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일상의 황홀

국민가수 나훈아의 젊은시절-1집 앨범을 듣다가

패션 큐레이터 2009. 3. 13. 18:27

 

 

어제 문득 혜화동에 나갔습니다. 비가 오는 혜화동 골목길에 자리 잡은 작은 이름모를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테이블이라곤 달랑 두개이고. 주인장은 베이스 기타를 치는 연주자 출신입니다. 오랜만에 LP 레코드가 가득한 서재 한쪽에서 가수 나훈아의 앨범을 찾아주셨습니다. 오아시스 레코드라고 적혀 있더군요. 그러고 보면 어린시절 집에는 LP판이 가득했습니다.

 

아버지는 클래식을 형은 메탈과 프로그래시브를 비롯, 당시 70년대 중후반에 걸쳐 참 많은 아티스트의 음악을 들으며 자랐지요. 핑크 플로이드는 언제 들어도,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지다, 물에 풀어낸 멍울이 다 지워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저는 초등학교 1학년 시절, <로보트태권브이> 앨범을 사달라고 졸라서, 원래 가수 퀸 앨범을 사려던 형을 졸라 사왔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 노래를 부르던 가수가 최호섭씨인가 그럴거에요. 지구 레코드, 성음, 오아시스같은 레코드 회사들의 이름이 참 낮익던 때였지요. 턴테이블 카트리지가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지면 명품이라고 불리던 시절, 청년들이 흔히 빽판이라 불리는 해적판 음반으로 서양가수들의 노래를 듣고 악보를 따기도 했던 시절입니다.

 

 새벽 5시까지 커피를 마시며 지하철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왠지 그러고 싶던 하루였어요

 

국민가수 나훈아의 1집 앨범엔, 젊은 시절 모습에는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거친 남성성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나훈아란 가수의 라이브를 들으면 왠만한 사람이 팬이 된다더군요. 저는 아쉽게 한번도 라이브를 보진 못했지만, 나훈아씨의 목소리는 정말 다양한 빛깔을 가졌습니다. 구성지면서도, 가슴 한구석을 후벼파기도 하고, 현학적인 멋을 내며 비평용어를 남발하던 대학시절의 모습과는 달리 점점 유연해진 제 모습을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가수로서의 자존심이 강한 분으로 알고 있어요. 재벌이 큰 돈을 준다고 해서 함부로 친척 / 가족 파티에 불려가 노래 하지도 않고, 멋지게 거절 하는 가수로 알려져 있기도 하죠. 어제처럼 밤새 비가 내린날엔, 나훈아씨의 목소리가 몸속에 점글어간달까. 그런 느낌이 왠지 좋아서 이렇게 포스팅도 해보네요. 다음을 찾아보니 아쉽게 1집 앨범 음원은 없네요. 그냥 여러분에게 대표곡 < 정> 하나 골라 띄워봅니다. 오래된 레코드 앨범의 표지 속에서 찾아낸 가수의 모습 속, 아름다운 청년시절과 노년의 모습이 동일한 그런 멋진 사람이 되어보고 싶습니다. 노래처럼 삶에 정이 가득해서 '고마 손 한번 잡아주이소' 해도 잡아주는 독자가 많은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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