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조경란의 표절을 둘러싼 <혀>들의 전쟁-착한 혀, 나쁜 혀, 이상한 혀

패션 큐레이터 2008. 11. 8. 00:53

 

 S#1-표절을 둘러싼 혀들의 전쟁

 

요즘 소설가 조경란의 장편 소설 <혀>를 둘러싼 표절 공방이 뜨겁다. 오늘 저작권 분쟁 조정 위원회가 열렸으나 조경란씨는 불참했다고 한다. 당당하면 못나올게 뭘까. 자신을 이용해 성공하려는 작가란 말이나 내뱉고 있다. 자신의 말처럼 오히려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면 왜 고소하지 못하나?

 

나도 책을 쓰는 아트 라이터지만, 특히 아이디어 단계에서 내것을 빼앗겼을때, 그 아픔은 말할 수 없다. 사실 나도 한번 당했다. 외국에서 경영대학원을 다닐때, 표절 때문에 중국학생 16명이 퇴학조치를 당하는 걸 본 나로서는, 여전히 남의 생각과 디자인을 훔치고, 아이디어를 도용해도 괜찮은 이 사회가 불만이다.

 

문제는 이런 자들이 대학교수를 하고, 심사위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학작품도 디자인 작품과 그리 다를바 없지 싶다. 공모전에 나온 작품들 중, 떨어졌지만, 경쟁력 있는 시안들이, 금형만 바꾸어 상품화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공모전 작품에 대한 저작권은 주최사가 갖기에 이런 문제가 생긴다.

 

소설가 조경란이 장편소설 <혀>를 출간했다. 예전 <불란서 안경원>이란 작품집과 <식빵굽는 시간>을 읽었다. 문학계에서 신경숙 바람이 불때, 문체주의자 신경숙의 작품을 썩 좋아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이유로, 조경란의 작품 또한 리스트에서 빼놓곤 했다. 문학상은(?)  참 잘타는 작품들,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매년 읽지만,  마음의 기준에 다가가는 작가가 없다. 인터뷰 좋아하고 프로필 찍는 거 좋아하는 작가치고 글 잘 쓰는 작가를 본 적이 없다. 차라리 요시모토 바나나를 읽고 친일파 소리를 듣는게 나을 듯.

 

비평가들은 조경란의 문체가 주변사물과 심리를 함께 엮는 묘사하는데 뛰어나다고 했지만, 에쿠니 가오리처럼 가볍고 신선하지도, 신경숙처럼 섬세하지도 않은 어정쩡함만 느꼈을 뿐이다. 책의 말미에 실린 비평가 김화영의 장황한 글도 만만치 않다. 아무 책에나 비평을 쓰니 험한 꼴을 당하지 싶다. 말만 화려하고 먹을게 없다는 표현이 딱 맞을 듯. 미각의 제국을 세우긴 커녕 욕만 먹고 있지 않은가.

 

문제의 소설 <혀>를 읽었다. 딱 한마디로 고민없이 쓴 책이다. 요리에 대한 묘사를 보면 작가의 안이함이 드러난다. 쉐프를 찾아가 인터뷰하고 자료를 모았다지만, 요리책에서 내용을 정리한 후 글빨로 포장 했을 뿐이다. 조경란의 혀는 참 이상한 혀다. 무슨 혀가 조리법만 나열하고 음식을 맛본 소감이 형편없으니 그 기능을 제대로 못한 것 같다. 그 많은 요리를 다 먹어 본 걸까. 궁금하다. 사프란을 만져 보기는 했나 싶다. 참고서적을 보니 소설을 쓰자는 것인지, 음식 에세이를 쓰자는 것인지, 그 의도를 당췌 알수없다. 조경란씨는 소설가다. 개연성 있는 허구의 집을 언어로 짓는 직업을 가진 자다. 맛 칼럼니스트가 되고 싶다면 <조선일보>에 '문학계 이효리의 맛집기행'이나 연재하라. 

