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 테일러_A curious feeling_안료, 잉크젯 프린트_92×92cm_2006
미술의 역사는 흔히 '상상력'을 얻기 위한 인간의
노력의 역사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상상력이란 신의 선물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지요. 학습하고 투쟁하고, 사물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을 정립하고, 표현하며, 그 과정에서 획득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풍경화 혹은 풍경사진 하면
최근 무한증식되며 모든 이들이 들고 다니는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낸 아름다운 자연이나, 사물의 모습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인상주의란 미술사조도
결국 사진의 등장과 더불어, 회화가 자신만의 언어를 습득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라고 봐야 합니다. 스튜디오에서 모델을 놓고
그림을 그렸던 이들이 자연과 외광 속으로 들어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빛의 변화, 그 속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물과 인간과 자연을 그린 것이죠.
메기 테일러_But who has won_안료, 잉크젯 프린트_92×92cm_2007
사실 인상주의 그림이 예쁘다고만 하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햇살 아래 빛나는 파리의 풍경 뿐만 아니라, 어둡고 눅눅한, 파리의 밤도
그렸지요. 사회적 모순과 당시 부상하던 소비사회의 한 단면도 그렸습니다.
<샤넬 미술관에 가다>에서 저는 마네가 그린 <폴리베르제르의 바>에
나온 여자 바텐더의 의상을 분석했지요. 원나잇 스탠드를 위해
나와 있는 '젠체'하는 당시 남자들의 모습에 대해서
논평을 한 적이 있습니다. 도덕주의자 마네는
어둑시근한 시선으로 파리를 그렸다고요.
메기 테일러_Garden_안료, 잉크젯 프린트_92×92cm_2005
결국 인상주의는 빛의 과학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사회학적인 풍경화를 그릴수 있었습니다. 이제 이런 풍경장르는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갑니다. 바로 초현실의 세계를 그리거나 포착하는
작품들이 나오게 되는 것이죠. 오늘 소개하는 메기 테일러의 작품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녀는 꿈을 기억하고 이것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합니다.
사실 제가 그녀의 작업을 좋아하는 건 작품을 볼때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연상하게 하는 초현실성이 무겁지 않게 우리를 편하게 하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메기 테일러_I suppose you'll be telling me next that you never tasted an egg!
_안료잉크젯 프린트_56×56cm_2006
사람들은 참 편하게 '초현실주의'란 단어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현실을 초월하는 것 정도로 이해하지요.
하지만 왜 초월하려고 하는지, 작가는 왜 이런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툭하면 고등학교 미술 교과서에서 본
달리의 <기억의 고집>이 초현실주의 작품의 정수다....정도로 외우고 다니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초현실주의란 개념을 일일이
누구는 이랬다, 어느 학교의 저명한 누구는 이렇게 설명했다는 식의
정의보다, 초현실이란 걸 만들고 싶었던 사람들은 그만큼 현실의 세계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가졌던 사람일거라고요. 지금 당장 보여지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 이면, 혹은 속살에 배어있을 이상적인
면모들을 믿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러니 현실을
초극해서 우리가 가져야 할 이상적인
꿈과 면모를 그리거나 사진으로 찍고 싶었을테지요.
메기 테일러_It's getting late_안료, 잉크젯 프린트_92×92cm_2006
메기 테일러의 작품을 볼때마다 작품 속 세계 속에
빠져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경제 지수는 제로를 향해가고
촛불은 다시 점화되고, 세계 언론은 한국의 경제항로에 대해 부정적인 논평만
쏟아내고 있는 지금, 수장이란 자의 횡보는 그저 '로우키(얼굴 숨기기)' 정책을 통해
감추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747 정책이 주가지수로 현실화 될지도 모를
이 위기의 상황에서 이 땅의 수장과, 극우 보수세력들의 무능
그저 남의 탓, 전 정권 비판으로만 칼날을 피하는
정치인들을 보는 현실은 소롯합니다.
피하고 싶은 현실이지요. 너무나도 꿈 속으로 퇴행하고
싶을 정도로, 무거운 현실이 눈앞에, 사회속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메기 테일러_The patient gardener_안료, 잉크젯 프린트_105×105cm_2007
메기 테일러는 자신의 사진 작업을 위해
가장 핵심이 되어야 할 도구인 카메라 보다 평판 스캐너와 컴퓨터, 포토샵과 같은
이미지 프로그램을 사용합니다. 온라인 경매를 통해 사 모은 오브제나 이미지를 결합하고
지우고, 결합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길게는 6개월이 넘는 시간에 걸쳐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고 알려져 있죠.
상상력은 하나의 상징을 만들어 냅니다.
여러분......그거 알고 계세요? 상징(Symbol)이란 것도 결국은
쪼개어진 이미지의 한 부분이란 뜻을 갖는다는 걸 말이에요. 그만큼 상상력도
우리 주변, 익숙한 사물과 언어와 의미들을 새롭게 조합하고
조립하고 구성할때 생겨나는 것이랍니다.
제게 이 삭막하고 어두운 현실을 재조합하고
조립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만큼 지금은
위기상황이고 우리는 그 속에서 정신적 공황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메기 테일러_These strange advedtures_안료, 잉크젯 프린트_92×92cm_2006
요즘 회사도 어렵고, 중소기업들은 너무 버겹습니다.
생의 굴레란 표현을 쓰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패션분야는 거의 초죽음 상태입니다. 이럴땐 작품 속 꿈의 세계로
토끼랑 대화나 나눌까 봅니다. 피할수 없으면 즐기라지만 경제는
피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지요. 경영학을 공부한 제겐 이 현실이 막막합니다.
심리적 공황과 싸우고 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공포심
우리안에 있는 두려움과 대면해야 할 시기입니다.
차은주의 목소리로 듣는 <행복을 주는 사람>을 띄웁니다
최근에 알게 된 가수인데, 드럼을 스틱대신 맨손으로 연주해서
그 느낌이 색다르네요. 어쿠스틱 사운드가 디지털에 지친 여러분에게
노래 가사처럼 서로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자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Smile in your eyes란 앨범에 수록된 곡이에요.
이 글을 읽으실 때쯤 저는 강릉에 가 있을 거 같네요.
오늘 하루 자연 속에서 마음의 예배를 드려야 할 듯 합니다.
두번째 책 탈고 때문에 머리도 식힐 겸, 생각거리들을 둘러매고, 바다를
보러가려고요. 다녀와서 글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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