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책 읽기의 황홀

오드리 햅번에게 배우는 사랑받는 여자로 사는 법

패션 큐레이터 2009. 3. 17. 15:48

 

 

책표지를 클릭하시면 창을 닫습니다.

S#1-오드리 햅번처럼 살고 싶다면

 

저번주 라디오 방송에서 이 책을 소개한 후, 제대로 포스팅을 한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붕어빵처럼 찍어낸 자기개발서들이 난무하는 요즘이지만, 역시 오드리 햅번이란 한 시대의 아이콘이 주는 힘은 엄청나더군요.

 

'누구처럼 되고 싶다'란 말은 쉽게 내뱉지만 정작 그 삶의 무게와 빛깔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는 한, 무엇보다도 실천이 개입되지 않으면 따라잡고 싶은 사람의 삶을 살아간다는 건 쉬운게 아닐겁니다.

 

청순함과 우아함, 무엇보다도 단아한 매력으로 똘똘 뭉친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배우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무엇보다 빈민아동들을 위해 그녀가 행했던 모든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행복의 조건을 담금질 해 볼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하게 연대기식으로 유명인사의 삶을 그려낸 책이 아닙니다. 대부분 그녀가 했던 말과 타인이 기억하는 오드리의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지요. 의미있는 타자로서, 남과 외부인, 지인을 구분하며 격조있게 삶을 디자인해온 그녀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게도 부모님은 이혼을 경험했고, 아버지는 이탈리아 파시스트를 후원하는 사람이었죠. 네덜란드에서 살면서 세계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했고, 정쟁을 경험한 나이는 그녀 또한 책에서 밝히고 있듯, <안네의 일기>를 쓴 주인공의 나이와 같은 시간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후 가난의 기억을 떨쳐버리지 못했고 발레리나의 꿈을 접고 뮤지컬 배우가 되어야 했죠. 힘든 과정 속에서도 특유의 카리스마와 매력으로 헐리웃의 스타로 등극하지만 사랑엔 유독 실패가 많은 그녀였습니다. 세번의 유산과 두 번의 이혼으로 마음의 상채기도 컸을 터인데, 그녀의 삶에는 이런 생의 구김살들이 도대체가 보이질 않습니다. 삶에 대한 태도가 바로 오늘날의 아이콘 오드리 햅번을 만든 대목입니다. 이 책을 통해 그녀가 했던 만들을 곰삭여 읽다보니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더군요.

 

당시 헐리우드 최고의 배우로 이미 명성을 날렸던 캐서린 햅번과 동일한 이름을 한 탓에, 많은 배우와 감독들에게, '헐리우드 아래 두 명의 햅번은 있을수 없다'란 비평을 들으면서도, '난 나를 사랑한다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달라"며 고집했던 여인입니다.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의 말을 빌려 그녀를 설명해 봅니다. "커다란 갈색 눈동자와 작은 코를 보면 연약하고 부서지지 쉬워보이는게 사실이지만 오드리에겐 쉽게 무너지지 않는 굳건한 정의감 같은 게 있었다. 캐서린 햅번 역시 비슷한 캐릭터의 소유자였는데 캐서린은 스테이크와 아이스크림, 맑은공기, 열린 창문, 그리고 8시간의 수면을 좋아하는 여성이었다. 오드리는 캐서린 보다는 더 유럽적인 기품과 우아함을 지니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읽다보니 이 햅번이란 이름의 우산엔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나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캐서린 햅번이란 배우도 참 좋아하거든요. 헐리웃에서 그녀만큼 말년까지 평생을 한 남자에 대한 헌신과 사랑을 자랑한 사람도 드물테니까요.

 

항상 오드리 햅번을 배우로서 면밀하게 살펴보면서 저는 궁금했던 것이 그녀의 가녀린 몸선이 타고난 것일까 혹은 후천적인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녀의 바이오그라피를 읽기전 부터, 저는 왠지 그녀가 꼭 발레를 했을것 같은 느낌을 받았었거든요.

