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일상의 황홀

당신의 집을 예술로 만드는 법-리빙디자인 展 리뷰

패션 큐레이터 2009. 3. 26. 14:03

 

 

어제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리빙디자인 페어에 다녀왔습니다. 장인과 기업의 만남을 통해 인테리어 디자인의 새로운 활로와 방식을 모색하는 전시입니다. 자연친화적인 생활 공간을 창조하기 위한 '그린 스타일'을 선보였습니다. 삶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곧 삶의 주요한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할수 있었죠. 블로그 독자분 중에 나주에서 염색작업을 하시는 그라시아님도 부스를 만들어 나가셨어요. 그래서 저도 초대를 받아 구경을 해봤습니다.

 

 

 

그라시아님의 현대염색 작업입니다.  부분염으로 두가지 색 이상의 배색효과를 내서 마치 걸개로 할 경우, 약간 추상회화의 느낌이 나듯 만들었습니다. 제 생각같아선 3편이 하나의 테마로 묶여서 걸개로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었지요. 한국의 천연염색, 아름다운 우리의 색이라는 멘트를 하기전에, 세상을 껴안는 방법, 해석하는 방법이 조금씩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염색의 추상화 작업을 그라시아님께서 하고 계신것 같아 기분이 좋았네요.

 

 

리방디자인 페어는 삶을 예술과의 협업을 통해 재설계하는 것입니다. 철사로 엮어 만든 꽃으로 만들고 벽에 장식하는 다양한 종류의 월 인테리어 소품들이 화가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좀 다양하게 갖추었다면 했던 한지 코너인데요. 예전 한옥에 살때, 문창살의 은은한 빛깔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다면,

새벽빛이 투과되는 미려한 한지의 빛깔을 기억하실거에요. 저는 꼭 문의 일부를 이 한지를 붙여서 빛을 여과시켜 보고 싶습니다.

 

 

여기는 DIY 코너였어요. 롤링 페인트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힘으로 집을 꾸밀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페인트와

벽걸이, 수제 크레프트를 돕는 기구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리폼하시는 분들은 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욕조도 가능하다면 천편일률적인 형태를 벗어나, 우아한 곡면을 가진 오브제로 만들어 봐도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시는 건 월풀은 아닙니다. 그냥 형태를 조금 바꾸었어요.

 

 

흔히 선 스타일, 젠(ZEN) 스타일 인테리어의 방식을 보여주는 부스입니다. 한때 유행했었지요.

저는 젠 스타일을 보면, 미술의 미니멀리즘을 떠올리게 되어서, 극소의 미랄까,

절제된 아름다움은 있는데 제 주관적인 생각은 그리 끌리지는 않습니다.

 

 

가구 디자이너 소은영씨의 작품인데요. 숨겨진 차원이란 아이의 방, 아빠의 방은 있어도

엄마의 방이 없는 현재의 가옥구조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여성들을 위한 '책을 읽는 공간'을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합니다. 초록색 나무로 만든 책꽂이가 아주 인상적이죠. 책을 읽는 것도

사유의 나무를 내면에 키워가는 것일텐데요. 그런 의미에서 점 찍어 두었습니다.

 

 

주로 제 어머니 세대만 해도 가구는 주로 검정색의 육중함이 주를 이루었는데

요즘은 현대적인 감각의 밝은 파스텔톤 가구들과 쇼파도 많이 보입니다. 집을 꾸미게 되면

저는 미술품 때문에 내벽을 백색으로 해야 하거든요. 이런 화이트 톤에는 약간의 포인트를 주기 위해

밝은빛의 인테리어용 가구를 좀 두어도 어울리지 않겠나는 생각을 했어요.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부스인데, 한국의 전통공예 장인들과 현대가구가 결합해

만든 한 스타일의 테이블과 조명기구입니다. 나전칠기나 자개는 화려함에 앞서서 은빛이 검정과의

배합을 통해 은은함을 드러낸다는 데 그 매력이 있습니다.

 

 

여기에 한국의 전통적인 머리 쓰개인 갓을 조명기구로 이용해서 만들었는데

의외로 아크등의 황열빛을 흡수하면서 주변으로 퍼뜨려주는 힘이 있더군요. 매력있습니다.

 

 

이건 핀란드식 전등갓이네요. 목재로 만들어서 자연친화적인 느낌이

강하고 목살의 여백 사이로 스며드는 빛이 유려하고 곱습니다.

 

 

나무로 만든 조미료 통입니다. 훨씬더 에코 프렌들리 느낌이 강하지요.

 

 

이건 도예로 만든 컵을 이용해 조명기구로 사용한 것인데요. 마치 등경처럼 부딪치면

청아한 소리가 나는 조명기구라 생각하니 생소하면서도 인상깊었습니다.

 

 

여기는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의 부스입니다. 개인적으로 지인이고, 나이연배도 같습니다만

참 부럽습니다. 아트 컨설턴트로서 명품 브랜드의 바이어로 이름을 날렸던 분인데, 결혼 후, 한복의 매력에

빠져 한복장 박선영 선생님께 사사한 후, 이쪽으로 방향을 틀었지요. 현대미술 딜러를 했던 분이라

그런지, 항상 미술품과 한복, 여인내들의 침선과 규방문화를 현대적으로 조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흔적이 보입니다. 미술과 인테리어를 병존시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지요.

 

 

개인적으로 앞에 보시는 재봉틀이 마음에 들었어요 현대작가 김다미씨의 미술품인데요.

모든 오브제를 실로 감아서 만들었습니다.

 

 

이 작품또한 그렇습니다. 실을 엮어서 조형으로 만들수 있다는 것도 놀랍고, 워낙 저 스스로가 패브릭이나

실, 직물을 이용해 미술품을 만드는 걸 좋아하다보니, 한눈에 들어오더군요. 8월에 개인전을

연다고 합니다. 꼭 초대받아서 다른 작품들도 보고 싶어요.

 

 

기회가 되면 부지를 사서 저 만의 집을 짓고 싶습니다.

저는 아파트 생활을 너무 오래해서인지, 지쳐있기도 하고, 복식박물관과 리서치 센터

독자들을 위한 쉼 공간도 설계를 하고 싶거든요. 천장이 높은 집에 살고 싶은데, 이 공간의

여백을 충분히 매울 만한 높은 책장이 눈에 보이더군요. 며칠전 포스팅에서 사다리 놓고 올라가서 책

찾아주는 서점 겸 카페를 만들자고, 독자 분 몇분이 이야기 하더니, 이 제품 사면 되겠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릇을 보는 걸 좋아해서 다양한 디자인의 리빙 도예들을 봤습니다.

 

 

테이블에 단아하게 세팅된 그릇들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정갈해지는 효과도 있어서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도예공방에 가면 사서 모으고 있는데, 꼭 멋지게 세팅을 할 날이 오겠지요.

 

 

어느 책에 보니 그릇을 가리켜, 음식의 속살을 덮어주는 따스한 공간이라고 규정하더군요.

저는 이 말이 참 좋더라구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어도, 그것을 담아내는 영혼의 그릇이 부족하면

항상 부족함이 남습니다. 우리의 언어, 말을 담는 내면이 허하면 립 서비스가 되는 것과

같지요. 충실함은 아름다움을 채우기 어렵고, 아름다움은 충실함을 감내하기

어렵기에, 이 두가지를 동시에 균형잡힌 모습으로 가져갈 수 있다면

생이 더욱 조화롭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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