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라디오 방송을 마치고 삼청동에 잠깐 나갔습니다.
인사동 초입에서 삼청동으로 이어지는, 정독도서관 가는 길이
빛으로 환합니다. 빛의 삼원색이 최적의 조율미를 자랑하는 햇살의 양과
바람이 하나가 되어 봄 기운에 지친 사람들을 어루만집니다.
월요일은 하루종일 찌뿌듯한 날씨로 일상의 배면을 어둡게 했던
하늘은, 언제 그랬다는 듯 푸른 아크릴 물감 가득 풀어,
멍울진 진청색 가슴을 껴안습니다.
주어진 짧은 시간동안 만끽하는 버릇......
회사일에, 원고독촉에, 집필할 책들과 강의일정이 너무
여백없이 구성된 일상의 격자무늬에, 느린 걸음의 호흡을 부여할수 있는
꽤 괜찮은 마음의 습관이지요. 연두빛이 차오르고 투명한
가슴 젖혀, 겨우내 감추어둔 여인의 속살어린 향기
바람의 서랍속 깊은 곳 고이접어 두었던
그 향기가 남자의 코를 자극합니다.
봄이란 계절은 무엇보다 도시의 미관이
유독 흐드러지는 빛의 산란작용으로 화려한 시점입니다.
생채기 가득한 나무 등걸 속에서도 연두가 피고, 끊임없이 내면 속
영혼의 생선가시 하나 뽑아내니, 저렇게 환한 연두가
태어나는 군요. 저도 이 4월을 그렇게 보내야 할텐데요.
어제 무리를 해서 그런지
오늘은 몸이 좀 무겁습니다. 빨리 잠자리에 들려고요.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엔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라는 시인의 말을
그저 꿈속에서나마 지켜보는 수밖에요. 처절하게 고운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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