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만에 글을 올리는 지 모르겠습니다.
5월 1일 이사를 시작해서 오늘에서야 인터넷 회선 연결하고
물건들을 정리한 후 가구배치를 마치고 글을 올립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이제 또 혼자가 되네요.
탁트인 풍경 속, 적당한 햇살과 바람의 소리가 필요했습니다.
오늘부로 광진구 구민이 되네요. 황금같은 연휴, 아침에 일어나 집에서
15미터 떨어진 한강 산책길로 갔습니다. 직선으로 포장된 길의 풍경은 생경합니다.
그러나 대형할인매장처럼, 표준화정책으로 일관된 조경논리는
한강과 하천을 둘러싼 우리네 살터의 풍경을 동일하게 조형해 갑니다.
아침안개가 자욱한 강의 저편, 강바람이 시원합니다.
이편과 저편을 나누지 않으며, 수직의 힘을 껴안고 도는 강의 유연함
강물을 따라 걷다보면 마음 한구석이 환해집니다.
지친 여름의 열기 속에 바싹 마른 논에
미친듯 돌진하는 양수기 물처럼, 가슴에 가득 한강의 시원한
바람과 햇발을 담고 걸었습니다. 아차산을 배면으로 둔 덕에 저녁엔
시원한 미풍이 불어서 여름의 열기를 말끔하게 씻어주네요.
W호텔에서 종종 커피를 마시곤 했는데
이제는 걸어서 갈수 있겠습니다.
도서관이 코 앞입니다. 이사올 때 책이 너무 많아서
절반 가량을 놔두고 왔어요. 저술에 필요한 책들만 가둥거렸는데
이제는 도서관을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짐 정리를 어느 정도 마치고 나서
마트에 가서 장도 봤습니다. 오늘 인터넷 회선 신청을 했는데
사은품을 찾아보니 생선그릴이 있어 이걸로 골랐습니다. 한명 살아가는
집에 스팀 청소기보단 그냥 쓸고 닦는게 편합니다. 양면굽기가
가능하다니 종종 생선요리랑 닭 요리도 할 수 있겠군요.
모처럼 만에 혼자만의 방이 생겨서 글쓰기에 더욱
매진할 수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써야 할 책이
3권인데, 과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고민이 크네요. 퍼블릭아트와
미술세계 매거진의 특집기사를 썼었는데, 내일 나가는 길에
찾아봐야겠습니다. 글을 쓰는 일이 본업이 되면 안되지만
어차피 들어선 길의 상당부분이 글쓰기와 연계된
지금의 모습을 견고하게 지켜나가는
작업또한 필요하겠지요.
어찌되었든 독립된 공간에서 글을 쓸수 있다는
기쁨이 확장되어, 가일층 생의 그윽한 시선과 한결 깊어진
내면의 응시가 글에 녹아들길 바랄 뿐입니다.
혼자있는 시간......외로운 떨림으로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시간입니다. 내일 5월 5일
공휴일이지만 라디오 방송은 쉬지 않아서 밤을 새워 원고를
써야 합니다. 빨리 변화된 주변의 모습에 적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밤도 혼자만의 방에서 보내게 되는군요. 빨리 익숙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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