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규_목마른 참새_컬러인화_2005
작년 우리는 여배우 최진실을 비롯 여러 인기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을 접했습니다. 어제는 『꽃보다 남자』에 출연한 여배우의 자살소식을
들었지요. 아직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소식 자체로 마음이 부서지도록 아픕니다.
공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어느곳보다 경쟁의 강도가 치열한 연예계의 삶이 힘들었을까요?
젊은 배우의 죽음이 남의 문제가 아니란 것입니다. 죽음을 선택하는 방식이 자칫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자살의 충동에 매몰되지
않고 이를 극복하고, 내 안의 소중함을 찾는 것. 오늘은 이 목표를
위해 고른 사진작가 김선규의 생활소품 사진들을 올립니다.
김선규_밀짚모자 속의 행복_컬러인화_2005
미술사 속 작품을 통해 '자살의 테마'에 대해 다루어보려 했으나
이 보다는 '살고 싶은' 욕망을 가득 담아줄 그런 사진작품을 보여드리고 싶더군요.
삶이란 단어는 어떻게 접근하는가에 따라, 철학적일수도 있고, 그저 우리의
일상에서 편안하게 찾아낼 수 있는 보석이 될수도 있습니다. 목이말라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한방울의 물을 마시는 참새의 모습에서, 밀짚모자 아래서 피어나는 봄꽃들이며. 모두다 우리가 조금만
미시적인 생의 렌즈를 끼고 주변부를 찾아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멀지 않은
우리 옆의 우리 곁의 풍경임을 알수 있습니다.
김선규_밤섬 집오리꿈_컬러인화_2005
저녁에 퇴근한 후 글을 쓰다가 머리가 아프면 습관처럼 중랑천에 나가 속보 산책을 합니다.
주변에 치런하게 피어나있는 풀빛 머금은 벌레들의 소리가 12시가 넘은 늦은 시간, 제 귀에 들립니다.
물소리, 물과 어울린 바람소리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소리를 낸다는 건, 이 작은 삶의
반경속에서도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사건입니다.
김선규_보리피리_컬러인화_2005
나 뿐만 아니라 주변의 작은 생물들, 꽃의 운명과 물의 흐름, 도시의 콘크리트벽 사이에서도
생을 이어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수많은 존재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삶의 긴장을 자연스레 바라보도록 돕습니다.
김선규_생명을 찾아서(물속단풍)_컬러인화_2005
올해로 7년째 작가 김선규는 '생명을 찾아서' 연작 사진을 찍습니다.
시내 거리의 한복판, 때로는 낡고 허물어져 가는 고향집 마당까지 구석구석
미시적인 삶을 연명하는 존재들과 연애하기 위해, 연민과 동정의 렌즈를 맑게 닦아
그들의 표면을 포착하고 순간의 마술 속에 응고시킵니다.
이넘의 힘든 세상이라며 푸념하는 사람들의 날카로운 호흡 사이에서
그래도 생의 풍경을 구경이라도 해보고 죽어가겠다며 콘크리트 갈라진 틈새로
삐죽 고개를 내민 민들레며, 산란을 위해 자신의 신체보다 몇배는 높은 장애물을 뛰어넘는
잉어와 도시의 음식 쓰레기로 배를 채우는 비둘기며, 유기 고양이들까지.
우리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죽어가는 그들의 모습은 일종의
종교처럼, 우리에게 남루한 생의 옷을 그래도 버리지
말것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김선규_얼음속 새싹_컬러인화_2005
동결된 겨울의 환을 버티며
봄의 짦은 환희를 세상에 보여주기 위해
버티는 새싹의 운명. 우리는 화양연화의 순간만을
기억한 나머지, 그들이 그 순간의 행복과 화려함을 위해 어떤 고통을
견디며 이곳까지 왔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으려고 합니다.
꽃의 운명에는 피어남과 성장, 사멸과 다시 핌의
끊없는 순환적 양식들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흐드러지게 핀
봄꽃의 표피와 무늬에도 이들을 조형한 절대자의 지문과 사랑이 묻어있지요.
우리 주변부의 삶과 그 치열한 몸부림을 보며 일종의 예배로 삼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들처럼 우리도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선규_중랑천 잉어의 꿈_컬러인화_2005
OECD 기준으로 자살율이 가장 높은 나라
청소년들의 자살비율이 하늘을 찌르는 나라. 서민들의 삶은 무거워진
경제난국으로 버겁고 상처와 탄식으로 남루하게 기운 생의 타피스트리가 생의 곳곳에
펼쳐집니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생의 남루한 옷을 함부로 벗어서는 안됩니다.
중랑천을 뛰어넘는 잉어의 꿈보다 더 소중한 꿈이 당신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할수있어요. 다시 일어나요. 다시 한번 해봐요.
굴하지 않는 보석같은 마음을 되찾고 이제 힘겹게
우리에게 건너온 봄이란 아름다운 계절 앞에 당당하게 서세요.
저도 많이 힘들어요. 때로는 회사일로, 글을 쓰는 일로 아파요, 여전히 사람들을 쉽게
믿었다가 사기도 당하고, 가족들에게 때론 인정받지 못해요. 좋아하는 분야는
저를 외롭게 만듦니다. 타인들에게 퍼주기만 하면서 감정의 자산을
쌓기보단 토해버려서, 그 질퍽한 토사물 앞에서 서성 거리는 적자 상태를
헤메일때도 있어요. 그래도 굴하고 싶지 않아요.
후회하지 않아요. 끝까지 버틸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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