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책 읽기의 황홀

유인촌 장관이 읽어야 할 책-손석희 스타일

패션 큐레이터 2009. 6. 9. 17:54

S#1 우리 시대의 프로페셔널-손석희

 

난 아침 출근길 빠지지 않고 손석희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는다. 목요일 밤 100분 토론 또한 빠지지 않고 시청하는 편이다.  그의 방송은 한 마디로 시원하다. 시청취자가 알고 싶어하는 핵심을 정확하게 해석하고 방송을 통해 드러나도록 하기 때문일거다.

 

그는 1분 1초의 소중함을 아는 방송인이다. 우리 시대 모든 프로페셔널의 롤모델로 불리는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언론인이다. 화려한 수사나 언변 대신 사실에 기반한 철저한 토론능력과 교감의 기술로 시청취자를 사로잡았다. 오늘날의 손석희가 존재하도록 만든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상대적 약자의 관점을 읽어주었기 때문이리라.

 

손석희란 우리시대의 언론 아이콘을 규정하는 스타일은 수도 없이 많다. 팩트로 무장한 논리, 누구보다 자신에게 엄격한 철저한 자기관리의 달인, 방송을 통해 만들어진 자신의 이미지를 경계하며 현실의 나와 만들어진 이미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매일같이 노력하는 사람. 그러나 내가 그에게 끌리는 이유는 자신의 영향력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100분토론>과 <시선집중>이 갖는 정치적 영향력은 오로지 손석희 자신이 아닌 시청취자가 신뢰를 기반으로 자신에게 '위탁한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언론인으로서의 권한은 청취자들이 주는 것이고 자신은 그들을 대신해서 일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하는 남자. 그저 '자리가 인간을 만든다'고 장(長)자가 붙는 직함이 생기면 목에 힘이 들어가는 인간들이 많은 세상. 그는 여전히 주류를 거들먹거리는 이 자들과 혼류되어 흐르기를 거부한다. 난 그의 이런 아름다운 고집을 사랑한다.

 

광고시장에서 측정한 그의 몸값은 평균 4-6억 사이다. 건설사의 아파트 광고나 제약 광고는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청취자들과의 신뢰자본을 얻고 싶어 안달이란다. 한 은행은 광고의 대상이 된 은행에 대해 비평할수 있다는 조항까지 들어 광고모델을 제의했단다. 그러나 그는 돈을 위해 광고에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모임이나 만찬에 무료로 행사를 뛰기도 한다. 그의 단면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43살이란 늦은 나이에 공부를 위해 자신의 직장을 버려야 했다. 그러나 수불석권이라는 말을 인생에서 실천한다. 책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공부하며 철저하게 청취자를 위한 방송을 한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자기검열의 기준을 스스로 만들고 처절하게 지켜나간다. 자기 검열의 기준을 관통하는 힘은 투명성이다. 넉넉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나, 항상 소외된 사람들의 면모를 자신의 삶의 경험에 비추어 판단하며 그들을 대변하는 사람. 그는 단순히 방송 언론인을 넘어 우리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이유는 하나다. 그만의 스타일이 영향력을 끄는 원천이 되었고, 모두가 그것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마치 복제가 불가능한 예술품이 되어간 거다. 레전드를 만드는 것은 오래 살아남기에 가능한 것이란 말이 떠오르는 지즘이다.

 

개인적으로 패션에 관한 글을 쓰다보니, 셀렙(Celebrity : 유명인사)의 옷입는 방식을 살펴보곤 한다. 옷은 내면을 돋보이게 하는 형식이자, 착용자의 사회적 맥락과 변화에 대한 개인적 반응을 외적으로 드러내는 기호다. 우리는 항상 그 내면의 형식에 갖혀,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독창적인 자신의 '언어'를 상실한다. 패션 전문가들이 정작 '트렌드를 버리면 스타일을 얻는다'고 말하는 것은 이런 이치다. 겨울이면 넥타이 없이 회색의 터틀넥 셔츠에 헤링본 트위드 싱글 자켓을 입은 손석희. 그에게선 값비싼 휴고 보스나 아르마니 블랙레이블을 입는 유인촌 장관에게서 느낄수 없는 청신함이 있다. 직물의 재질처럼 파삭하면서도 만지면 따스한 기운이 배어나는 그런 느낌. 힘들여 빨래를 널고 고운 햇살에 말린 후 걷어본 사람은 알거다. 옷에서 나는 깔끔한 빨랫비누 냄새가 싫지 않다는 걸.

