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을 먹기 위해 압구정동으로 향했습니다.
파스쿠치에서 커피를 마실까 하다가, 식사를 하기로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는 도산공원까지 걸어갔지요. 모처럼 만에 도산공원에 들어가서
걸었습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동상을 바라보며 마음을 되집었지요.
동상 맞은 편에 있는 벤치위에 조형물로 만들어진
안창호 선생님의 동상도 봤습니다.
안타깝게도 한쪽 발이 잘려나간 상태가 되어 있더군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통령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도산 안창호 선생님이라고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하긴 말로는 존경을 한다 했지만
결국 극존칭 대신 '도산 안창호씨'로 폄하했던 건 대통령 자신이었지요.
훌륭한 교육자이자 사상가인 데다 무엇보다도
그가 주창한 무실역행(務實力行 참되고 실속있도록 힘써 실행함)에서 커다란 감명을
받았다고 이명박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도산의 무실역행이 이 대통령이
표방하는 '실용주의 정부'와도 접점을 이룬다는 지적도 있었고
도산에 대한 '다시 보기'작업에 대한 주장도 솟아나왔죠.
그런데, 신사동의 도산공원이 뜨기는 커녕
안창호 선생님 조각의 발이 저렇게 흉칙하게
잘려나가 있는데도 방치하고 있는 당국과 관계자들은
결국 대통령의 의중을 잘 읽지 못한 것이 되는 것인가요? 이것이 실용이라면
저는 왠지 그 실용노선이 가진 허무함이 느껴지네요. 한 마디로 안창호 선생님의 철학이
다시 보기를 통해 복원되고 새롭게 의미를 덧입기란 영 어려운 일인것 같습니다.
참되고 실속있게 힘써 실행하는 것이
무실역행의 정신이건만, 참된 먹거리를 찾는 이들의 목소리는
더욱 더 거리 한가운데서 터져나오고, 이를 보고 식약청이 한다는 소리는
'먹어도 안죽는다'류의 수사학만 판을 칩니다. 실속있게 실행하자면서
경제는 나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이 또한 예전 정권 때문이라며 수권 정당의
대표란 자가 마뜩찮은 변명이나 늘어놓고 있더군요. 이렇게 무책임한 자들이 이 땅에서
정치를 책임지고 있다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입니다.
이 땅의 정치인들의 인식에는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무실역행의 정신이 자리잡기 어려운 것일까요
도산 안창호 선생님을 절름발이 지식인으로 만들어 버린 현 정권의 어리석음에
깊어가는 가을, 씁쓸함만을 곱씹으며 돌아왔네요. 이름만 실용뿐인 이 땅의 모습을
조형물 하나에서도 발견할 수 있음이 가슴아플 뿐입니다.
빨리 조형물이 복구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미술 속 패션에 대한
강의를 합니다. 오랜만에 지방에 가보네요. 이응노 미술관도 한번 들러
취재해 오겠습니다. 오늘 오후 3시에 미술관에서 뵙겠습니다. 대전지역 독자분들의
많은 참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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