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초록빛 나무가지를 투과하는 가을 햇살이 따스합니다.
어제 장흥에 갔습니다. 송암 천문대 관람기는 어제 올렸고 오늘은
장흥아트파크에서 열린 <예술가와 친구하기> 체험 프로그램을 소개 합니다.
세계적인 기능주의 건축가 우치다 시게루가 설계한
블루와 레드, 옐로우 빛깔 지붕을 가진 공간이 바로 미술관입니다.
이 공간들이 마음에 드는 건, 기존의 미술관처럼 4면이 백색 외벽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투명 유리를 통해 밖을 향해 철저하게 열려있고, 관객과 작품, 미술관이 하나가 되어
소통하기 때문입니다. 그 속에서의 작품도 빛이 나지요.
장흥 아트파크에 들어가는 길, 눈사람 설치물이 있어 찍어봤습니다.
이탈리아 조각가 앤터니 카로의 작품이죠.
대지와 하늘, 그 속의 인간이 서로에게 손을 뻣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입니다.
제가 아끼는 작가 한기창의 <뢴트겐의 정원>입니다.
이 작품 연작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1993년 현대미술관에서 돌아오던길
교통사고를 당하고 온몸에 철심을 박아야 했던 작가의 상처가 드러난 작품이죠
자신을 찍었던 수많은 엑스레이 사진 속에 보여진 철심들이
마치 부서진 자신을 세우고, 버려진 사물에 생명을
부여하는 일종의 힘을 나타낸다고 생각했데요.
그 이후로 그는 뢴트겐 사진으로 찍은 사물의
핵심을 오려 붙여 우리 주변의 작은 생명과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아이에게 말해주세요. 함부로 물건을 버리지 말라고요.
버려지는 것들, 모두 소중한 것이고, 그것은 언제나 다시 사용될수 있어서
작품 속 의미처럼 꽃이 될수 있음을 말해주세요.
귀여운 찰리 채플린의 모습이네요.
팝아트를 하는 유영운의 작품입니다. 이 작가분은
대중매체에 영웅으로 묘사된 인물들을 이렇게 조형물로 만들어요.
그 모습들이 다양한 조각들이 구성되어 만들어지죠.
그만큼 누군가를 영웅으로 만들고 스타로 만드는 이 세상은
결국 우리들 모두의 꿈이 구성되어 만드는 것입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겸손해야 함을 배우는 거죠.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
그 속에서 세월의 격변과 변화, 그 속에 여전히 굳건히 서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찾아볼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화려한 낮의 시간들이 그 옷을 벗고
오렌지빛 햇살의 잔열을 대지에 뿌립니다.
빨강과 파랑의 지붕을 한 미술관을 배경으로
조각가 류인의 <급행열차-시대의 변>이 보입니다.
사람들이 서있지요. 시대의 변모와 우리가 직립한 모습이 서로 교차합니다.
조각가 백현옥님의 <피리부는 여인>입니다.
예전 갈대를 꺽어 만들었다는 그 악기에서 가을의 향기가 쏟아져 나올것만 같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터입니다.
이곳은 미술기획과 평론을 열심히 하는 목수인 김진송
선생님이 설계하고 디자인한 곳이죠. 보시는 목마는 미끄럼틀입니다.
아이를 안고 한번 타보세요. 아이들이 좋아라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한진섭 작가님의 작품들입니다.
장흥아트파크 내의 조각공원에는 그가 만든 어린이 정원이 있습니다.
그는 돌만 이용해서 작품을 만들지요. 인간에 대한 생각, 돌이란 매체가 따스할수 있을까
라고 생각해본 분은 그의 작품을 물끄러미 쳐다보세요. 모자상과 휴식 등
한진섭 선생님이 만든 어린이 정원의 다양한 작품을 살펴보세요.
아이와 함게 앉아 있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 따뜻하죠?
빛의 작용과, 그 속에서 자신의 발자국이 어떻게 변하는지
아이와 부모가 함께 배우고 있네요. 미술관에 가서 아이들과 체험할 때
내가 아이들을 가르칠수 있다는 생각에서 자유하십시요.
마냥 함께 놀고, 당신의 환하게 웃는 얼굴을 아이에게 보여주세요.
아이는 직감적으로 자신과 놀고 있는 순간을 부모가 좋아한다는 걸 느낀답니다.
자신이 언어를 배웠던 과정을 생각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합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회속에서 통용되는 언어, 어휘의 의미를 딱 한 가지로 규정해서
익히고 습관화한 날들이 많은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단어에 하나의 사물이
일치되지요.질서와 안정감은 있을지 모르나, 그것들이 서로
조합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많이 잊고 삽니다.
