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31일 날씨 흐림 때때로 비
산책을 마치고 시내의 작은 와인집에 모입니다.
8명의 손님을 곧 만나야 합니다. 바베큐 파티를 해 본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캐나다에 있을때, 룸 메이트가 워낙 바베큐 파티를
좋아해, 툭하면 장비를 실어 UBC 근처의 바다가 보이는 풀밭에서 자그마한 파티를 열곤 했지요.
수제 소시지랑 고구마와 감자, 아직 고기는 도착을 안했군요. 이탈리안 리조토와 여러 종류의 야채 샐러드. 벌써 배가 고파옵니다. 촛불이 켜지고, 와인잔에 짙은 보랏빛 추억이 담깁니다. 신선한 고기를 기름 하나 없이 깔끔하게 구워낸 바베큐를 다양한 소스에 찍어 맛봅니다. 다이어트에 대한 몰입은 오늘 같은 날은 철저하게 잊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와인과 곁들여 내는 신선한 치즈와 그날 주인장이 서비스로 내놓은 홍합탕과 갈릭 슈림프를 누룩없는 고소한 빵에 찍어 먹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집 주인장이 벌써 제 블로그를 본 모양입니다. 원래 분당에서 살다가, 대전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해요.
제게 분당 정자 카페길 사진을 찍어 올려달라고 하더군요. 그곳에 살았기에, 오랜동안 서울에 올라가지 못해 그리움의 무게가 큰 모양입니다. 개인적으로 주인장이 굉장히 미남입니다. 배우 김래원과 가수 성시경을 많이 닮았지요. 와인을 정말 좋아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손님이 오면 세팅하고 서빙도 하면서 본인도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눕니다.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즐겁습니다. 문화적인 코드가 맞고, 인성이 맞고, 세계의 그림자를 따라 그려가는 그림의 빛깔이 맞는 이들에겐, 삶의 교집합을 찾기가 수월합니다.
블로그 공간을 통해 많은 이들을 만납니다. 박경혜 교수님도 원래는 다음에서 블로그를 오랜동안 운영하셨죠. 세계의 다양한 풍물과 여행의 기록을 예전 칼럼시절 부터 즐겨 읽었던 터였습니다. 네이버에서 애플의 라벨 뮤지엄이란 블로그를 운영하는 하영씨는 멕시코 풍의 폰초와 넉넉한 후드가 달린 차콜 그레이 빛깔의 상의를 입고 나타났습니다. 그녀는 종이를 보면 꽃멀미를 하는 사람입니다. 종이의 질감과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좋아해서 문구와 팬시 상품들을 만들어 블로그에 올리죠. 이번 네이버에서 선정된 파워 블로거 중의 한명입니다. 요즘 내용들을 모아 책을 쓰느라 정신없다 더군요.
하영씨가 오늘 파티에 참석하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온
수제 노트입니다. 노트 표지의 이미지가 눈에 익숙하지요. 예전 소개드렸던
이순구 선생님의 <웃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에서 소개했던 이미지를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이번 제가 쓰는 책에 가장 먼저 들어갈 주인공이기도 하지요. 보기만 해도
함박웃음이 환하게 피어나고, 생의 힘을 얻습니다.
http://blog.daum.net/film-art/12959059
이순구 선생님도 이 자리에 함께 하셨습니다. 작가를 만나는 시간은 참 즐겁습니다. 작품 속에 숨겨진 이야기와 원래 작품을 만들때 작가가 가졌던 의도를 들어보는 일은, 그림을 읽고 풀어내는 일을 즐거움으로 하는 제겐 큰 힘이 되는 시간입니다.
이순구 선생님의 함박이를 보면 마음속에 억눌어 놓았던 웃음의 여유분들이 한꺼번에 표면으로 토해져 나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작 작가에겐 이 그림을 그리던 때가 가장 힘들때였음을 듣고나선, 웃음 속에 배어있을 눈물의 겹주름을 찾아보게 되더군요.
요즘들어 작가들을 만나면서 많은 생각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자신의 의도를 너무나 똑 소리나게 잘 설명해내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굳이 작가 노트를 통해 어두웠던 기억의 지층을 캐내는 일을, 마뜩찮아 하는 이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작가와 친해질수록, 대화를 통해 그들의 속내와 마음의 속살을 살펴볼수록, 그림을 보는 것이 더욱 즐거워진다는 것입니다. 마냥 예쁘게 포장하거나 화려하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 속에 담겨진 따스한 눈물과 기쁨의 무게를 함께 담아낼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사랑은 푸른 나뭇가지에 열리는 꽃송이가 아니다. 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언제나 노을처럼 짧다. 잘 여문 시 하나가 세상의 기쁨이 되고 눈물이 되듯이 오늘 내 마음에 민들레 홀씨처럼 날리는 그대여 나는 세상에 하나뿐인 그대가 밉다
이상윤의 <연가> 전편
잘 여문 시 한편이 세상의 기쁨이 되듯
숙성의 시간을 감내하며 캔버스에 그려진 한편의 그림은
세상을 치유하는 힘을 갖습니다. 저는 요즘 이 말의 힘을 누구보다
믿고 있습니다. 책 제목을 짓고 있는데 여러분의 생각을 한번 담아주세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이제 11월을 새롭게 시작하네요.
웃음은 환경이 아닌 내 안의 풍경이 조형하는
선물입니다. 그것을 찾아보는 여러분이 되길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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