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일상의 황홀

곷앓이를 하던 날-사랑 그리고 꽃들의 자살

패션 큐레이터 2009. 4. 5. 21:22

 

 

봄은 청음의 계절입니다. 대지를 뚫고 솟아나는 힘의 기운에선

생동감과 리듬, 율동감이 일종의 화음을 구성하며 노래합니다. 봄은 바로 육체적

귀로 들을수 없는 자연의 소리를 온 몸으로 앓으며 청음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나를 둘러싼 대지에는 노랑색과 분홍색, 백목련의

아이보리빛 표피가 꽃망울지며 톡톡 터집니다.

 

 

오늘 돌아오는 길, 산책로를 따라 집으로 올수 있다보니

예배를 마치고 걷는 길, 작정하고 들고간, 새로산 DSLR 카메라로 마구 셔터를

눌렀습니다. 사진을 잘 찍지 못하는 관계로 조리개가 어떻고 셔터속도가 어떻고 이런거

아직 잘 모른답니다. 그냥 오늘은 유독 기분이 좋았어요. 사실 목사님 설교를

들을 때마다 뾰투룽해지는 날이 많은 저인데, 오늘은 집중도 잘되고

무슨 까닭이었을까요. 꽃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야 할까 봅니다.

 

 

사이가 틀어진 연인들과 부부들을 위한 사랑의 명약이 있습니다.

바로 등나무 껍질을 베게 속에 집어 넣고 하루를 보내는 일이라는 군요. 물론 속설이고

속신 신앙일 뿐입니다만, 등나무의 휨 속엔 관계를 맺고 하나가 되려는

인간의 노력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숙여 서로를

맞는 나무의 운명을 바라봅니다.

 

 

주말동안 오페라 음반을 주로 들었네요. 물론 듣게 된 이유야

오페라단 합창단 해고란 정치적인 이유때문에, 왠지 모를 메스꺼움과

속앓이, 여전히 문화불모지에서 블로거로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했던

주말의 시간이었습니다.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 대해서

포스팅을 올릴까 하다가, 다음으로 미루었습니다. 도니제티의 <남몰래 흘리는 눈물>

을 듣는데 왜 이렇게 가슴 한구석이 아려오는지요. 거리에서 공연을 지속하고 있는

국립오페라합창단 단원분들이 눈에 밟히더군요.

 

 

무더기로 피어나는 꽃들의 군락 속에서, 서로 엉키되, 서로를 침입하지

않으며 색채의 꽃앓이 하며 봄이란 시간을 견녀대는

꽃들의 운명 속에서 화양연화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배웁니다.

권력도 피어남이 있으면 지는 법인데, 요즘 권력자들은 이런 간단한 현상학적

사실 조차도 자꾸 봄앓이 탓일까요? 깜빡 깜빡 하는 걸 보니 말입니다.

 

 

"너는 이제 대지의 품으로 돌아갈 수 없어.

네가 만약 햇빛 보기를 포기한다면 죽고 말거야.

대지는 희망이 있는 것들만 품어 주거든. 가능성이 있어야

보호해준다고. 대지의 품속에 있을 때 너는 하나의 희망이었고

가능성이었던 거야. 때문에 넌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어."

"그런 건 아냐. 대지가 너를 품어 준 것은 사실이지만

네가 품고 있던 희망과 가능성이 너를 세상으로 나오게 만들었으니까

결국 넌 스스로 껍질을 벗어버리고 세상에 나온 거야. 그건 너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어.

아무도 도울 수가 없다고. 네 껍질은 네가 벗어던져야 했던 것이지.

그리고… 앞으로도 네 힘으로 살아가야 해."

"글쎄… 네가 그렇게 말을 하니까 대답하기 난감하구나.

비관하는 풀들이나 나무들에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 그러나 넌 아직 어리고

이제 첫발을 내딛었으니까 기꺼이 말해줄게. 풀들이나 나무들이 햇볕을 쬐기 위해 사는 건 아니야.

너만의 의미를 찾고 그 의미를 실현하기 위해 사는 거야. 그러니까

먼저 네가 찾아야 하는 건 너만의 의미야."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는 길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개나리 때문에

잔영에 노란색 기운이 베어납니다. 이새벽 작가의

<사랑 그리고 꽃들의 자살>이란 책을 훓어보다가 문장을 정리해 봤네요.

꽃들의 사랑을 통해, 한송이 화려함을 얻기위해 흘려야 하는 꽃의 눈물과

희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였습니다.

 

 

일요일 밤이 되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다가오는 주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합니다. 두 개의 원고를 정리하고

잡지사에 의뢰받은 또 하나의 원고와 위즈덤 하우스와 계약하게 될 책의 초고

한국경제신문사와 계약한 책의 초고를 못주고 있어서 오늘은 아무래도 밤을 새야 합니다

물론 아침이 힘들긴 하겠지만 글을 쓰는 운명을 받아들였으니 책임을 다해야죠.

글을 몇번이나 고쳐쓰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경영담론을 푸는 일이다보니

통찰력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수차례 지적하는 편집자를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잘 되어야 할텐데요.

 

최근 <왜 그녀는 다리를 꼬았을까>라는 책을 읽었는데

참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이 자기 스스로 고개를 끄덕이다 보면 행동과 마음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게 된 다네요. 그래서 혼자 있을때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잘 될거라고,

멋진 일만 생길거라고 자기 삶을 선포 하면 그 언어와 고개의 끄덕임만으로도

한주를 아주 행복하게 살아갈수가 있답니다.  자신의 삶을 자신있게

선포하는 삶. 그 선포의 언어를 내 일상의 무늬속에 예쁘게

접어가는 멋진 한주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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