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마음 미술관

가을을 느끼고 싶을 때-양태숙의 그림들

패션 큐레이터 2008. 9. 14. 00:33



양태숙_구름따라_캔버스에 유채_17.9×25.8cm_2008

 

가을 하늘이 깊습니다. 오늘 압구정동 현대 백화점에서

강의를 마치고, 바라본 하늘은 바다빛과 청색, 녹조류의 청록이 혼합된

고운 빛깔을 토해내고 있었습니다. 추석맞이 오전 근무라

시간에 �김없이 강의도 하고, 최근에 SK 티슈에 오른

글도 볼겸, 근처 대행사 9월호 원고와 이미지를 넘겼습니다.

 


양태숙_나뭇잎 사이로_캔버스에 유채_45.5×53cm_2008

 

여전히 낮시간의 온도는 후덥지근한 기운이 남아 있지만

인디언 섬머가 오래 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침과 저녁 사이로 느껴지는

온도의 차이가 꽤나 큽니다. 양태숙이 그린 청신한 나뭇잎도

여름날의 투쟁을 마치고, 속열로 끓어버린 노랗게

혹은 갈색으로 익어버린 내면을 토하며

이제 땅으로 낙하할 시간을 기다리겠지요.



양태숙_나뭇잎 사이로2_캔버스에 유채_45.5×37.9cm_2008

 

나뭇잎 사이로 흘러내리는 초가을의 기운이

스산합니다. 한가위는 잘 보내고 계신가요? 고향길 내려가시는 길

힘들지는 않은지 모르겠네요. 저는 모두다 서울인지라, 세편의 원고를 쓰고

두편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 신문사에 보내었습니다.



양태숙_비 오기 전_캔버스에 유채_40.9×31.8cm_2008

 

예전엔 추석이 오면 음식을 장만하고 송편을 빚느라 정신없었는데

요즘은 어머니도 나이가 드셔서 간소하게 음식 마련하고

별 어려움 없이 하루를 보냈네요.



양태숙_풀잎_캔버스에 유채_40.9×31.8cm_2008

 

올 한해가 가기전에, 여름날의 청신했던 기억들을

되살려 좋은 책 하나 꼭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블로그를 쓰면서 반성한 것은 결국, 나눔이었고, 소통이었으니

다음책의 저자는 사실은 독자인 셈이겠지요.

 

길섶에 자라온 풀잎 발길에 차인

상처와 찢겨진 갈빛 자국을 두 손으로 어루만지며

식물들도 눈물을 흘린다는 사실을 배웠었지요. 하늘을 애무하고 싶은 희망에

자신의 근육과 관절을 꺽어 초록빛 몸뚱아리를 꺽어야 하는 고통.

하늘 아래 큰 구멍이 난 나뭇잎 사이로 신산한 가을의 미풍이 지나갑니다.




양태숙_바람_캔버스에 유채_37.9×45.5cm_2008

 

다가오는 가을의 시간엔

유독 제겐 힘들었던 올 여름의 무더위를 식힐만큼

충분하고 넉넉한 바람이 우릴 안아주길 바랍니다. 한가위 보름달 만큼

크고 깊은 사랑을 경험하길 기대하고 있지요.



양태숙_해거름_캔버스에 유채_60.6×72cm_2007

 

땅 아래 뿌리를 깊이 내린 모든 생명들이

풍성함을 자랑하며, 대지를 향해 묵언의 합장을 하는 이 가을

한가위를 맞이하여 다시 한번 손 모으고

독자 분들께 인사올립니다.

 

행복한 한가위 맞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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