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당신의 슬픈 굿모닝-시멘트로 만든 길고양이 조각

패션 큐레이터 2008. 11. 5. 01:06

 


김경화_길고양이들_시멘트_가변설치_2006~2007

오늘 퇴근길에 책방에 갔다. 자주 가는 곳은 외서부와

예술코너, 인문코너 순인데, 오늘은 친구의 조카를 위해 한권의 책을

골라줘야 했다. 제목은 <냥이를 위한 건배> 말 그대로 길고양이를 키우는 꼬마아이

데이브의 이야기다. 종종 어둑시근한 밤이 되면 오전나절부터 볕이

잘 들지 않았던 눅눅한 골목길과 쓰레기통 주변에는

고양이들이 몰려든다.

 


김경화_길고양이와 도시의 비둘기_시멘트, 콘크리트_가변설치_2006~2007

 

<냥이를 위한 건배>는 변호사 아빠를 둔 잘 나가는 집안의

아이 데이브가 이웃집 케이즈 아줌마가 준 길 고양이를 키우면서

세상에 눈을 뜨고, 고양이를 통해 확장되는 심성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다.

꼬마아이가 사춘기로 접어들며 겪는 성장통을 고양이와 함께 풀어가는

과정이 내겐 곱게만 느껴진다. 도시 공간에서 떠도는 망령처럼, 시멘트로 지은

막막한 도시의 한구석, 그르릉 거리는 고양이의 울음은

왠지 모를 슬픔을 삶의 표면위로 끌어올린다.




김경화_도시의 비둘기_시멘트, 콘크리트_가변설치_2007

 

김경화는 시멘트로 길 고양이와 비둘기떼를 만들어 설치작업을 했다.

그에게 있어 길 고양이와 비둘기떼는 삭막한 도시속의 집시와 다를바 없다.

자신의 터전을 잃어버린 존재의 상징이자, 자본주의가 가진

힘에서 소외된 자들의 상징이다.



김경화_길고양이들_시멘트_가변설치_2006~2007


고양이들의 눈을 볼때 마다 일종의 신비감이 느껴진다.

우선 동공의 형태부터가 매서움과 더불어, 초생달이 포개어져

있는 듯한 눈망울엔, 맑은 눈물이 흘러 커다란 빛을 이룬다.

밤이 되면 더욱 강렬한 빛을 내면에서 투사하는지 환하게 빛난다.



김경화-길고양이들_시멘트_가변설치_2006~2007

 

작가가 왜 시멘트로 길고양이와 비둘기떼를 만들려고 했을까

작가 노트를 보니, 시멘트란 고도 성장의 산물로 건물이 폐허가 된 후 남는 부산물로

도시 속 생물들을 채워내고 싶었다고 했다.



김경화-길고양이들_시멘트_가변설치_2006~2007

 

두 귀가 쫑긋한 갈색털의 고양이가 몸을 동그랗게

하고선 하오의 따분한 햇살을 몸에 받고 있다. 쓰레기통과 길 고양이

비둘기떼가 만추의 늦은 하늘 아래를 깨끔발을 하고 걷는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경건하다. 길가를 떠도는 길 고양이와 비둘기때는

바로 도시 내에서 부정된 존재지만, 이들은 스스로를 긍정하며

이 비정의 공간을 따스하게 채워간다.

 

길 위를 떠돈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자

그러는 당신은 얼마나 길 위에서 진정한 생의 모습을

달 빛 아래 비춰보았는지 자문해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