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령_꿈꾸는 창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8×91cm_2008
겨울 기운이 차갑습니다. 볼에 와닿는 냉감각이
피부의 돌기를 소롯하게 발기시키는 겨울은, 얼굴에 긴장감을
주기에 한편으론 좋습니다. 늘어지지 않고 차진 느낌의 얼굴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 라디오 방송에선 <빗속을 질주하는 법>이란 소설을 소개했습니다.
마음이 아프면, 감각이 둔해지는 법인데, 이 소설의 주인공 엔조는
특유의 후각으로 주인을 지키고 껴안으며 살아갑니다.
작가 반미령의 그림을 보는 시간은 행복합니다.
일상의 무게에 지칠때, 호흡이 토하는 곡선을 백지에 그려보면
그의 일상이, 그 무게가, 그 스트레스가 보입니다. 반미령이 그린 섬세한 풍경과
은유적인 사물들은 우리에게 지친 자신을 바라보며, 내면의 황폐함을
복구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좋습니다. 그림을 보며 복식호흡 훈련을 해봅니다.
반미령_신세계를 꿈꾸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62cm_2008
신세계를 꿈꾸며 살아가는 인생, 저너머의 세상엔 우리가 기다리는 것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바로 지금, 운명이 결박 지어준 모든 것을 수용하고
사랑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현실의 무대에서, 배우로 살아가는 우리가
상처를 껴안고 자기 치유의 길로 가는 최고의 방법이지요.
반미령_신세계를 꿈꾸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62cm_2008
영화로도 유명한 헤밍웨이의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란 작품을 잘 아실겁니다. 이 작품의 원제는 영국출신의 시인인 존 던의 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지구상의 모든 인간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홀로 섬같이 존재하는 인간은
하나도 없으며 한 사람의 상실은 곧 우리 모두의 상실로 이어진다. 고로 누가 죽어서 울리는 조종이
있거든 저 종이 누구를 위하여 울리는 종인가를 묻기 위해 사람을 보내지 말지니
그 종은 바로 너를 위해 울리는 종이기 때문이다"
전후좌우 서로가 응결된 영혼으로 묶여 있는 것
이 세상의 법칙이 제대로 운용되고, 그 속에서 행복을 누리는 곳이
바로 신세계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반미령_꿈꾸는 창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27×162cm_2008
미술로 사람의 아픈 마음을 안아주는 치유 에세이를
써 보겠노라 시작을 했고, 이제 마무리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글의 8할은 사람에 대한 사랑, 관심, 나만큼 아프고, 혹은 당신만큼 아픈 나를 위해
썼던 글을 다시 수정하고 살을 보텐 것일 뿐, 화려한 이론이나, 심리학의 방법론이 원용된 책은
아닐것 같습니다. 책을 쓰는 동안, 저 스스로 많이 행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집에 들어와 균형잡힌 식사를 하고, 물을 많이 마셨고, 산책을 했고,
근육운동도 곁들여 했습니다. 추운 겨울 기운에 따스한
볼이 맞닿아 만들어낸 냉온감각이 좋습니다.
작은 행복에 감사하며, 글을 쓰며 스스로
치유되는 마음이 좋습니다. 더불어 감사합니다.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이, 행복의 종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꿈꾸는 창 너머에 있기도
하고 이미 들어와 푸르게 영글어가는 내 안의 종소리도 이제는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쓸수 있는
시간과 공간 기회를 얻게 되어 감사할 뿐이지요. 아마도 하늘에 제게 아픔을
견인하는 선물을 주시려고, 이 책을 쓰게 하시나 봅니다.
여러분에게 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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