빛과 모래가 어울려 그리는 그림들
아이들이 정신없이 표면위에 그려내는 모습을 바라봐야 했습니다.
어린시절, 넉넉지 않아도, 모래와 진흙이 있으면 많은 조형물을 내 마음껏 만들고
햇살에 말려 부서보기도 했던 그때를 떠올립니다.
예술가와 친구가 된다는 것은
결국 그들의 세계를 나의 눈으로 껴안고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감성과 이성이 조화된 사고를 하고, 그 생각의 과정을 즐기며 행복해하는 것입니다.
오른편에 보시는 것은 일본계 캐네디엄 작가인 토시코 맥아담의 설치작품인
에어포켓입니다. 흔히 텍스타일 놀이터라고 부릅니다.
직물의 질감과 더불어, 견고함을 동시에 느끼기도 하고요
실들이 모여있으면 2.5톤의 무게를 견딜만큼 강건한 구조물이 될수 있음을
아이들은 놀면서 자연스레 익히게 될겁니다.
색감이 좋은 구조물들은 서로를 지탱하며
아이들을 감싸안습니다. 서로가 결합될때, 이렇게 강한 힘을 내는 것임을
알수 있지요. 듀폰사의 나일론으로 촘촘하게 짜낸 친환경 놀이터는
아이들의 건강에도 좋고, 팡팡 튀어오르기도 하면서 함께 놀고 있는
아이들의 동선과 움직임에 따라 그 진동을 같이 느낄수 있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작가 토시코 맥아담은 텍스타일 놀이터의 창시자이자, 섬유예술가입니다.
제가 자주 소개했던 임옥상 선생님의
<대지-어머니>입니다. 민중미술의 대가인 임옥상의 작품이지요.
땅과 대지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입니다. 어머니의 손과 손목을 타고 위로
올라가는 핏줄들의 형태가 거친 형태감이 눈길을 사로 잡지요.
임옥상의 작품과 한진섭의 작품이 놓여진 공간이
붙어있어, 그 느낌이 독특합니다.
여기는 미술관 외부에 있는 조지시걸의 <우연한 만남>이란
작품이에요. 그는 음산한 도시의 이미지, 그 속에서 익명성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하는 작품을 자주 만들었습니다.
일방향으로 치닫는 시대일수록, 소통이 중요한 시대 일수록 그의 작품 속
메세지가 소중합니다. 사진을 찍고 나니 하얀 외벽 사이에 만들어진 프레임 사이로 보이는
청색/적색의 지붕빛깔과 그 아래로 가지를 뻣은 가을단풍빛이 서로 잘 어울리네요.
하늘아래 오롯하게 서 있는 조각품과 어울리는 가을 날입니다.
이 작품을 보고 아이들에게 무얼 설명해 주실건가요?
저는 그냥 가만히 바닥과 벽면에 그려진 조형물들의 단순한 형태를
즐겨보라고 말하고 싶네요. 원래 작가는 해체주의란 꽤 무거운(?) 담론을
디자인과 조형으로 풀어내는 작가입니다.
그런데 부모님들을 보면 현대 추상작업 앞에서
말문이 많이 막히다 보니 답답해하시는 걸 많이 보거든요.
그러지 마시고 그냥 원형, 네모, 방추형과 같이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형태들을 즐기면서, 이것이 조합되는
방법, 이것이 새롭게 만들어내는 사물의 형태를 느껴보세요.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팝아트 작품입니다.
일본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고요.
물방울 무늬를 무한 반복하는 작품을 통해서
삶의 무한한 가능성과 사랑의 힘에 대해서 말하는 작가지요.
췌이 슈엔의 <엔젤> 시리즈입니다.
이번 장흥아트파크에선 현대사진전도 함께 열리고 있어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중국인의 삶을 포착했던 작가의 사진 속엔
시골에서 도시로 유입된 여인들의 삶이 나타납니다. 아이들에게
설명하기엔 좀 무거운 감이 없지 않지요.
오랜 시간을 장흥에 머물며
조각도 보고 사진도 찍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왔습니다.
미술관에 아이들과 체험학습을 위해 가는 분들이 많던데요. 부모님들을 위해
좀 지루한 느낌이 들더라도 작품 설명을 꼼꼼히 해보았습니다.
아이의 질문에 대답을 잘 하는 엄마와 아빠 보단
조각과 그림 앞에서 같이 놀고 같이 껴안아주는 부모님이 아이의
감성과 예술가적 영혼을 벼리워줄 수 있음을 잊지마시고
늦은 가을, 더 늦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가을 하늘을 맛보는 여유를 가져보세요.
행복한 한주 시작하세요. 아이와 함께 미술관에 누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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