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Education/엄마는 나의 멘토

내 아이는 어느 지능이 셀까-플레이 뮤지엄 전시회 리뷰

패션 큐레이터 2008. 8. 20. 22:50

 

 

최근 아주 특이한 전시를 다녀왔습니다.

전시라고 하면, 흔히 벽면에 덩그라니 놓여진 정적인 그림과

이걸 소비하는 관객의 시건으로 규정하기 쉬운데요. 이번 전시는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전시라 매우 부산하고 시끄럽고 활동적인 느낌을 발산합니다.

 

흔히 지능이라고 하면 우리는 IQ를 떠올립니다. 그러니 실제 지능에는 논리 영역 이외의 다양한 지능영역이 있지요. 하버드대에서 교육심리학을 가르치는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이 다중지능이론을 제시하면서 지능을 크게

  • ■ 언어지능
  • ■ 논리수학지능
  • ■ 공간지능
  • ■ 신체운동지능
  • ■ 음악지능
  • ■ 인간친화지능
  • ■ 자기성찰지능
  • ■ 자연친화지능

으로 나누었습니다. 우선 언어지능은 말재주와 글솜씨로 세상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논리 수학지능은 숫자나 규칙 명제를 익히고 만드는 능력이고요. 공간지능은 도형, 그림, 설계등 공간적 상징체계에 끌리거나 이에 대한 소질을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음악지능은 말 그대로 가락과 리듬, 소리를 미세하게 분별하고 만드는 능력이고요. 인간친화지능은 대인관계를 잘 이끌어가는 능력, 자기성찰지능은 자신의 심리적 정서를 파악하고 표현하는 능력입니다.

 

이는 인간의 다양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으로 인정받고 있지요. 중요한 것은 누구나 강점 지능과 약점 지능이 있다는 사실이고, 사람마다 잘 할수 있는 분야가 다 다르다는 것이죠.

 

우리는 이렇게 다양한 지능의 체계 조차 모르고 있고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는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자기성찰지능은 사실 유대인들에게도 일종의 능력이라고 표현되는 항목이고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예전 블로그에서 한번 다루었습니다. (자기 성찰이란 재능에 대하여 http://blog.daum.net/film-art/13135627 )

  

 

전시회에 가면 지능 검사용 체험북을 부모님이 가지고

아이와 함께 아이가 어떤 장난감에 끌리고, 어떻게 행동하는 가를

자세하게 관찰하라고 하더군요. 이 과정에서 부모 나 교사의 지나친 기대와 욕구가

검사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조심하셔야 하고요.

 

 

부모님들 중에 여전히 자기가 못이룬 꿈을 아이를 통해 대리만족 하려는 분들일 수록 이런 영향을 크게 받지 싶습니다.

 

예전에 소개한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 재미있는 부분이 나오지요. 엄정화가 운영하는 피아노 학원에 아이를 끌고 오는 엄마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선생님....우리 애가요 저를 닮아서 절대음감이에요" 정작 피아노를 쳐보면서 엄정화가 툴툴거립니다. "절대음감은 개뿔....."

 

부모나 교사들은 아이의 감정을 성공적으로 끌어내어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게 해주는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에 제니퍼 폭스가 쓴 Your Child's Strength란 책을 읽고 있는데요. 그녀가 하는 친화성 프로그램을 통해서 많은 아이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강점을 깨닫고 명문대학에 진학을 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또 잔소리 하나 해야 겠습니다. 한국에서 그저 아이들이 명문대학을 가는 것이 최고의 해복이라 믿고 있는 부모님들에게요. 아이의 강점을 찾아준다는 것은, 그 아이의 비전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임을 잊지 마세요.

 

 

다양한 교보재와 나무로 만든 블록, 장난감들을 만져가면서

아이들이 어떤 코너에서 유독 시간을 오래 보내거나, 몰입하는 걸 보게 됩니다.

 

 

 우리들 세대만 해도 당장 IQ가 높은 것이 성공의 척도인줄 알고

살았던 세대잖아요. 그런데 결과는 어떻습니까?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210의 IQ를 가졌었다는

한국인은 지금 그저 그런 대학을 졸업하고 평범하게 살아갑니다.

하긴 이것도 그에겐 행복이었을지 모르죠.

 

지나친 기대와, 그 지능을 알아보고 정확한 척도에 근거에

키워줄 교육 제도가 없던 시절이니까요.

 

 

아이가 강점을 발견하도록 도울 때

가장 먼저해야 할 것이 바로 아이에게서 목격한 독특한 일들을

기록해 두는 것이라고 합니다. 즉 아이에 대한 관찰 일지를 작성하는 것이지요.

 

 

 우리 아이를 위한 관찰일지의 주 내용은 이렇게 구성됩니다.

