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일상의 황홀

내가 블로그를 하는 까닭-블로그로 세상과 조우하는 법

패션 큐레이터 2009. 4. 27. 01:11

 

 

금요일 저녁 뉴 웨이브 패션 서울에 들러 디자이너 허하나의 패션쇼를 관람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디자이너 서승희님의 작품도 보고, 선생님과 대화도 나누었습니다. <디자이너의 스튜디오>란 책을 준비하면서 꼭 다루고 싶은 패션 디자이너거든요. 올해는 학교에서 아이들 졸업전시회 준비며 강의 때문에 캣워크는 준비 하지 못하셔서 부스에 걸린 건축적인 의상들을 눈에 넣고 왔습니다.

 

최근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회사설립에 대한 꿈을 꾸며 우리시대의 예술가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화가 뿐만 아니라 패션 디자이너와 만화가, 건축가, 일러스트, 산업 디자인을 총망라하는 구성으로 조합된 예술가의 공방과 이들의 상상력을 통한 기업 브랜딩 전략 시행이 가능한 회사를 만들어 보는 것이 현재의 목표입니다. 많은 분이 선뜻 임해주셔서 힘을 내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니스 황님이 패션쇼를 보여주셔서 답례로 저녁을 샀습니다(?) 산 건 아니고 레스토랑 티켓 하나를 얻었습니다. 제가 매달 SK T 매거진에 글을 쓰잖아요. 수고한다고 식사초대권을 두 장 받았어요. 마감일자를 항상 지켰으니 이 정도는 받아도 되겠죠?

 

 

디너 정찬을 고르고 와인을 선택합니다. 이탈리아산 파비아노 칼치나이아 와인을 고른건 약간 끝맛이 드라이하면서도 향이 풍부한 느낌이 좋았기 때문이죠. 신선한 야채를 젤라틴 처럼 굳혀 낸 테린도 끝맛이 상큼했어요.

 

 

칼치나이아는 기존의 포도밭을 다 뒤엎은 후 신종 포도들을 새롭게 재배해서 이 와인을 낸걸로 기억합니다. 소믈리에가 유독 이 와인을 권했던 이유가 있나봐요. 그날 정찬하고 잘 어울렸거든요.

 

 

저번에 인터뷰했던 유니스님이죠? 와인을 좋아하셔서 사실 유니스님이 권한 와인으로 마셨어요. 저는 한잔 반 마시고 대부분은 유니스님이 다 마셨다는......

 

 

신선한 대구살과 새우, 조갯살 위에 달콤한 토마토 소스를 엊어낸 생선 스프가 나왔어요. 솔직히 유니스님 인터뷰 하면서 이런 분이 제가 꿈꾸는 회사의 이벤트 기획이나 공연의 음악을 맡아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날이 오도록 빨리 꿈을 키워가야지요.

 

 

와인소스를 곁들인 안심요리와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인 토마토와 파프리카 소스를 엊은 대하요리를 메인으로 먹었어요.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를 하면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역시 이 블로그 공간에서 만나게 된 인연에 대한 감사와 이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화적 코드입니다.

 

블로그 덕에 패션 디자이너도 만나고 음악가도 만나고, 발레리나와 사진가도 만나고, 소설가 이외수 선생님도 만날수 있는 기회를 얻고 문화정책자들과도 만날수 있었습니다. 블로그를 이용해 상자 바깥으로 나오니 저랑 비슷한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함께 꿈을 꿀수 있는 사람들을 휘하에 둘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입니다. 그 영향력을 선하게 사용하는 제가 되고 싶어요. 술 한잔에 최근 힘들었던 시름도 지우고, 아픈 몸도 잊고, 지나온 날들의 기억도 지웁니다.

 

 

최근 모 신문사와 함께 패션 관련 전시를 기획하기로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한국에 한번도 소개된 적이 없는 작가라 신중하게 자료도 찾고 공부하면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저는 항상 감사해요. 이 블로그 공간이 저란 부족한 사람에게 허락된 것과 이곳에서 저를 위로하고 격려해주는 사람들, 진화하는 블로그 산업과 그 역동성을 이해하고 경계를 허물며 사업성을 타진하는 이들과 예술가들. 이 공간이 없었다면 만나지 못했을거라고 감히 말할수 있지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의 세상을 조우하는 인터페이스와 계기를 이곳 블로그를 통해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중요한 것은 블로그의 인기도나 구독자수가 아닌, 블로그 구성 주체의 실제 능력입니다. 저는 예전부터 블록버스터 미술 전시를 기획하고 싶었습니다. 뭐가 필요할까요? 그저 블로그나 잘 운영해서 "많이 오세요"하면 다 끝날까요? 천만에요. 전시될 작품의 보관 및 관리에서 컨셉화하고 자료 정리하고 교육 목적에 맞는 도록을 편찬하고, 관련 기업들의 스폰서쉽도 받아내야 하고, 글을 쓰고, 강의를 하고, 작품가를 협상하고 손익분기를 맞추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과 프로모션 기획도 해야 합니다.

  

 

영향력이란 단어는 내가 내 자신에게 명명하는 것이 아니라, 내 힘을 필요로하고, 내 솔루션을 사려는 사람들의 집합, 그들의 양질에서 결정나죠. 힘과 영향력은 외부를 향해 열려 있어야 합니다. 엄정한 세상의 기준과 세월의 시금석을 버틸 힘과 내공 또한 갖춰어야죠. 꿈을 위해 블로그를 쓰고,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세상에 대안을 마련하고 보여줄수 있는 힘을 갖는 것. 그 꿈을 향해서 달려가고 싶습니다.

 

 

만만치 않은 문제로 가득하지만, 그 과정을 즐기고 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패션 큐레이터 1호 입니다. 이 말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지겠습니다. 전통적 패션의 개념을 무너뜨리는 전시기획과 저술작업, 강연, 방송활동을 병행해 갈 겁니다. 많이 힘들것이고, 몸은 지치겠지만, 즐기면서 나가겠습니다. 인생의 길이 점점 더 선명해지는 요즘입니다. 블로그를 통해 얻은 명예는 더욱 그 가치를 높여갈 것이고 깊이를 더하며 살을 붙여나갈 것입니다.

 

세상의 기준이 만만치 않습니다. 아카데미의 힘도 있고, 기존의 전시및 큐레이터들과도 소통해야 합니다. 블로그가 있어서 이제 일차 고객층인 독자들을 만나는 것이고, 오프라인에선 이차 독자가 될수 있는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꿈을 꾸고, 소통하고, 물질적 배분을 위한 세부적인 안도 세워야지요. 이제 한주의 시작이네요. 멋진 한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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