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유인촌 장관, 이젠 연기도 안되는군요

패션 큐레이터 2008. 10. 25. 13:57

 

 

▶ YTN 뉴스 캡쳐

 

국감장에서 보여준 유인촌 문체부 장관의 행동 때문에

연일 시끄럽다. 문제가 된 동영상을 수차례 봤고, 관련 기사들을 읽어봤다.

대통령의 공약747이 주가지수 747선으로 될까 두려운 지금,

나는  금융관련 상품대신 예금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놓았던

올해 초의 결정에 안심을 하고 있는 중이다.

 

국정감사장에 나온 유인촌 장관의 모습을 보니 예전 그가

연기한 역할이 떠올랐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속

<빌라도>처럼 예수에게 정치적 죽음을 선고하며,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유지하려

했던 연기 속 모습이 오버랩된다. 개인적으로 유인촌씨(그냥 씨자를 붙여서 쓸란다

대통령도 안창호 선생님을 안창호씨라고 부르는데, 나라고 못할게 없지 싶어서)

를 배우로서 좋아했던 사람이다. 연출력에서 부터 시작해서 세익스피어를

나름대로 독창적으로 해석하는 배우였다고 믿고 있었다. 그는

세익스피어극을 잘했다. 그의 <햄릿>연출을 많은 당시 연출가 지망생들이

인정했고 배우고 싶다고 했을 정도였으니까.

 

 

어느날 그가 완장을 차고 정치일선에 등장하면서

그는 정치도 연기도 그 어떤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상한(?) 수장이 되었다.

국민의 혈세를 들여 연예인들의 닭살사진이나 찍게 하려고 베이징 올림픽의 응원단을 등원했고

임기가 끝나지 않은 기관장들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고, 문체부가 해야할 핵심사업의

청사진을 그리고, 새로운 시선으로, 문화계의 상충되는 입장을 조율하는

장관이 되기 보단 대통령의 수족이 되어 그가 할 악역연기를

열심히 분석하며 대행해 주고 있었다.

 

국감장에서 의원들과 기자들을 향해 욕설을 여과없이 내뱉었다.

감정의 과잉이 연기를 압도한 셈이다. 정치인도 연기자다. 정치인의 이미지는

곧 정치적 생명과 연결되니, 그들은 국민들이 만들어준 무대 위에서

일종의 연기를 하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연기자라면 연기를 잘해야 좋다.

레이건을 가리켜 대통령 연기를 잘한 배우 출신의 대통령이란 딱지를 붙였듯

(물론 그의 레이거노믹스나 정책 전반이 잘되었다는 뜻이 아니란 점 다시 밝혀둔다)

나는 그저 유인촌씨가 좋은 배우출신의 문화부 장관이 되길 바랬다.

그만큼 장관이란 역할연기를 충실하게 해주길 바랬었다.

 

 연기자가 무대에서 실수를 하고 관객에게

'유감'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관객들이 자신의 감정을 도발했기에

절제된 연기를 할수 없었다고 변명하지 않는 다는 말이다.

기자들에게 욕설을 한 것은 아니며, "격한 감정을 스스로에게 드러낸 것이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문제는 배우로서 감정을 무대에서 콘트롤을

못했다는 말이고, 감정라인의 선을 뛰어넘는 실수를 했다는 말이니 배우로서도

영 꽝이랄수 밖에 없겠다. 연기도 정치도 그저 빵점에 가까운 짓을

골라서 하고 있는 셈이다.

 

대학에서 연출론과 스타니슬랍스키 연기론도

가르치셨을 텐데, 배우에게 감정의 기억을 억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스스로 잘 아실 분이, 현실의 무대에선 구분이 잘 안되었나 보다

연극무대를 떠난지 너무 오래되어서, 감각이 떨어진걸까?

 

문제는 지금의 자리에서, 문체부 장관의 자리에서

행정을 도맡아야 하는 업무적 감각의 상실이 아니길 바란다는 점이다.

그의 말처럼 그의 연기가 요즘 들어 무척 '유감'이다.

관객은 당신의 연기를 통해 감동을 얻기 원하지

감정처리에 실패한 배우의 욕설을 듣는 건 원치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