 

이전 묘사중심의 글에 섬뜩한 맛의 조미료를 치니, 이전 작품과 글맛이 너무 달라져,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글의 구태스러움을 벗으려 했다는 면피성 발언을 할 수도 있겠지만, 글이란 게 하루아침에 성향이 바뀌지 않는다. 문학도 음식과 같다. 조리방식이 하루아침에 변화하지 않는다.  숙성간장에 조리는 것과, 천일염과 정제염을 쓰는 것, 다 짠맛이 돌지만, 혀의 미세돌기 위에서, 섬세한 미각의 지도를 묘사하는 형용사가 달라진다. 

 

조경란에게 충고 한다. 요리사를 우습게 보지 말라. 당신은 식재료를 제대로 만져본 적도, 처리해 본적도 없는 것 같다. 작가의 상상력이 묻어나는 글이라기엔, 재료에 대한 묘사는 형편없는 수준을 떠나 공상에 가깝다. 요리란 살아 숨쉬는 것들을 죽여, 하나로 뭉쳐, 살터의 핵심인 인간의 혀로 수렴하는 과정이다. 죽어가는 것을 만지는 자의 손은 거룩하다. 그 거룩한 손의 움직임을 하찮은 글빨로 묘사하는 건 범죄다.

 

중요한 건 글의 중심이 되는 전개방향과 결론인데, 이것이 표절이라고 불리는 부분의 핵심을 차지한다. 주이란의 단편소설 <혀>는 놀라운 작품이다. 도발적인 문체가 돋보인다. 홍세화 선생님이 표현 한번 잘 하셨지 싶다. "조경란의 작품은 올드보이적 결론을 낸다'고.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이란의 작품 속 강렬함에 빠져 '표절 맞네'란 결론을 혼자만 내본다. 조경란은 끊임없이 발뺌하고 출석을 미루고 있다. 자신의 말처럼 무죄라면 조정 위원회에서 자신의 주장을 변증하면 될 일이다. 그런 점에서 조경란의 혀는 나쁜혀고 게으른 혀다. 왜 오해를 더 증폭시키나 말이다. 답답할 노릇이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그녀의 혀는 왜 침묵하나. 작가로서 명확한 책임소재를 밝히지 않는 점이 나쁘다. 조정이란 법적 절차가 괜히 있나? 왜 뒤로 빠지며 다른 이들로 하여금 대리전을 치루게 하나. 조경란을 둘러싼 문학권력집단의 태도도 우습다. 글 쓰다 보니 웃음이 다 나온다. 일본에게 점령당한 한국 소설이 권력이 있긴 하나. 점령군 앞에서 충성 서약한 식민지 순사가 되어, 촛불소녀의 글을 짓밟는다. 예의 쿨함과 무관심한척 하며 말이다. 이상한 혀를 가진 집단이다. 하긴 점점 줄어드는 지면으로 먹고 살려니, 패거리를 만들어 옹호해야 하지 싶다. 그래서 출판사 이름도 문학동네인가? 자기네들만의 동네. 심사위원으로 참석하지 않았다고 발뺌하다가, 뒤에는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건 맞지만 작품을 읽은 적은 없다는 이의 혀끝에서. "땅을 사랑할 뿐 땅 투기를 한건 아니다" 란 누구의 망언이 떠올랐다.

 

주이란의 착한 혀와 발뺌하는 조경란의 나쁜 혀, 조경란을 편드는 이상한 혀를 가진 집단 간 혀의 전쟁이 뜨겁다. 표절논쟁을 해결할 수 있는건 펜대를 굴리는 작가가 아니라, 요리사가 될것 같다. 음식을 소재로 하고 19편의 요리책을 참고해 쓰면서 어디까지가 작가의 상상력인지, 요리책의 서술인지를 밝히는데는 요리사의 동물적인 감각이 필요하다, 석태낀 허연 혀의 진실을 밝혀주리라 생각한다. 왜냐면 요리사들은 자신의 요리를 먹어보고 평하는 습관이 마음 속 깊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조경란은 그런 일을 못한다. 그럴 깜냥이 없기에.

 

                                         

 

프레시안은 조경란 표절 사안에 대해 관계자들의 입장을

첨삭없이 올리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함께 읽어보시면 사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혀> vs <혀>…진실을 원한다

[문화] 한국출판인회의 "'혀' 표절 공방 입장 발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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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혀> 표절 공방, 누가 침묵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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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혀> 표절 공방 이제 그만 결판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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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더는 '혀'를 마비시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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