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일상의 황홀

진흙쿠키를 먹는 아이들

패션 큐레이터 2008. 11. 23. 21:44

 

 

행복을 찍는 사진사 : 김정규
C 프린트, 2008

 

작은 액자를 보고 있습니다. 그 속에는 올해를 시작하며

제게 스스로 준 작은 어구가 적혀 있지요. 밭고랑에 물을 넉넉히 대어

그 이랑을 평평하게 하며, 단비로 부드럽게 하여 그 싹에 복됨이 가득하길 희망합니다.

란 말이 적혀 있습니다. 벌써 11월의 마지막에 서 있습니다.

 

카메라로 포착한 사각형의 세계에 정지되어 있는 사람들과

풍광을 골라냅니다. 올해도 작년 이맘때처럼 조촐한 사진전을 했습니다.

발문을 써서, 수고한 사람들의 마음에 힘을 보태고 싶었지요.

 

 

행복을 찍는 사진사 : 김정규
C 프린트, 2008

 

오랜 내란으로 궁핍과 동토의 땅이 되어버린 캄보디아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아름답습니다. 선교의 의미를 가진 라틴어가 Mitto라고 한다네요.

음가를 적어보니, 미토가 됩니다. 한자어로 써보니 美土입니다. 아름다운 땅이지요.

선교를 간다는 건, 이렇게 이미 아름다운 땅에, 남우새스런 갈빛 발도장을

찍는 일일 겁니다. 발도장을 찍기 위해선 조심스레, 체온과

몸의 형태를 실어 예쁘게 찍어야지요.

 

 

행복을 찍는 사진사 : 김정규
C 프린트, 2008

 

아이를 씻기는 아빠의 모습이 곱고,

갑작스레 닿은 물의 감촉이 차가와서였을까, 우앙....하고 울음을

터트리는 갓난 아기의 표정이 카메라에 잡힙니다. 정지된 시간 속 풍경을 살펴보는 일은

즐겁습니다. 그 사진의 시간속에, 공들여 구워낸 벽돌처럼, 영혼의 집을 지으며

한 자리 차지해 볼수 있음에, 기쁘고 행복합니다. 미얀마의 땅에도

행복이 가득하길 희망합니다.

 

 

행복을 찍는 사진사 : 전종건
C 프린트, 2008

 

최빈국 아이티의 아이들을 볼때, 두려웠습니다.

마치 오랜 가뭄속에, 말라가는 앙상한 나무들이 서 있는듯 했지요.

나무앞에 설때, 그들을 한 그루의 나무처럼 키우지 못한 인간의 죄를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맑은 눈동자 앞에서,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당당하지 못한 까닭입니다.

행복의 조건을 너무 과다하게 물어왔던 제 자신을 바라보게 되더군요.

 

 

 행복을 찍는 사진사 : 이도수
C 프린트, 2008

 

가난한 아이들이 배고픔을 견디기 위해 먹는

진흙쿠키입니다. 고운 진흙에 식물성 쇼트닝을 개어 만든 쿠키를 수십개 팔아봐야

한끼의 식량도 얻기가 어렵다더군요. 이것으로 그저 배고픔을 면할뿐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마음 속에 한 그루의 나무를 갖습니다. 아름다운

땅, 미토에서 그 내면의 깊음과 아름다움을 키워내기는 커녕

푸른 멍울진 상처만 표피에 거듭 새겨내야 하는

나무들에게, 어린 나무들에게 사과해야 했습니다.

 

 

행복을 찍는 사진사 : 이도수
C 프린트, 2008

 

그 마음을 안아주기엔, 무능했음을 자복합니다.

그러나 포기하진 않을 겁니다. 당신의 마음 속, 그 고운 나무들은

언젠가는 숲을 이루고, 고운 꽃을 내는 정원이 들어서리라 나는 믿어봅니다.

지금은 햇살아래, 습한 상처의 흔적을 말려야 할 때입니다.

오로지 행복한 말만을 전하고 싶습니다.

 

 

행복을 찍는 사진사 : 강현철
C 프린트, 2008

 

땡땡이 드레스를 입은 쌍둥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요? 기도중에 조는 걸까요?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귀엽습니다.

