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일상의 황홀

세상에서 제일 큰 책 vs. 제일 작은 책-서울에서 찾는 방법

패션 큐레이터 2009. 3. 19. 09:12

 

 

세상에는 다양한 박물관이 있다. 필자는 복식을 좋아해서 세계의 다양한 복식박물관을 다녔다. 벨기에의 레이스 박물관에서 로마의 구두 박물관에도 들렀다. 국내에는 그런 특이한 물품을 전시하는 곳이 없을까? 오늘은 이런 의문을 품는 분들을 위해 준비한 포스팅이다. 인사동에는 의외로 재미있는 박물관이 많다. 복식사 연구때문에 들르는 보나 장신구 박물관엔 중국/일본/한국 여인네들의 장신구를 다 볼수 있다. 이외에도 술을 빚고 옛 술잔을 모으는 감정협회 이사님이 하시는 예사랑이란 가게가 있다.

 

오늘 소개하는 곳은 화봉 책 박물관이다. 이곳에 가면 세계에서 제일 큰 책과 작은 책을 볼수 있다. 원래 성곡 미술관 가는 길에 있었는데 이번에 인사동으로 옮겼다. 책 수집가이자 출판전문경영인인 여승구 관장이 30년이 넘게 해외를 다니며 사비로 수집한 물품을 한 자리에 모아 전시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책, BHUTAN은 펼쳤을 때 152.4 cm × 203.2 cm다. 즉 2미터가 훌쩍 넘고 무게는 50킬로그램에 육박한다. 위대한 히말라야에 현존하는 낙원 부탄을 찍은 사진집인데 출판기술의 첨단을 이용하여 사진의 색상 수명이 100년 이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옆에는 기네스 인증서와 한글판 해석본이 있다.

 

 

다른 한편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책이 있다. 가로 세로 1mm의 세계로 구성된 책이다. 너무 작아서 확대경을 위치시켜 그 극소의 세계를 엄정하게 보여준다.

 

 

이 책의 제목은 Old King Cole이다. 1985년 영국 스코틀랜드의 그래니퍼 출판사에서 발행하여 세계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작은 책이다. 12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5년간에 걸쳐 다양한 인쇄상의 실험을 거쳐 오늘날의 가장 작은 책으로 등재되었다.

 

 

인간의 손으로 만들수 있는 가장 작은 책이라고 한다. 앞으로 디지털과 전자 기술로 더 작은 책을 만들수 있다고 하니, 극소경쟁이 어디까지 펼쳐질지 궁금하다. 총 85부가 인쇄되었고 화봉 책 박물관에 있는 83번 Old King Cole은 스코틀랜드의 전통적인 자장가라고 한다.

 

 

독일의 디 게슈탈텐 페어락 사에서 기계적인 방법으로 만든 책

확대경이 설치되어 있어 위에서 봐야 한다. 

 

 

1979년 일본의 돗판 주식회사에서 제작한 세계에서 3번째로 작은 책이다. 가로 세로 2mm이고 각권 16페이지로 되어 있다. 러시아 여행 중 우크라이나에 들러 극소 박물관에 들른 적이 있다. 머리카락 끝에 그린 그림, 바늘 귀 사이에 걸어놓은 보석 등. 극소의 세계를 손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은 놀랄만 했다. 책 또한 이런 기적의 일부임을 박물관에서 배우게 될 것이다.

 

화봉 책 박물관의 관장이신 여승구 선생님을 뵈었다. 박물관의 역사와 책을 수집하게 된 계기를 여쭈어 보았다.

 

"제가 화봉문고의 대표이기도 했고, 출판전문유통회사를 경영하면서 해외를 다닐 기회가 많았습니다. 새책을 팔아서 헌책을 사 모은 셈인데 30년을 하니 이렇게 박물관을 세울 정도가 되었어요. 책은 가장 훌륭한 역사의 기록물이고 책만큼 역사의 증거로서 확실하고 정확한 기록을 후세에 전달하는 수단은 없습니다. 우리는 지난 오랜 세월 주변 강대국의 심한 간섭을 받아왔으며, 이로 인하여 역사가 왜곡ㆍ훼손ㆍ단절되고 많은 전적 문화재들이 약탈되었습니다. 화봉문고는 책의 수집을 통하여 우리 책의 역사를 복원함으로써 굴절ㆍ훼손ㆍ왜곡된 역사를 새롭게 해석하고 새로운 민족사를 창조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30여년동안 이런 작업을 했어요"

 

왜 사람들은 이렇게 큰 책과 작은 책을 만들려고 했을까요? 그 이유가 뭔지 말씀해 주세요.

 

출판기술의 첨병이 담겨 있는 산물이죠. 마이크로 프린팅과 마이크로 바인딩과 같이 한 권의 책을 만드는 데 기여되는 기술의 향상과 그 수준을 자랑하기 위해 이렇게 각국에서 극소형태의 책을 만들려고 합니다. 원래 소형책을 만들기 시작한 건 이동의 편리함과 여행중에도 언제든 쉽게 책을 보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해요. 귀족부인들도 언제든지 가볍게 소매에 넣었다가 뺄수도 있고요.

 

이외에도 고서와 대동여지도를 비롯한 많은 유산들이 10만점이 넘는 책과 더불어 이곳에 소장되어 있다. 너무 늦게 알게 된 것이 오히려 부끄러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개인적으로 나 또한 책을 많이 사보고 모으는 편이지만, 과연 이런 깊이를 따라갈 수 있을까 싶다. 3개의 전시장엔 대동여지도를 비롯 우리 나라의 고서들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고, 세계의 소형책들이 구비되어 있어 북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겐 필수코너라고 한다.

 

 

옛 사람들도 이렇게 성형문자를 점토판 위에 새겼다고 한다 놀랍다. 손의 기능과 극미의 세계에 눈이 부실 정도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신구약성경이다. 25mm*45mm의 크기이며 876페이지란 두꺼운 페이지수를 자랑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도 궁금했다. 사도신경을 상아에 조각했다는데, 그 정교함에 놀라기 전

어떻게 이런 책을 만들수 있었을지, 19세기의 인쇄기술의 역사를 한번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896년 영국 글래스코의 FEA 게이스가 제작한 647페이지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불영사전이다.

이 사전을 보는 순간, 마치 옛날 사람들은 이런 작은 사전을 우리가 디지털로 정보를 압축해서 가지고 다니듯,

그렇게 하고 싶어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인사동을 참 자주 다녔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인사동엔 정말 들어가서 만나보고 확인해야 알수 있는 재미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사람을 만나다 보면 출판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자료도 얻는다. 야나기 무네요시가 쓴 수집 이야기란 책을 읽었다. 수집의 미학엔 한 사람의 삶 속에서 경이의 경험을 집약한 시간의 무늬가 녹아 있음을 알수 있었다. 단순한 호사가의 취미가 아니라, 한 나라의 문화적 아카이브가 되고 후세에 남겨질 자료를 기록하는 작업의 일환이 되는 것이다. 화봉 책 박물관 또한 그런 작업을 그치지 않고 있다. 이런 분들이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위치

안국역 6번 출구로 나가 직진하다 왼쪽으로 보이는 인사동 길로 들어간다. 오른쪽 길로 계속 직진하여 아트싸이드와 인사아트센터를 지난다. 해정병원입구와 전통찻집 인사동을 지나 오른쪽에 이건만 가게가 보이면 우회전하여 골목으로 들어간다. 조금만 걸어가면 오른쪽에 화봉갤러리 간판이 보인다.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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