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마음 미술관

일상 속 행복을 발견하고 싶을 때-김경옥의 조각

패션 큐레이터 2009. 3. 15. 19:53

 

 

새벽녁의 창가  45×25×60cm, 브론즈와 혼합매체, 2009

 

사람들은 흔히 일상이 진부하다고 말합니다.

반복되는 일들의 중첩 속에, 더 이상 발전없이 허물어져가는

것 같은 느낌만 든다고 하기도 하고, 마치 기계처럼 익숙해진 일상의 방식들이

답답하고 나를 옥죄는 것만 같다고 말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되돌아보면

그 진부한 일상만큼, 우리의 삶을 견고하게 지켜준 이도 없지 싶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조각가 김경옥의 작품은 지난 30년간 작가가

일관되게 추구해온 '일상속 평화'란 테마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한국의 아리스티드 마이욜이라고 불릴 만큼, 그의 작품 속

여인들은 하나같이 풍만한 신체를 갖고 있습니다.

모든 예술은 자기 반영적이란 말이 있지요.

 

그만큼 작품 속 모델은 사실은 화가 자신의 모습이거나

내면의 풍경이 투사된 대상이란 뜻일 겁니다.

 

 

눈쌓인 골목길 210*100*100cm 브론즈, 혼합재료, 2008

 

1978년 삼남매를 데리고 조각전을 열었던 노 작가는 올해로

16회째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소담한 일상과 중복된 하루하루의 무늬가

각인된 다양한 조각상이지만, 그 앞에서 느끼는 감정은 사못 성스럽고 감동적입니다.

우리의 일상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구나. 난 이렇게 소중한 일상의

배경 속에서 매일 매일 꽃으로 피어난 삶을 살았던 것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창가에서 25×20×40cm, 브론즈와 혼합매체, 2008

 

창가에 선 여인의 모습, 아이를 기다리는 엄마의 모습입니다.

유독 허벅지 부위를 두껍게 처리하는 신체상의 비율이지만, 그렇다고

여성적인 매력이 없지 않습니다. 오히려 봉싯한 가슴과 유두순이

그대로 보일 정도죠. 브론즈 조각에서 따스한 살냄새가

느껴져서 보고 또 보고 그랬습니다. 사실 전시회장을

두번 연속 들어가보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기억속의 보석들 60×60×180cm, 브론즈와 혼합매체, 2008

 

개인적으로 저는 이 작품이 참 좋더군요.

살아가는 일상의 편린을 마치 영화처럼 찍어 바라봅니다.

지금이야 디지털 환경으로 변화한 터라, 사진이나 이미지를 전자적으로

처리하지만, 예전 영화를 배울 땐, 필름을 잘라내고 붙이는 작업을 통해 영화 편집을

합니다. 감독이 찍은 화면에 관점을 더하고, 살을 붙이고  리듬을 창조하고, 보이지

않았던 것을 드러내는 작업이 편집의 묘미이자, 힘입니다. 이 작품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바로 그런것이었어요. 우리의 삶이

마치 영화필름을 모아둔 아카이브가 될수 있다는 점

누군가는 그 필름을 보면서 행복할수 있기에

더욱 예쁘게 살아야 겠다는 것이죠.

 

행복도 있고, 슬프고 상채기낸 아픔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덩어리를 잘 모으고 자르고 오려 붙임으로서, 탄탄한

생의 기억과 리듬을 만들수 있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삶의 가역적 특성이자

삶에서 건져내야할 보석같은 가르침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진을 찍으며, 브론즈와 혼합매체, 2007

 

며칠 전 호텔에서 고객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어느 노부부를

봤습니다. 분수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할머니와

그런 할머니를 위해 카메라 셔터를 맞추고 할아버지의 모습이었죠.

할아버지의 중절모를 대신 들고 있는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조리와 타이머를

맞출때까지 수줍은 표정으로 서 있었습니다. 두분이 참 행복해 보였어요.

이 작품을 보는데 그때 봤던 일상의 풍경이 오버랩 되더군요.

 

 

다리고 싶은 마음 66×95×150cm, 브론즈와 혼합매체, 2008

 

주말오후, 특히 일요일 저녁엔 저는 부산하게 다림질

장비를 꺼내놓고 세탁기에서 꺼낸 셔츠와 속옷 중 다림질이 필요한

아이템들을 꺼내놓고 다립니다. 스팀 다리미가 꽤 쓸만 합니다. 행굼과

탈수를 여러번 했는데도, 여전히 남아 있는듯한 세제냄새며 옷을 구성하는

직물특유의 향이 다림질을 하다보면 지워지는 것도 있고, 강화되는 것도 있습니다.

 

목을 항상 깨끗하게 씼는데도, 왜 와이셔츠의 목 부분엔

때가 잘 타는지, 세탁기를 돌려놓고도, 다시 손빨래를 합니다.

다림질을 통해 깨끗하게 주름을 펴면 마음 한 구석도 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참 좋습니다. 유독 다림질한 옷이 많은 건, 회식 후 고기냄새가 밸

일이 많은데, 페브리즈를 뿌리기 보단, 바로 바로 벗어서 세탁을 하거든요. 의상학을

좋아하다보니, 별의 별 내용들을 책으로 사서 공부합니다만, 직물의 종류에 따라

세탁하는 법을 익혔고, 사용하는 약품의 종류도 공부를 한적이 있는데

이 덕을 톡톡히 보고 있지요. 이 전시의 영어제목을 보니

 

Returning back to the Olds 였습니다.

오래된 것들로의 회귀라고나 할까요. 우리의 몸에 배어버린

작은 일상의 소소함이 빚어낸 행복과 평화가 브론즈 조각 마디마디에

소롯하게 배어나옵니다. 그래서일까 보면서도 참 행복했어요.

  

 

시간이 시계에게 묻다, 46×36×63cm, 브론즈와 혼합매체, 2008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었던 작품이 꽤 많습니다.

작가의 구력이 나타난 작품들, 그 질박한 표면의 조각과

탄탄하게 단순화되어 있는 신체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맘 한구석이 연두빛으로 차오릅니다. 봄날에 좋은 조각전 하나를

발견하게 되어서 정말 기분이 좋네요. 시간의 흐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때로는 눈을 돌려 바라봐야 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그때

여러분에게 보여진 세상이 아름답다면, 당신의 삶은 성공입니다.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봄 하늘의 노을 빛과 더불어 일상은

우리가 기대고 서야할 묵언의 세상입니다.

 

이제 한주의 시작이네요. 우리의 일상을 더욱

행복한 묵언의 무대로 만들어가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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