 

얼굴형과 진중하면서도 균형잡힌 어깨선을 보면 많은 훈련을 했을것 같다는 생각만 했었답니다. 뮤지컬 배우에서 헐리웃으로 진출, 당시 최고의 댄서였던 프레드 아스테어와 영화를 만들기 위해 하루에 16시간씩 춤을 연습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선, 역시 배우는 만들어지는 존재이고, 성실함을 통해서 빚어진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오드리 햅번의 패션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책을 펼치자 마자 이 부분부터 읽었던 것 시인해야겠습니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그녀가 입었던 블랙드레스의 매력을 잊을수 없기 때문이죠. 바로 프랑스의 디자이너 지방시의 작품입니다. 처음 지방시는 그녀를 알아보지도 못했고, 쌀쌀맞게 굴었더군요. 하지만 그녀가 옷을 고른 후 착장한 모습에 반해 평생의 친구가 됩니다. 1993년 그녀가 암으로 죽어갈때 비행기를 대절해 보내주었고 함께 임종까지 지켜주었죠.

 

무엇보다도 배우에게 옷을 고르는 눈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는 말합니다. "나는 옷을 통해 되고자 하는 인물을 가장하는 법을 배웠다"고요. 당시 유행하던 메소드 액팅과 같은 연기훈련을 거친 그녀가 아니었지만, 옷을 입고나면 행동이 달라지고, 발걸음이 달라져, 배역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하더군요.

 

그녀는 사랑받는 여인의 패션 스타일은 무엇보다도 덜어내는 데 있다고, 그것이 우아함을 창조한다고 믿었던 배우였습니다. 프릴과 레이스를 떼어내고, 자신의 몸선을 그대로 드러내는 옷을 입으라고 말했다지요. 바로 자신의 존재를 믿고 사랑하는 여인의 자기애, 진정한 신체에 대한 존중이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너무 와 닿았던 것이, 최근 패션 스타일에 관한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제가 가장 하고 싶었던 충고였거든요. 많은 사람들은 스타일을 위해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고 약을 먹고, 레이저로 얼굴 속 진피를 끄집어내려 합니다.

 

진정한 스타일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완전한 이해, 그 몸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 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못난 부분을 가리려고 하기 보단, 자신있는 부분이 모든 것을 압도하게끔 만드는 것, 그렇게 시각적 환영의 힘을 창조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스타일의 미학이기 때문입니다.

 

오드리 햅번의 책 어디를 봐도 굶기를 밥먹듯 했다는 내용은 찾아보지 못합니다. 항상 발사믹 소스로 버무린 풍성한 샐러드를 준비해야 했다는 친구들의 말이며, 공연 때 미국팬이 준 초컬릿 한 상자를 먹고 쓰러지기도 할 만큼, 단것도 즐겨 먹었던 모양입니다. 그녀의 초컬릿에 대한 철학 또한 참 부드럽습니다.

 

"초컬릿과 같이 부드러운 사치품은 결국 인생이 달콤한 비율로 이루어져 있다는 증거다"라고 했다죠. 이 문장을 읽으면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문장은 꼭 기억해야지 했으니까요. 너무 습관화된 식음의 버릇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을 정도의 힘을 가진 문장이었어요. 다양한 맛들을 즐기고, 여유를 갖고 배려하고, 타인의 의도를 읽고 그에게 상처가 되지 않게끔 거절하는 기술을 가진 여자. 오드리 햅번의 매력은 끝이 없네요.

 

연기에 모든 걸 걸지 않았기에, 삶의 균형을 잡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남편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지 못해 안타까와 했고, 2번의 이혼 후에도, 자신에게 다가올 사랑을 믿었던 여자. 그만큼 삶은 태도에 따라 바뀌고 전개되는 것임을 확신한 여자입니다.

