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좋은 토요일 오후, 미술관 마실을 위해
길을 나섭니다. 삼청동을 중심으로 인사동까지 이어지는 동선에
모처럼만에 정독도서관이 들어왔네요.
벤치 위 촘촘하게 엮여 있는 초록 기운이 곱습니다
정독 도서관 가는 길,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뽑아
들고 도서관으로 직행. 가방속에 넣어둔 예술론 노트 한권을 꺼내들고 읽습니다.
요즘 삼청동엔 착한(?)커피값을 받는 카페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함께 간 친구가 말하길
정독 도서관은 공부하러 오는 곳이 아니라
연애하러 많이 온다고 농담을 하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벤치위에
앉아있는 멤버들의 구성을 보니 그 말이 실감이 나긴 합니다.
가뜩이나 녹지대가 부족한 서울에서
정독도서관 올라가는 길이 곱다는 생각만 했지
내부가 이렇게 많이 변했을 줄은 몰랐네요. 아이와 함께 온 엄마는
잔디밭에서 아이와 숨바꼭질을 하고, 저는 잔디밭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스트레칭도 하고, 봄 햇살 가득 받으며 누워 하늘을 봤습니다.
녹음 아래 누워 책을 읽는 모습이 보기 좋더군요.
캐나다에서 유학할 때, 제가 있던 기숙사 뒤로 숲길이 나 있어서
항상 그곳에 가서 시원한 숲의 냄새 맡으며 책을 읽었더랬죠.
여자친구와 함께 널브러진 친구의 모습이
보기 좋군요......부럽습니다.
삼청동을 수도 없이 다닙니다만
다닐때마다, 가보지 않은 길들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되요.
와플집과 커피하우스로 가득한 주로를 따라 걷기보단, 운치있게
가회동 한옥마을을 걷거나, 산비탈을 따라 한적하게 삼청동이 내려다 보이는
동네 길을 걸어도 좋습니다. 녹지대가 작은 동네마다 하나씩은 만들어져서
언제든 필요할 때면 산책을 할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죽하면 러시아에선 산책로의 크기와 숫자만큼
그 나라 국민의 창의성과 결과물이 나온다고 주장할까요?
그들이 흔히 산책이라 말하는 굴랴찌란 단어엔, 걸으며 사유하고
생각하고 앞서 나간 길의 소산을 모아 정리한다는 뜻 까지 포함되어 있답니다.
그저 걷기만 하기보단, 걸으면서 자연의 비어있는 공간에 방점을 찍는 그 행위가
아름답습니다. 오래걷다가도 지칠때면 신발을 벗고 편안하게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봐도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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