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해태제과 부속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과자 나라의 엘리스' 전을 보았습니다. 방학을 맞이하여 다양한
체험전이 열리고 있는데요. 그 중의 하나입니다. 저도 과자 만들기 체험을 해보려고
했는데 시간을 놓쳤고 아쉽게 전시만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4세 부터 초등학교 2학년 학생까지를
대상으로 해서, 과자를 통해 미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전시입니다.
과자는 그 자체로 일종의 조형성을 가지고 있지요. 또한 미각적 요소와 시각적이니
미술이 결합해서 보여주는 일종의 크로스오버 전시라고 할까요.
1관은 마그리뜨의 방입니다.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뜨의 그림을 화이트 초콜렛과 크래커를
이용해서 모작한 작품들을 선보이더군요. 원래 이 전시의 제목인 <과자나라의 엘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입니다. 소설의 구성을 따라
작품들이 배열됩니다. 토끼와 함께 여행을 떠나며 첫번째
들어가는 곳이 상상의 나라잖아요.
그래서 도슨트 언니들이 토끼옷을 입고
아이들을 일일히 안아주며 설명해주는 시간을 갖더라구요.
두번째 방은 가우디의 방입니다.
가우디가 누구냐구요? 스페인 출신의 건축가랍니다.
그는 기존의 건축과는 매우 다른 방식을 추구해서 집과 건물을 지었습니다.
자유로운 선의 흐름이 집과 건물의 외곽선에
배어나도록 건축한 그의 생각을 과자 조형에 이용하여 만들었습니다.
물론 스페인적인 열정과 색채의 화려함 또한 포함되지요.
크래커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붙여서
만든 동물들과 나무의 형상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직접 손으로 움직여 보고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오감을 동원해 대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된 전시입니다.
어린시절에는 특히 구상적 장난감들이 좋다고 하지요.
구체적인 형태와 질감, 이름을 익숙하게 익히도록
도움을 주는 그런 장난감 말입니다. 자연현상을 익히거나
자연친화적인 소재의 장난감도 좋습니다. 제가 뉴질랜드에 있을때
바람을 쐬러 일주일에 3번 정도는 꼭 나갔던 브라이튼 해변의 도서관 주변
놀이터에는 모종삽과 화분 하나만으로 반나절, 계속 흙을 퍼담고
만지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유아들이 참 많았습니다.
걸리버 여행기 시리즈를 과자로 만들었더군요.
상당히 큰 조각이었는데, 섬세함이 그대로 배어나 있더라구요.
할머니의 장바구니엔 부라보콘이
아빠의 지게에는 다양한 과자가 담겨 있네요.
과자회사가 스폰서를 담당한 전시니 뭐 이 정도는 그냥 애교로
넘어가야 할듯 합니다.
이번 전시는 아이들에게 과자를 통해
선과 질감, 비례와 균형, 크기에 대한 감각, 미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를 가져다 줄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가장 쉽게 자주 접하는 대상을 통해서 미술의 기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는 취지인 셈이지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너무 기성작품의 흔적이
남아서 별로였던 것 같습니다. 현대일본 미술작품을 거의 베낀듯 한 느낌이 들었고요.
그래도 인상깊은 건 사루비아와 맛동산으로 만들어낸
르네 마그리뜨의 그림들입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칠 때
혹은 전시장에 데려가실때는 꼭 가까이 보는 법과 멀리서 작품을 보는 법을
동시에 가르쳐야 합니다. 어른들이 사진을 배울때 망원과 접사를
동시에 즐기는 것도 같은 이치인데요.
디자인이나 미술은 결국은 우리 일상 속에
묻어있는 대상들을 재해석하고 새롭게 보는 방법을 가르치는
내용이 많습니다. 과자조형도 그렇고, 웨하스의 형태도 왜 꼭 직사각형일까
혹은 사루비아는 왜 콘지형으로 되어 있을까. 이런 걸 엄마들이
도형의 형상을 설명하는 도구로 사용해도 좋을것 같습니다.
작품 중 인상에 남았던 군대시절의 모습을 과자로 일일이 빚어
처리한 작품과 과자섬을 발견한 아이들의 모습이
기억납니다. 보물섬을 발견한 듯 보이네요.
아빠의 월급날이란 제목의 작품입니다.
항상 월급날이면 아빠가 사오셨던 황토빛 반 투명비닐 속 티나 크래커와
사브레와 계란과자가 생각납니다.
전시는 무료고, 체험학습은 5천원입니다.
자신이 만든 과자를 가져갈수 있고, 또한 아이들을 동반한
부모님들에게 과자선물을 한웅큼 주더라구요. 저는 학부모가 아니라서
못받았어요. 요즘은 이런 전시들이 좋네요.
그림도 좋고, 조각도 좋고, 설치도 좋지만
아이들을 위한 좋은 전시들, 역사와 미술, 인문학적 감수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전시들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부터 공부란 실체없는 대상에
아이들을 무조건 복속시키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이 땅의 교육이 도구적 인간을 키우는데 그 코드를 맞추고 있기
때문이지만, 결국 창조성과 혁신은 '놀이에서 나온다고 저는 믿습니다.
스티븐 나흐마노비치가 쓴 '놀이, 마르지 않는 창조의 샘'이란
책을 읽고 있습니다. 우리 세대에 인간은 생각하는 인간에서 놀이하는
인간으로 진화된다는 것이 그의 결론입니다. 놀이가 창조와
상상력의 원천이 되는 것이죠. 놀이가 단순한 놀이가 아닌겁니다.
그래서 더욱 여러분께 전시회 관람의 중요성
체험의 중요성을 놀듯, 재미있게
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죠.
아서프라이서의 <휘파람과 개> 들려 드립니다.
비도 자꾸 오고, 습하고, 지치기 쉬운 주말 휘파람 불며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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