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돼지꿈을 꾸고 싶을 때 보는 그림-돼지 예찬

패션 큐레이터 2008. 12. 2. 01:12

 


임성희_꽃이되고파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5.5cm_2008

 
벌써 12월입니다. 이제 한달도 채 남지 않은
2008년, 지나온 날들, 앙금이 되어 남아 있는 문제들, 미해결의 계약건
마무리 짓지 못한 원고들, 송고해야 할 신문사 원고와 웹진 원고를 쓰느라
밤을 새우고 있습니다. 경제한파가 불어닥친 요즘, 로또열풍이
다시 불어닥치고 있다지요?
 
작가 임성희가 그린 돼지들을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물론 현실 속 돼지들이 아니겠지요. 누가 꽃분홍 립스틱을 바르고
보기에도 시원한 청색 선글래스를 쓰고 셀카를 찍겠습니까?
우화 속에 동물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동물의 모습을 빌어 인간의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지요. 임성희의 그림 속 상상력이 자유로운 작품 속엔
지금 '우리가 잡고 싶은, 꾸고 싶은 꿈의 대상'이 포즈를 취합니다.

 



임성희_미스'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5.5cm_2008
 
별사탕과 분홍빛 페디케어까지 받은
미스 진 돼지가 어떤가요?  최근 오정희 선생님의 신작이 나왔습니다.
예전 글을 잘 쓰고 싶다고 말했을 때, 문학가 예비 지망생인 친구가 대한민국에는
필사를 해야 할 두 사람의 작가가 있는데 그 중의 한명이 바로 오정희 선생님이라 하더군요.
그 후부터 김훈과 더불어 오정희의 글은 항상 일기장에 적어 놓는 제 위안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나온 작품집 제목이 끌립니다. <돼지꿈>. 중년을 위한 소설입니다.

"세상을 알아간다는 것이 한 때의 기대와 열정을 조금씩 포기하고 생활이라는
괴물과 타협하는 과정이라는 것은 참으로 비감하고도 서글픈 일이다. 애초에 인생이
우리에게 약속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평범하고 단조로워 보이는
 일상의 한 겹 안쪽을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실핏줄처럼 섬세하고 복잡하게 얽힌 기쁨, 열망, 사랑, 슬픔, 분노 등이
삶을 이루며 흐르고 있다. 우리네 인생이란 이 같은 추상적 단면들이 이루는 무늬의 연속이리라. 하지만
어느 한 순간 찾아오는 섬뜩한 삶의 진실이 반드시 비애를 동반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세상 살아가는 누구든 그 애환이 일렁이는 마음의 무늬는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공감이 생의 작은 위안이 될지도 모른다." 
 
경제한파가 불어닥친 비정의 도시, 서울의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앉아있습니다. 많이 힘듭니다. 정말 먹고 사는 것이 이렇게
힘든지 몰랐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세상을 알아간다는 것은, 누가 정권을 잡는지
혹은 정치적 권력의 메트릭스를 그리는 자들이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생활이라는 그 괴물과
친숙한 관계가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임성희_pm 2:00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50×120cm_2008
 
피곤함에 쩔어 집에 들어오면, 써야 할 원고가 가득하고
읽어며 줄을 그어야 할 책들은 산재되어 있습니다. 물론 책을 읽는 시간은
행복합니다. 오늘은 방송에서 소설가 공선옥씨가 쓴 음식 에세이 <행복한 만찬>과
미술치료서인 <상처받은 마음의 성형>이란 두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따뜻한 밥상을 먹어본지 오래입니다. 돼지처럼 잘 먹자 하지만
그저 잘 먹는 것을 자랑하기엔, 이 땅의 식재료가 그리 튼실하지 못합니다.
아니 안전하지 않습니다. GMO 곡류가 판을 치고, 자기 종을 먹여 키운 쇠고기가
싸고 질이 좋다며 상에 오르는 세상, 일부러 먹지 않으면 곤봉으로 사람을 내려치고 강압하는 세상
그러면서 정작 권력자, 자신들은 먹지 않는 그 식재료 앞에서 사죄합니다.우리와 당신의 관계가
일그러져서 생긴 일임을 일그러짐의 바탕엔 우리의 탐욕이 있음을 고백합니다.

 

상처받은 마음이 너무 많습니다. 사람들의 표정이 밝지 않고

어두움 일색입니다. 제가 종종 들르던 야학 선생님은 이제 아이들 빵조각이라도 사주던

보조금이 끊어졌다며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돼지 두루치기에 소주 한잔 사주면서

동생을 다독입니다. 세상이 힘들수록, 껴안아야 하고 연대해야 합니다.




임성희_행복한중독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7×130cm_2008

 

정말 돼지꿈 한번 제대로 꾸고 싶습니다.

로또가 되면 뭘 가장 먼저 해볼까요? 기부라고 우선은 적어놓습니다.

글을 쓰고, 강의를 하고, 방송을 하고, 회사를 운영하면서 제 자신의 먹거리는

어느 정도 확보하고 살아가기에, 가뜩이나 불어나는 몸을 더 채우기위해 잉여 단백질을 가득

채우는 일은 별로 하고 싶진 않습니다. 팔각밥상에 수런수런 모여 앉아

싱그런 보리밥에, 동초에, 파릇한 부추로 전을 부치고, 호박무침, 싱싱한 파래무침의 바다냄새

가득채워 아이들과 먹고 싶습니다. 여기에 따스한 다슬기탕이 곁들여지면 더 좋겠죠.

이런 밥상이라면 돼지같이 먹어도 좋습니다. 나눔을 가득채운 밥상은

언제 먹어도 힘이 나고, 초록빛 희망이 싹틉니다.

 

12월 17일 미숙아들을 위한 산타 클로즈 되기에 신청을 했습니다.

꼭 좋은 답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에게 예쁜 선물도 주고, 안아주고 싶습니다.

행복의 돼지꿈을 꾸고,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네요. 도와야할 이들이 많습니다.

넉넉지 못한 아픔의 존재 앞에서, 울지 않는 제가 되길 바랍니다.

임성희의 행복한 돼지 그림들을 물끄러미 바라 봅니다.

일 주일간 계속 보면 정말 꿈을 꾸려나요?

 

어여 어여 돼지꿈 꾸고 부자 되세요! 

 


저는 올해 초 돼지꿈을 꾸었습니다. 그 꿈은 이루어졌습니다. 이곳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 사랑을 얻었고, 마음을 얻었습니다. <샤넬 미술관에 가다>란 책도 내었고

반응이 좋아 오늘 3쇄 인쇄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출판사를 통해 들었습니다.

미약한 사람에게 베풀어주신 사랑, 그 따스함 꼭 간직하며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