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선_구름잠옷_장지에 담채_91×116.7cm_2007
저는 개인적으로 일상을 그린 그림을 좋아합니다.
풍속화란 꼭 과거의 모습과 풍속을 다룬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기에, 우리삶의 유연한 곡선으로
그려진 그림 들은 하나같이 정감이 가는 풍속화입니다.
퇴근길에 증권회사에 있는 대학동창을 만났습니다.
영화 동아리를 하면서 알게 된 친구였습니다. 물리학도였는데
과감하게 대학원에서 계량경영을 전공한 이 재원은 요즘 힘들다는
애널리스트 역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골드 미스인데, 집안에선 시집 안가고 버티는 왠수 덩어리라며
매일 매일 엄마와 부딛치게 되는 일이 싫다며 늦게 들어가려 합니다.
집에 들어가봐야 맨날 싸운다나요......
최정선_honeybee-낮잠_장지에 담채, 깃털_31×37cm_2007
저도 툭하면 엄마와 말다툼을 하게 될때가 있습니다.
"잘 키워놨더니, 가래는 장개는 안가고 늙은 엄마를 괴롭힌다"는 것이
항상 반복되는 테마이자, 잔소리의 요지입니다.
그래도 집에서는 막내로 자란터라, 가장 엄마의 가슴을
많이 만지고(?) 산 아들입니다. 다른 두 아들에 비해선 애교도 많고
나름대로는 장난도 잘 치고 말도 잘 거는데, 원체 무뚝뚝한
성향의 엄마 밑에서 애교쟁이 아들이 나왔다는 건 기적입니다.
최정선_honeybee2_장지에 담채, pompom_47×73cm_2007
최정선의 그림 속 아이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습니다.
가족 구성원이 삶의 편린을 이루고, 주요한 타자가 되는 것. 그래서 가족을
이루고 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도 힘든 일임을 같은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새로 배웁니다.
남은 자투리 시간을 빌어 아이들의 얼굴을 그리고
숨가쁘고 고단한 일상의 흔적들을 아이들의 표정 속에서 지우려하는
화가의 단아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여러감정들이 모델을 그리는
과정에서 중첩되지 않을까요. 아이를 키우는 마음이 어디 항상 곱기만 할까요?
미운 9살이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겠습니까?
수묵의 은은한 번짐과 약간의 담채를 곁들여낸 일상의
풍경속엔, 벌 모양의 옷을 입은 아이들과 귀여운 소품들이 자리하고
모필의 예민한 선으로 올곧게 그려낸 아이들의 표정속엔
화가인 엄마의 소망과 순간이 있습니다. 순간 순간을 염원으로
채우는 작은 기도문이 읽혀질 것 만 같습니다.
이홍원_벌스기_종이 부조에 채색_60.6×72.7cm_1992
자기의 뱃속에서 나와서, 생물학적 연대감을 구성한다는
이 땅의 엄마와 자식간의 관계도, 사실 품을 떠나면 자식이 아니란 말처럼
소원해지기 쉽고, 예전의 추억만큼의 무게를 담보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서운한 감정을 마냥 안고가기도 힘듭니다.
아이를 키워 세상에 보내는 필연적인 과정이기 때문이겠죠.
그저 '딱 너같은 애 하나 낳아서 키워보라'는 말엔
수천편의 심리학과 교육학 논문이 대신할 수 없는 무게가
녹아 있음을 배우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홍원_애기보기_종이 부조에 채색_45.5×53cm_1991
세상의 엄마들을 만날 때마다 하나같이 '이쁜것도 한때다'라고
푸념을 늘어놓는 걸 자주 듣습니다. 제가 아기들 좋아해서 툭하면 입맞추고
이뻐하는 걸 보면 하나같이 엄마들이 그러죠. '이때만 이뻐요'라고요.
교육때문에, 엄친아와 엄친딸 때문에 아이가 미운 엄마들에게
인도의 성자 타고르가 했던 말을 전합니다.
아이들을 너의 생각 안에 가두는 일이 없도록 할지니
그들은 너와는 다른 시절에 태어나지 않았는가?
아이들은 낳은 일을 영어로 Deliver라고 합니다
왜 배달한다는 뜻을 썼을까요. 그만큼 하늘에서 우리에게
선물로 배달된 존재임을 말하기 위해서일겁니다. 오늘도 엄친아와
엄친딸로 인해, 그저 비교의 칼날을 키우고 벼리는 세상의
엄마들에게, 당신의 행복한 선물은 여전히
아름답게 자라고 있음을 믿으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들, 행복하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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