 

S#2  영향력과 권한의 차이를 아는 미덕

 

최근 한예종 사태를 겪으며 제 3자인 나는 이 문제에 개입했다. 덕분에 유인촌 장관의 면모나, 문화정치학적 철학에 관해 살펴보고 있다. 한 마디로 철학이 부재한 인간이란 결론을 얻는다. 앞에서 말했듯 의복의 남루함을 걱정하기 전, 의식의 남우새스러움을 한탄하는 것이 인간의 법도이지만, 그에게선 화려한 정장만 있고, 문화계에 대한 배려나 발전을 위한 논리는 없어 보인다. 완장이란 현혹효과에 매몰된 인간의 모습만이 녹아 있을 뿐이다. 『손석희 스타일』의 한 부분을 인용한다.

 

 "영향력의 오류에 관한 가장 상징적인 구시대의 유물이 바로 이른바 '완장'이다. 평범해보이던 사람이 작은 완장(사회적 지위)을 차면 권위적인 사람으로 바뀐다. 진정한 의미의 리더라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억압하고 통제하면서 일종의 '가진 자', '위의 있는 자'의 기득권을 누리려 든다. 그러나 21세기에서 이런 유형의 사람은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앞으로는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질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CEO전문 인터뷰 작가인 진희정의 의견에 철저하게 동의한다. 우리가 손석희란 언론의 아이콘을 아끼는 것은 철저하게 국민의 요구를 자신의 목소리에 담을 줄 알고 그 영향력의 원천이 바로 청취자인 우리에게 있음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S#3 유인촌 장관, 팬 대신 핼퍼를 두라

우리 사회를 흔히 팬덤(fandom)사회라 부른다. 어느 시대나 연예인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은 늘 있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방식은 시대마다 다르다. 스타를 좋아하는 방식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두고 팬덤(fandom)이라고 한다. 손석희에게도 팬이 있다. 그는 인기인이고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런 점에선 연기자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유인촌 또한 그렇다. 그런데 두 사람 사이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모든 사람은 삶의 방향성을 지시할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 리더를 따르고 싶어 한다. 리더의 비전에 대한 친밀감의 수준에 따라 팬(fan)과 조력자(helper)로 나뉜다. 팬은 리더가 생각하는 것을 함께 생각한다. 그들은 비판하지 않는다. 오로지 '빠'가 있을 뿐이고 그를 숭배하고 종교화 된 사물로 만든다.

 

그러나 핼퍼는 리더의 생각 중 잘못된 부분에 대해 엄중 경고하거나 함께 걱정하며 방식을 만들어간다. 장기적 인기를 얻고싶다면 헬퍼를 두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현실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문화미래포럼>을 비롯 그의 곁에서 갖은 아양과 아부를 떠는 집단들을 경계해야 하건만, 그들의 의견에 그냥 휩싸여 있다. 중요한 건 지금 유인촌 장관의 곁에 있는 팬들은 그와 함께 꿈을 꾸긴 커녕, 그가 가지고 있는 자리, 정치적 입지가 자신들에게 줄수 있는 떡의 크기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것이 정답이다. 철학은 철저하게 부재하고 자신의 견해또한 없다. 우리는 이렇게 변덕이 심한 리더를 따르는데 익숙지 않다. 비전은 일관성과 통일성에 그 힘이 있기 때문이리라. 유인촌 장관은 오랜동안 <전원일기>의 편안한 농촌이장의 모습으로 우리들의 사랑을 받았다. 물론 제조된 이미지(Manufactured Image)다. 방송은 인간의 이미지를 조작할 수 있고, 내면을 숨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지키고 싶은 이미지를 위해, 현실과 방송의 이미지 사이에 격차를 줄이도록 하려는 인간의 노력이다. 지금 유인촌은 그 예전의 카리스마를 잃어버렸다. 대중을 따르게 하는 능력이라 불리는 이 카리스마는 방송을 통해 조작된 이미지들의 총체였음이 그의 최근 횡보를 통해 확실히 밝혀지고 있다.

 

손석희 스타일의 한 부분을 인용해 본다 "진정한 인맥을 만드는 데 필요한 건 술자리나 골프 모임, 사교 파티, 경조사 등에 찾아다니는 부지런한 발품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탁월한 실력이다" 반면 손석희는 이런 발품을 팔지 않았다. 세상의 눈에서 보면 그는 바보일지도 모르갰다. 그러나 그는 '시청취자'라는 베스트 인맥을 얻었다. 진정한 인맥이란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의 좋은 삶을 위해 채찍과 칭찬이란 두가지 열매를 함께 맺는다. 유인촌 장관은 손석희 스타일을 배우라. 문화계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반쪽자리 장관의 돌파구는 목소리를 경청하고 사실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하고, 소외된 문화계의 큰 그림을 그리며, 작은 파도를 맡으며 큰 파도를 넘는 지혜를 삶에서 투영시킨 이 남자를 배우는 것. 그것이 답이다. 제발 국민을 당신의 베스트 인맥으로 얻어라. 이제 충고는 이쯤에서 끝내련다. 귀가 있다면 듣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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