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고문경찰 이근안에게-난 당신의 값싼 회개를 믿지 않는다

패션 큐레이터 2008. 11. 3. 18:59

 


김안식_repentance_람다 프린트_70×95cm_2008

 

1980년대 경기도경찰청 공안실장 시절 고문기술자로 악명을 떨쳤던

이근안씨가 목사가 되었다. 좋다. 이미 그는 사회가 내릴수 있는 죄값을 받았다.

 기독교계가 환영한다는 데, 왜 환영을 할까 생각해보니, 대형교회들을 비롯해서

이 사람만큼이나 간증이란 형식을 통해 값싼 눈물을 주기에 좋은

회심한 인간의 모델이 어디있겠나 싶냐는 생각이 들었다.

 

출소 이틀 만에 160여군데의 교회에 초빙되었다니

그 인기야 말로 할수 없으리라. 탕자의 비유를 들먹이며, 다메섹 도상에서

회심한 사도바울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간증을 할까 두렵다. 신 앞에서 용서받은 인간은

그가 지은 죄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처리해야 할 이들을 찾아가 용서를 빌어야 한다.

내가 한 말이 아니라, 성경에 엄정하게 쓰여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땅의 목사들은 이 부분은 쓰윽.....지워버린다.

 

영혼의 속건제를 위해, 당신이 아프게 한 이들에게

나아가길 바란다. 예배와 일상이 하나인 삶을 살아야 하는 목사가

되길 바란다면 말이다. 진정으로 충언을 드린다.

 

 


김안식_desire_람다 프린트_70×95cm_2008

 

기독교계가 찬성이니 다 좋은 것(?)이란

말을 듣기에는 여전히 불편하다. 친일부역에 앞장선 목사들은

그저 죽을 때가 되어서야 "제가 죄인이었다"고 고백한 한경직을 필두로 하여

여전히 자신의 음험한 범죄에 대해 철저하게 눈감는 이땅의 개신교 목사들과 친일행각에 대해

골방신학과 값싼 구원론을 퍼뜨리며 자신의 죄의식을 철저하게 은닉한 목사들에게

그의 간증은 가장 완벽한 성경의 '메타노이아' 즉 회심이다.

 

고문에 대한 참회는 없어보인다. 그는 당장 최근의 간증에서도

빨갱이를 잡았을 뿐인데, 자신이 역적이 되어 있었다는 식의 발언들을 했다.

자신의 가장 큰 피해자 김근태 전 장관과는 2005년 12월 31일에 김 전 장관이 교도소로

찾아와서 끌어안고 화해했다는 부분을 굉장히 강조하고 다니는 모양이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이 글만 읽어서는 김 전 장관이 오히려 무고한 자를

감옥에 가둔 것 같은 냄새가 나게 말을 한 것 같아 매우 불쾌하다.

 

김안식의 회개와 욕망에 관한 사진을 보고 있자니

마치 예전 공안실에서 취조하던 그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작가는 폐허의 헐벗은 공간 위에 풍경을 연출한다. 그러나 이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스하다. 무질서하게 던져진 사물에 질서를 부여하고 찢어진 상처를 깊고

봉합하는 것은 치유를 꿈꾸는 작가의 욕망이다. 진정한 치유를 위해서 뭘 해야 할까.

기억을 복원시키되 그 기억은 단지 당신의 개인사적인 기억을 떠올리며

회개하고 면죄부를 얻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회개에는 가시적인 변화와 합당한 열매가 동반되어야 한다.

이근안씨 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이 할 일은 교회를 따라다니며

사례비를 챙기며 간증을 하는 일이 아니라, 당신이 상처를 준 이들을 찾아,

뒤를 돌아보고 참회의 모습을 보이고, 그들의 손을 잡고 용서를 구하는 일이다.

나아가 피해자와 가해자를 만든 이 정치적 모순과 악법을 서로 연대하며 고쳐나감으로써

다시는 당신과 같은 시대의 피해자들이 양산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김안식_repentance_람다 프린트_70×95cm_2008

 

이근안씨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시대의 가해자이자

피해자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는 말 그대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독재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최선을 다한 조직속의 인간 일수도 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해서 역적이 되었다는 말에는

자신의 행위 어디에도, 잘못이 있음을 회개하고, 그로 인해 수많은 피해를 입었던

피해자 가족에 대한 반성은 어디를 찾아봐도 없다. 출소했더니 가족이

파탄났다. 아내가 힘겹게 살고 있었다. 엄청난 마음의 고초를 겪었다. So What?

더구나 이근안과 함께 일한 공안들 모두가 당신처럼 악랄한 것은 아니었으니

결국 당신 자신의 안위와 성공을 위해, 많은 이들의 행복을 짓밟은거다.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명확하게 하자.

 

당신으로 인해 찢겨지고 살이 발라진채, 손가락이 뽑히고

처참하게 죽어가야 했던 이들의 가족을 한번 살펴본 적은 있는지.

지금 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고, 외상성 증후를 겪으며 아파하고 있는지 만나는 봤는지.

여기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고 자신이 고초를 당하는 동안, 겪여야 했던 개인사적 상처만

나열하는 그 모습이 내게는 그저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위선자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

그 더러운 입, 조용히 다물어 주기 바란다. 어쩜 하는 짓거리가 친일후에

말로만 (눈물로) 참회하던 목사들과 그리도 같은지......

 

진정한 회심이란, 바른 길로 돌아옴을 말한다.

몸과 영혼으로 그 바른길을, 사회적/영성적인 바른길을 체득해주기 바란다.

두란노의 하용조가 용서한다고, 조용기가 용서한다고 해서, 김홍도가 죄를 사한다고

당신의 죄가, 그 흔적들이 사진 속 회개자의 모습처럼, 흰옷으로 변화 되었으리라

착각하지 않기 바란다. 결국은 자신의 아들이 돌아왔고, 가정은 바로 섰지만

당신으로 인해, 여전히 폭력의 두려움과 상처, 잔혹한 기시감과

눈물에 시달려야 했던 이들에게 가서 먼저 사죄하고 무릎 꿇어라.

 

당신을 가해자로 만들었던 시대의 부산물,

국가보안법이란 악법을 폐지하기 위해 어떻게 싸울지 생각해보라

유엔에서 조차도 수정 권고 조치가 이뤄진 국가 보안법에 대해서 지배언론은

입을 다물고 있고, 어디에도 관련 글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긴 조중동의 논리대로하면

유엔이 좌파 빨갱이가 되기 때문일거다. 국가가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개인의 삶을 짓�았던 시대,

당신과 피해자 모두 상처로 얼룩진 시대에 대한 반성과 화해, 회개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세미한 음성을 통해 듣기 바란다. 교정사역을 말하기 전, 여전히

마음속의 감옥속에 갖혀 있으되 깨닫지 못하는 그 죄성부터 깨닫고

사회악의 본질을 바로보는 크리스천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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