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책 읽기의 황홀

스타벅스보다 도서관이 좋은 이유-사회적 기업의 아름다운 반란

패션 큐레이터 2008. 8. 28. 13:56

 

 

 S#1-침팬지들의 세상은 불안하다

 

오늘 방송에서 소개한 두권의 책을 깊이 읽어봅니다. 오늘 PD 선생님한테 방송 편하게 잘 한다고 칭찬까지 들었습니다. (빠른 적응력을 갖고 있다고 하셨어요)

어제 사회적 기업 위캔을 소개하게 된 동기는 바로 이 한권의 책 <보노보 혁명>에 근거합니다.

 

예전 침팬지 정치학이란 책이 있었습니다. 네덜란드의 원숭이 생태 연구자였던 프란시스 드 발이란 분이 쓴 책이었지요. 침팬지들의 정치적 성향, 혹은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 인간과 똑같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젊은 수컷이 대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암컷 친위대를 몰아내고, 연합을 통해 현재의 대장을 짓밟는 방식이죠.

 

정치학 뿐만이 아닙니다. 침팬지 연구자들은 인간의 탐욕이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며, 이것이 인간의 원동력이라고 '선동' 합니다. 우락부락하고 야심만만하고 폭력적인 침팬지에게서 인간의 모습을 찾자는 말은, 그러나 침팬지의 친척인 보노보 원숭이를 보면, 침팬지를 통해 인간을 보는 관점을 수정해야 합니다.

 

보노보는 평등을 좋아하고 섹스를 즐기며 평화를 추구하는 낙천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종입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폭력과 탐욕이 인간의 본성이고, 평화와 공감은 그저 포장에 불과한 신화라고요.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아니 인간에게는 결국 이 두 가지 얼굴이 함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겁니다. 이명박 정권은 기본적으로 부자 정권입니다. 상위계층을 옹호하고 이들의 부를 극대화하는데, 온통 관심을 가진 정권이지요. 이걸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결국 우리 손으로 선택해버렸고, 정치학적 수사에 속은 우리들의 탓일 뿐입니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은 어떤 철학적인 결론보다도 인간의 본성을 꼬집는 말입니다. 침팬지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은 그저 부유하고 힘있는 자들이 가난한 자들을 짓밟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그렇게 세상은 또 발전해 나간다는 식의 전도를 하는 자들의 세상 같기만 합니다.

 

신 자유주의 침팬지 경제학을 신처럼 떠받들며, 침팬지 세계화를 향해 달려가는 지금, 그 기반은 부시정권의 몰락과 더불어, 하나씩 한계를 드러내고 있지요. 이 책은 우리 안에 있는 또 다른 본성,

공감과 평화에 대한 기질을 가진 보노보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오른쪽 사진의 주인공은 존 리드란 분입니다. 그는 1999년 마이크로 소프트의 임원직을 버리고 지구촌 빈민지역에 도서관을 설립하기 위해 만든 비영리 사회적 기업입니다. 2007년 2월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에서 100만달러를 기부받아 인도의 초중등학교에 450여개의 도서관을 지을 예정이라고 하네요.

 

1998년 사업에 지친 몸을 이끌고 그는 히말라야 오지 네팔로 가는 비행기를 탑니다. 그곳에서 교과서 하나없이 80명이 넘는 공간이 20명이 앉을까 말까하는 공간에 앉아있는 걸 보게 되죠. 여기서 그는 아이들에게 책이 얼마나 귀한지, 또한 이곳에서 책이란 존재가 어떤 일을 할수 있을지를 알게 된 겁니다.

 

그는 룸 투 리드(Room To Read)란 회사를 설립한 후 자신이 마이크로 소프트에서 배운 다양한 경영적 관점을 도입합니다. 시장의 효율성을 끌어들여 조직의 규모를 중시하고 눈에 보이는 성장과 성과를 강조한 것이죠.

 

짠돌이 경영으로 기부금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현지인을 활동가로 채용하여 그 곳에 뿌리를 함께 내리며 산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겁니다.

 

그는 이렇게 가난한 이들의 어머니란 칭송을 듣는 마더 테레사의 연민과 시스코 같은 초우량 기업의 집중력을 결합해 새로운 개념의 비영리 단체인 사회적 기업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전 세계 7억 5천만명이 글을 읽지 못하고, 학교 구경도 못한 아이들은 1억명이 넘습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깨뜨리려면 소액 기부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나아가 지금의 세계화는 영리 기업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합니다. 해외시장을 키우고 지속적인 성과를 내려면 현지 시장이 성장해야 하는데, 지금의 세계화는 외려 시장의 성장을 막고 있다는 것이죠.

 

 

기업이 개발도상국의 교육을 지원하고 현지의 인재를 양성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자선이 아니라 바로 다국적 기업을 위한 투자입니다. 이연자산을 쌓는 일이죠. 우드는 룸 투 리드의 성장을 보여주기 위해 흔히 스타벅스와 비교하곤 합니다. "사업을 시작해서 첫 6년간 스타벅스는 500개의 커피숍을 열었지만, 룸투리드는 1000개가 넘는 도서관을 지었다"고요.

 

룸 투리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투자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저 입학기준 조차 준비되지 않은 채, 졸속행정 속에 만들어진 국제 중학교 설립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말끝마다 떠드는 세계화를 할려면 좀 제대로 하라고요. 교육의 양극화 차별화를 통해서 부자들이야 자신의 아이들이 더욱 경쟁력을 갖기를 원하겠지만, 결국 이런 모델도 장기적으로 허물어질수 밖에 없는 인간의 욕심일 뿐입니다.

 

두번째로 소개할 사회적 기업은 바로 그라민 은행입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였던 그가 세상에 선보인 기업의 모델은 기존의 생각과는 너무 달라 처음엔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 또한 중소기업을 하면서 은행에 금융관련 문제로 얼마나 발에 불이나도록 다녀야 했기에, 그들의 모델은 놀랍기만 하지요. 금융의 도시 런던에는 오래된 불문율이 있습니다. "돈을 필요로 하는 자들에게 돈을 빌려주지 마라" 입니다.

 

갖은 보증과 담보를 요구한 뒤에 대출을 하고 이자를 받는 은행은, 이자를 제대로 내는 한, 고객과 관계를 증진시키지 않습니다. 까마득히 돈을 빌린 사람을 망각하지요. 하지만 그라민 뱅크는 신용대출을 해 준 뒤에 본격적으로 관계를 쌓습니다. 은행 직원들이 매주 혹은 매달 한번씩 대출자들을 찾아가, 재정 상태가 어떤지, 계획한 비즈니스가 잘 되는지를 검토하고 확인합니다.

 

이렇게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을 시작한 지금, 많은 사람들이 상환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품지만, 놀랍게도 1000명중 997명이 원금을 갚아나가는 놀라운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본주의가 가진 부드러운 속살을 드러내며, 침팬지 자본주의와 싸우는 이들을 우리는 사회적 기업가라고 부릅니다. 지난 세월 대기업과 컨설팅 회사에서 말 그대로 큰돈을 벌기 위한 기술을 익히고 가르쳐온 날들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자본주의는 마냥 나쁜것 혹은 타도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 속에서 숨어있는 또 다른 얼굴, 공감과 배려와 사랑의 모습을 찾아내야 하는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희망은 이렇게 커갑니다. 대한민국의 사회적 기업들도 또한 성장하기 바랍니다. 저는 이제 그 일을 위해 제가 가진 시간의 일부를 반드시 할애하려고 합니다. 함께 가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