  • 좋아하는 것 (우리 딸은 바지보다는 치마 입는 걸 좋아한다)
  • 우리 딸이 즐기는 활동 (항상 모래밭에서 논다, 혹은 뭔가를 계속 만지작 거린다)
  • 버릇( 내가 책을 읽어 줄 때 손가락으로 그림을 가리키는 버릇이 있다)
  • 괴팍한 행동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을 빨래바구니에 몰래 넣어둔다 그것을 치우면 버럭 화를 낸다)
  • 성격(어제 농담을 하는걸 자세히 들었는데 유머 감각이 있다)

지금까지는 학습상의 문제가 아이의 뇌가 아닌 다른 곳에서 기인한다는 가능성을 거의 논하지 않았습니다.

 

교수 장애, 학습장애, 학교 장애와 같은 말은 들어본 적이 없지요. 학습장애로 판단을 받는 아이들이 수천이지만, 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 땅의 교육계고, 교사들입니다. 외고 만들고, 국제 중학교만 만들면 우리아이가 학습장애에서 벗어나 자신의 강점을 찾을수 있나요?

 

교육부의 국제 중학교 설립에 관한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국제화에 대한 비전이 없고, 그 속에서 어떻게 가르치겠다는 세부안이 없습니다.

 

사교육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말은 거짓말이 되겠군요. 이번 교육감 선거는 강남의 몰표로 '내 아이의 교육에 올인한 엄마'들의 면모를 철저하게 보여줬지만, 사실 그들에게도 답이 없는 건 사실입니다. 국제 중학교를 나오면 선민이 되고 국제인이 되나요? 한번 세월이 흐른 후에 그 교육 프리미엄 효과에 대해 철저하게 통계를 내보면 어떤 답이 나올까요.  

 

학습장애로 진단을 받은 학생 중 많은 부분이 교실 밖에서는 뛰어난 학습자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장애라는 꼬리표는 환경과 그 환경이 요구하는 상황과 관련되는 개념이기 때문이죠.

 

말 그대로 교실에서만 잘 한다고 아이가 뛰어나다는 사고를 빨리 버려야 합니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지적하는 내용은 같습니다.

학습장애라는 용어가 급증한 데는 학교라는 환경 탓이 큽니다.

모든 국 공립학교/사립학교 모두 똑같은 교수-학습 모델에 기반해서

교육을 하기 때문에, 그 모델을 하용하는 모든 학교에서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생겨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이런 문제가 그저 사교육에 올인하고

"어머 선생님....우리 애가요"만 남발한다고 해결이 될까요?

언제까지 이럴 겁니까. 교사 중에도 사회적 상호작용(대인지능)이 지능의 한 형태임을

모르는 사람이 허다합니다. 

 

 

또 잔소리를 해야겠습니다.

이 땅의 어머니들의 특징 중에 하나가 바로 조급증입니다.

하루아침에 아이의 강점이 드러날가요? 조급하게 아이의 강점이 뭐다 라고

단정지어선 안됩니다. 단정을 짓는 순간, 더 이상의 변화는 없습니다.

강점을 알아내도, 구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하고 습관으로 굳어져야 합니다.

창조도 습관이고, 창의성도 결국은 습관의 산물임을 기억하세요.

 

최근 학교 서열화가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지요.

미국에서 수년동안 사립 고등학교 교장들은 연대하여 고등학교 서열을

매기는 총서에 통계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더 많은 교육자들이 서열을 매기는 것이

아이들에게 이로움을 주기보다는 해가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지요.

현 정권의 교육정책은 이점에서 비판의 대상입니다. (미국의 사례를 들었네요)

 

 

자기성찰지능 코너에선 주로 거울을 바라보는 나 자신, 혹은

거울을 통해 서로를 그려가는 장난감이나 교보재가 많습니다. 아이가 엄마의 얼굴을

그리고, 아이와 함께 자화상을 그리기도 하고요. 얼굴을 그려보는 것,

그 모습이 흥미롭더군요.

 

오늘 국제중학교 설립 안건이 나오고 나서

벌써 학원들 간 경쟁이 치열하네요. 정말 비전이 전무한 나라입니다.

국제 중학교를 나오면 국제 전문가가 되나요?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각 나라의 문화를 익히고

국가간 관계를 해석하는 데 필요한 기초를 가르치는 시스템과 철학을 갖추는 일입니다.

영어만 하면 국제 전문가가 될거란 생각 버려야죠. 국가 경쟁력을 교육을 통해

얻기 위해서는 조기교육,영재교육,대학원 교육에 이르기까지 관류하는

안정된 시스템이 있어야 합니다.

 

언어만 잘 하면 협상 잘하고, 브랜드 관리하고

사람들과 친화하고, 타국경험을 통해 내 나라와 현재의 위치를 성찰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언제까지 토대없이 모래성을 쌓는 일을 하려는지 답답하네요.

내 아이의 강점을 이제부터  천천히 찾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