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책 읽기의 황홀

왜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질까

패션 큐레이터 2008. 8. 19. 01:21

 

 

S#1-핼로우 멍키 아저씨.....

 

이번 주 라디오 방송에 쓸 서평원고를 위해 두 권의 책을 골랐다. 중요한 것은 어떤 책이냐 혹은 누가 썼느냐 보다, 공통적으로 묶어낼 수 있는 테마가 뭘까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이번주는 '집'이란 단어에 대해서 생각해 볼 만한 책을 골랐다. 나카무라 요시후미란 건축가가 쓴 <집을 생각한다-집이 갖추어야 할 열 두가지 풍경>이란 책과 <왜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질까>란 청소년용 과학도서다.

 

왠지 질문이 쏟아질 것 같다. 과학도서와 집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차라리 알랭 드 보통의 <행복의 건축> 정도는 뽑아줘야 하지 않느냐고 말이다. 맞다. 오늘 소개할 생물학자 겸 예술가인 수전 퀸란의 책은 우수 과학 도서로 선정된 바 있고, 청소년 과학 도서 권장 목록에 있는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굳이 '집'이라는 테마에 묶어 소개한 것은, 실제 내용을 읽어보니 동물들의 거주지, 열대밀림 숲을 인간의 집과 같은 존재로 볼 경우, 의미가 은근히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서다.

 

인간에게 집이라는 존재가 필요하듯, 동물들과 곤충들에게도, 그들이 거주하는 공간인 숲이 필요하다. 결국 동물이나 인간이나, 집을 구성하는 요소들, 요소들 사이의 상호관계에 대한 배려와 이해는 어디에든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점에 가보면 부동산 관련 책들은 실용서적 분야에서 항상 순위를 다툰다.

집값에 관심이 많고, 그 등락에 따라 행복의 순위가 결정되는 한국은 유독 그렇다. 넓은 땅 덩어리로 된 나라가 아니다 보니, 작은 땅 하나의 가치가 캐나다를 24번 사고 남을 정도로 높다. 그런데 집에 대한 철학은 부재한다. 일본 건축가의 책은 다음 시간에 소개하기로 하고 오늘은 수전 퀸란의 내용에 귀를 귀울여본다.

 

동물과 곤충도 똑같이 살 집이 필요하다. 바로 숲이다. 열대우림은 목장지나 벌목을 위해 30년 이상 파괴되었고 현재 중앙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의 열대밀림은 시간당 4.8 평방킬로미터가 사라진단다.

 

지은이는 숲속에 살아가는 다양한 동물들의 관계, 특히 공생관계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본다. 먼저 원숭이는 왜 나무에서 떨어질까? 특히 중앙 아메리카 우림지역에 사는 울음 원숭이의 생태를 밝히는 과정을 통해 질문에 답한다.

 

울음 원숭이는 민첩하기로 소문이 난 종이다. 나무를 아주 잘 탈뿐 아니라. 3미터 이상 되는 나무들 사이를 뛰어다니기도 한다. 그런데 왜 떨어지냐고......

 

학자들은 이것이 질병이나 기생충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어떤 근거도 찾지 못했고, 굶어죽은 것도 아니라면, 독을 먹었나? 라고 가설을 세웠단다. 열대 우림에서 원숭이가 먹는 나무와 잎파리를 샘플을 채취했더니 1,699종이나 되더란다. 그런데 원숭이는 새순만을 먹거나, 아예 손대지 않는 나뭇잎도 있었다. 즉 1,699종 중에서 331종만을 먹었다는 사실이다. 즉 독성이 있는 나무를 피해서 먹는 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물 또한 초식동물이 잎이나 가지를 먹고 나면 더 강한 독을 만들어 내는 변화과정을 겪기 때문에, 원숭이로서도 이 모든 걸 알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밀림에서 나뭇잎의 독성이 계속 변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원숭이들은 먹어서는 안될 나뭇잎을 많이 먹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고, 기후로 인해 먹을 것이 부족해지면, 원숭이들은 독성이 있는 걸 알면서도 잎파리를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병이나 어지럼증, 치명적인 낙상을 유발하게 된다. 물론 저자는 원숭이들이 가려먹는 습관에서 인간 약물 치료의 희망을 바라본다. 동물에게 유독한 화합물은 소량으로만 사용되면 의학적인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 아스피린이나 퀴닌, 아트로핀, 모르핀, 백혈병 치료제인 빈크리스틴도 사실은 식물의 독을 이용한 것이라고 한다.

 

울음원숭이 뿐만 아니라, 다른 원숭이들도 의학적인 목적, 즉 기생충을 없애기 위해서 유해한 나뭇잎을 먹는다는 사실도 아울러 밝혀냈다.

 

원숭이 뿐만 아니라 숲에는 다양한 종들이 살아간다. 이들은 서로 긴밀하게 상호관계적으로 묶여 있다. 개미가 사라지면, 개미떼를 �아가서 벌레를 잡아먹는 새들이 사라지고, 새들이 사라지면, 새똥을 먹는 나비들이 사라지는 식이다.

 

결국 숲을 지키는 것, 동물과 곤충의 집을 지키는 것은 전 지구적인 생태를 지키고 그 속에서 함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도 건강하게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원숭이 이외에도 나비와 아카시아 나무의 공생, 원숭이와 개똥벌레의 관계, 그들의 긴밀한 주고받음에 대해서 재미있게, 무엇보다도 삽화가로 오랜 동안 일한 저자의 멋진 스케치와 더불어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