 

 

행복을 찍는 사진사 : 홍진환
C 프린트, 2008

 

사할린에서 앞을 보지 못하는 아이를 안고 사진을 찍은

이 청년은 누굴까요. 사진을 정리하면서, 글을 쓰는 지금도 확인해보질 못했네요.

올올이진 청록빛 셔츠를 입은 아이의 공갈 젖꼭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영혼의 무대가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닐터이니, 제발 이 시간만큼은 편안하게

잠들기를 바랄 뿐입니다.

 

공갈 젖꼭지가 주는 작은 위안과 평화 보다

더욱 크고 강력한 평화가 우리의 삶에 자리하길 바랍니다.

 

 

행복을 찍는 사진사 : 오세현
C 프린트, 2008

 

남양주시 와부읍 율석리 외딴 집성촌에 들렀습니다.
90세된 할머니와 장애가 있는 아들의 월세집. 추운 겨울을 대비해, 사람들은

인간의 희망이 살아가는 집을 수리합니다. 집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나카무리 요시후미의 <집을 생각한다>를 읽어보면

좋은 집에 있어야 할 12가지 요소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지요.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집

원룸으로 말해줄수 있는 그 집의 개성, 편안하게 머물수 있는 안락한 공간

집의 중심을 지키는 불, 재미와 여유, 아름답게 어질러진 주방

아이들의 꿈이 커갈수 있는 공간, 손으로 만지고 싶은 감촉과 그것들이

키워내는 삶의 애착감. 적당한 격식, 적절한 가구, 세월을 견딜수 있는 힘

인간과 자연의 빛이 공존하는 곳. 바로 그것입니다.

 

집을 소유의 개념으로만 생각하느라 바빴던 우리들의

모습을 반성하게 됩니다. 집에는 자연과 인간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빛이 함께 있어야 함을 다시 한번 배우게 되고, 결국 그 집을 안위하는 어떤 힘

거룩하고, 따스하고, 견고한 힘의 실체들을 담은 희망의 장소로서의

집을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장애인 아들과 노모가 사는 이 집에도

수리나마 거치며 조금은 편해졌을 이 집에 그런 행복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행복을 찍는 사진사 : 김치영
C 프린트, 2008

 

사이클론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

다시 재생의 시간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생각보다는 밝습니다. 이 세상은 어디나 아름다운 땅입니다.

이런 땅을 밟는 자들의 행렬과 그 내면의 모습또한 아름다와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선교란 그저 말씀을 전하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경쟁적으로

마치 100미터 달리기 대회를 하듯, 먼저 골인을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어야 합니다. 아름다운 땅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되, 내 손의 무늬와 체온을 그 전에 먼저 살펴볼수 있어야 합니다.

 

 

행복을 찍는 사진사 : 박현덕
C 프린트, 2008

 

학교가 무너져버려 공부할 공간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좋은 교실이 만들어지길 희망합니다.

 

 

행복을 찍는 사진사 : 김치영
C 프린트, 2008

 

바람이 휩쓸고간 자리, 터전을 잃은 자들 앞에서

동정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마음은 이미 죽은 것이겠지요.

언젠가는 환한 햇살아래, 하야디 하얀 천들을 말리며 웃을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속히 그 시간의 결과물이 보여지길 희망합니다.

 

발문을 쓰며, '참 잘했어요'란 도장을 꽝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정작 제 자신이 사진을 정확하게 하나하나 읽어가며

감사의 말을 전하지 않았던 것이 송구합니다.

발문 끝에 행복을 전하는 큐레이터 김홍기였습니다.라고 마무리를 했었는데

그대로 디자인 도안이 되어 벽면에 붙었더군요.

 

올 한해, 행복을 전하는 큐레이터였길 기대합니다만

미진하고 부족함 투성이였음을, 고백할수 밖에 없는 제 마음도

이제는 햇살아래 널어봅니다. 손과 발이 있는 풍경으로 다시한번 이 블로그도

채워야 할텐데요. 아름다운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야죠.

 

따시뗄레.....티벳의 아이들은 만나는 이들에게

이렇게 인사한다지요. 안녕하세요란 뜻과 더불어 당신의 행복을 빕니다란

뜻이 담겨 있다네요. 여러분 곁에서 행복을 빌고 싶습니다.

따시뗄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