 사실 제가 마음에 들어서 골랐던 조언들이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제 블로그를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기혼이고 저 보다 연장자들이 많아서 그리 큰 효과가 있는 조언일지는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윤수은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성에 관해서는 자신의 글에 대해서 조목 조목 반대를 표명하는 여자분들도 상당히 많나 봅니다. 가령 윤수은 씨는 몸이 피곤해서 섹스를 하기 힘들때, 가볍고 편하게 후배위를 권하고 이에 대한 언급을 꽤 많이 하는 편이더군요. 하지만 많은 여자분들이 후배위에 대해서 싫어하는 분들도 있고요. 뭐 각자 커플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의 차이가 있지 않을 까 싶습니다. 사실 오늘 글을 쓰면서도 좀 계면쩍은 게 사실입니다.
이 땅에서 성에 대해, 섹스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것은 참 힘듭니다. 어른이 되면 자연스레 알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못하고, 성에 대한 무지는 안전한 섹스의 꿈을 허물어 뜨리지요. 성에 대한 이야기, 섹슈얼리티에 대한 각자의 공감과 이해가 왜 발칙한 이란 형용사로 해석되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솔직히 섹스를 잘 하는 남자가 되고 싶거든요. 공감과 배려, 생명, 쾌락과 기쁨이 함께 하는 것, 훈련도 훈련이지만 결국 무지보다는 이해가, 지식이 더 도움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아직까지도 남성쪽의 피임에 대해, 꺼려하는 많은 남자들에게, 안전한 성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지는 존재들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고, 그것이야 말로 사랑하는 이에 대한 배려임을 말하고 싶더군요. 그냥 라디오 방송에서 소개하려다, PD가 안된다고 해서 이렇게나마 서평을 남깁니다. 행복한 성을 즐기는 여러분이 되길 바랄께요. 멋진 주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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