 

책을 읽다보니 꼭 "사랑받는 여자의 10가지 비밀"이 아니라 이렇게 살아가면 남자/여자를 떠나 타인들에게 예쁨을 받는 사람으로 살아갈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읽었던 문장중에 와 닿았던 두번째는 바로 행복해지고 싶다면 '건강과 짧은 기억력'을 가지라고 말한 부분입니다. 진짜 와 닿습니다. 저는 의외로 좀 편집증적인 측면이 있어서, 다른 사람이 그냥 별 의도없이 한 이야기인데도 너무 침잠해서 생각하는 나쁜 버릇이 있거든요.

 

너무 세세하게 기억하고, 일일이 의미 부여하는 거. 얼마나 삶을 어렵게 만드는 일이었나 되새겨 봤습니다. 짧은 기억력을 달라고 기도해 봐야 겠습니다.

 

당시 헐리우드 최고의 감독이었던 빌리 와일더는 그녀의 매력에 홀딱 빠져서 "그녀의 곁에 5분만 있으면 도무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여자"라고 까지 했다더군요. 그리고 잠자리에서 까지도 오드리의 꿈을 꾸었다죠. 다행인 건 빌리 와일더 감독의 아내의 이름또한 오드리였다네요. 그래서 사랑을 받았다니 참 아이러니입니다.

 

책 읽는 걸 게을지 하지 않았던 그녀는 <정글북>과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자주 읽었다지요. 배우에게 도시의 삶은 잔인하다면서 알프스 시골에 머물며 홀로있음과 외로움의 구분을 명확하게 했던 배우. 홀로 있음은 타자의 무관심 속에 놓여진 외로움과 구분되어야 한다고, 홀로있음으로서 재충전을 할수 있는 행복을 맛보라는 그녀의 글에 공감합니다.

 

강한 동기를 갖고 집중하는 힘을 가지라고 그녀는 조언합니다. 배우에게 집중의 힘은 굉장한 무기죠. 인기는 거품과 같기에 여기에 연연하지 말고, 소문에 대해 의연해질수 있는 태도를 가지라고 조언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배우의 길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그녀는 영화의 힘이 바로 <동화>를 창출하는 것에 있다고 믿었답니다. 그 힘이 없어지고 언제부터인가 폭력과 시각적 이미지로 가득차게 될 때, 그녀는 자신의 배우로서의 힘이 다했다고 생각했고, 자연스레 은퇴를 했다지요.

 

S#2-글을 마치며

진심을 다할 것, 아낌없이 사랑하라 , 경청하라, 첫 만남 기억하기 , 자주 웃어라, 늘 진실하라. 참 평범하지만 지키기는 어려운 약속들입니다. 사랑을 받는 사람들은 꼭 공통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녀 또한 이러한 공통점의 리스트를 몸으로 체득하고 실천한 사람인거죠.

 

많은 자기개발서가 이 땅의 여성들에게 자꾸 '전사'가 되라고 부추깁니다. 남자들을 이기고 밟고 올라가고, 다스리라고 가르칩니다. 자칭 나쁜 여자가 성공을 하고 영악해져아 '살아남는다'란 식의 사유를 자꾸자꾸 가르칩니다. 저는 이런 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남자에게도 이런 식의 방식은 네거티브를 만들 뿐, 실제로 인생을 예쁘고 곱단하게 살아가는데 전혀 도움이 안됩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그녀의 말년이 부럽습니다. "제3세계란 말을 쓰지 마라 우리는 모두 하나의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란 말을 곱씹어 봤습니다. 노후가 아름다운 사람. 나와 너를 껴안고 우리의 삶을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오후네요.

 

오늘 유키 쿠라모토의 연주회에 갑니다. 그가 연주하는 <문 리버>를 들으면 왠지 책에서 읽는 그녀가 현신이 되어 맑은 달빛 아래, 창가에서 노래 부르던 그녀를 보게 될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사오 사사키의 연주를 올려요. 다녀와서 다시 올릴게요.

 

 

4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