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_나의 고통이 나무가 되어_종이, 철, 진주, 산호, 원석_가변설치_2008
블로그 공간을 통해
오늘은 11년간 한번도 써보지 않은 포스팅을
하게 됩니다. 간단하게 줄이겠습니다.
쉬고 싶습니다.
지금으로 부터 11년전 11월 11일
문화의 제국이란 칼럼을 시작하며 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이제 쉴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유미_믿어줘_종이, 철, 자석_가변설치_2008
많이 힙듭니다.
가을을 탄다고 하기엔, 많은 일과, 책임져야 할 직원도
많고, 써야할 글이 산더미입니다. 오랜세월 해우소로 활동하면서
그 마음들, 앙금들, 받아들이며 함께 곰삭이며 치유하느라 힘들었습니다.
이유미_눈물_종이, 칠 작업_가변설치_2008
여러분들이 그렇게도 어렵고 버겁고
힘들다고 제게 말할때, 저는 참 힘들었습니다.
정신과의사도 아니고, 그저 들어주는 것으로 역할을 했습니다만
남은 건, 지친 마음입니다. 하지만 아프거나 상처를 받은 것은 아닙니다.
이유미_이 꽃이 지기 전에_종이, 철, 금박, 산호, 자석_가변설치_2008
이 꽃이 지기 전에 돌아오려 합니다.
쉼의 시간표를 그린 후 돌아올게요. 오래 걸릴것 같습니다.
포스트는 남겨두고 갑니다. 이 공간은 그냥 남겨두고 갑니다.
그동안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소통의 문법을 찾으며, 타인을 통해
성숙할 수 있었고, 저 또한 우기의 관절염처럼, 영혼의 뼈조각 마디마디
지치도록 여러분들 사랑하며 살았던 시간입니다. 그런 경험을
언제 다시 한번 해볼수 있을까 싶네요. 행복하세요.
이말 밖에는 드릴 수 없어서 죄송합니다.
많이 많이 미안합니다......
또 멍하니 습관처럼 이곳에 들어옵니다.
보내주신 사랑 고이접어 마음에 들여놓습니다.
치유에 대한 미술 에세이랍시고, 준비하며 배운 한 가지 사실은
치유가 필요한 건, 오히려 저라는 사실과, 상처의 쓴 뿌리는
온라인 공간의 복작스러움이나, 오가는 화냄의 말이 아니란 점이었습니다.
지난 세월, 온라인에서,
감성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려고 발버둥 친것도
어떤 결과값을 내려한 욕심이 내재되어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어느 누구도, 정신과 의사도, 뛰어난 임상 심리학자도
사람을 치유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냥
그 사람의 고통의 자리에 함께 있어 줄뿐......
이제 교만의 마음을 버립니다.
두 번째 책을 앞두고, 제 자신을 되돌아보고,
정말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치료가 아닌 치유의
메세지가 전달되는 그림과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글을 쓸수록 두렵습니다. 진정성을 잃은 글은
오래갈 수 없기 때문임을 배웠으니까요.
정말 놀라운 건, 블로그를 오랜동안 쓰면서
내가 글을 쓸때 울었던 글은, 이상하리 만치 독자들도 함께 울고
환하게 웃었던 리뷰는 여러분도 웃는다는 걸 발견한 것입니다.
'글로 사람을 전염시킬수 있구나.....그런거구나'
안식을 위해 잠시 여러분을 떠나는 시간
내게 힘을 주는 이들을 위해, 부족한 글이 여러분의
상처받은 마음, 조금이나마 위로하였음에 감사할 뿐입니다.
블로그가 항상 'on Air'의 상태가 되어야 안심을 하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마치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분리불안' 심리처럼 말이죠. 얼굴도 모르는
불특정 사람들에게 왜 그리 많은 애정을 쏟으며 자신의 힘을 소비하느냐는 비난을 받습니다.
긍정의 힘과 희망은 전염성 바이러스와 같아서 이 온라인 공간에서도
클릭을 한 순간, 진심을 담아 글을 쓰는 이의 공간에선 반드시
그 마음이 통하리란 작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여러분은
그 믿음을 확증시켜 주신 분들입니다.
그 진심이 진정성을 잃어서는 안되기에, 보고싶은 자식을
떼는 마음으로 오히려 분리의 감정에 도전해 보려 합니다. 분리되었으되
나의 나됨을 인정하고 사랑하고, 내가 애정을 쏟았던 이들을, 더욱 따스함으로 안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존감을 회복한 사람이 되어 돌아 오겠습니다.
마음의 생채기,상처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는
환한 연두빛 희망이 되어 돌아오겠습니다. 저는 꼭 해낼거에요.
우리에겐 믿음이 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정확하게 글을 쓴지 이틀만에
가장 많은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상처때문에, 혹은 지쳐서가 아니라, 몰입을 위한 호흡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치유를 위한 글이니만큼
지식을 통해 쓴 <샤넬 미술관에 가다>와는 완전히 다른 글이 나와야 합니다.
블로그를 아주 잠시 닫는 동안도 라디오와 웹진, 신문연재도 할겁니다.
제게 있어 글이 호흡일진데, 어찌 글을 접겠습니까.
꼭 믿어주시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이곳에 매혹되고 중독되었듯, 많은 분들도
그런 증상을 보이는 분들이 있을거에요. 그 사랑은 고맙고
힘이 되지만, 되돌아보면, 이 또한 중독일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없어도 꿋꿋한 여러분, 항상 그래왔듯 이곳에서
일상의 황홀을 발견하고, 주변을 껴안는 여러분이
되실거라고 저는 믿는답니다.
긴 호흡을 위해 잠시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러분이 절 내치셔도 제가 못 떠나요. 그러니 걱정마세요.
빨리 숨을 고르고, 텍스트를 정리한 후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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