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Education/엄마는 나의 멘토

걸리버, 미술관에 가다-시립미술관 봄 나들이

패션 큐레이터 2008. 5. 5. 22:32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시내에 나갔습니다.

시립미술관에서 5회째 열고 있는 <미술관 '봄'나들이>전을 취재하기 위해서였죠

이 행사는 서울 시립미술관 앞 마당과 정원에서 펼쳐지는 야외설치미술전입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작품들이 즐비하게 놓여있네요.

오른쪽은 예전 블로그에서 한번 소개했던 변경수씨의 작품 <아프리칸 철학자>입니다.

이 작품은 예전 창동 스튜디오에서 발견하고 그때 소개했는데

이렇게 시립미술관에서 다시 보니 기분이 좋네요.

 

 

변대용 <갈증이 나다-상어탈을 쓴 사람> F.R.P, 90*220*80cm, 2006

 

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미술관 봄 나들이> 시리즈는

매년 독특한 테마를 가지고 기획됩니다. 올해의 주제는 <걸리버, 미술관에 가다>

였습니다. 소인국과 대인국을 넘나들며, 상상의 여행을 펼쳐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하죠.

 

 

변대용 <갈증이 나다-가면을 쓴 사슴> F.R.P, 150*50*190cm, 2006

 

사람을 가르키는 영어단어가 Person이지요.

이 단어는 원래 배우들이 쓰는 가면 Persona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인생의 무대에서 누구든 자신만의 가면을 쓴 다는 뜻이지요.

 

 

사실 걸리버 여행기는 정치적인 소설입니다.

18세기 영국의 암울한 정치사를 비판한 작품이기도 하지요.

하늘에 떠다니는 섬과 , 소인국과 대인국을 오가며 당대의 뼈아픈 현실들을

풍자한 이 작품 속, 인간들이 사는 마을을 가리켜 <야후 Yahoo>라고 한건 다 아실거에요.

그래서 모 인터넷 포털 사이트도 이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회사명을 지었고요.

 

변대용의 작품 속, 상어탈을 쓴 사람의 모습은 당시

영국 사회의 위선적인 정치인을 풍자하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될듯 합니다.

이원주의 <뭐가 걸렸나>엔 스스로 덫에 걸려버린 동물들이

등장해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이야기 하기도 하죠.

자승자박이란 어려운 한자어를 별로 쓰고 싶진 않지만 자기꾀에

자기가 넘어간 동물을 빌어 당시 영국정치의 우매함을 비판하고 나아가 우리의

정치현실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한수의 <혼성상상>은 용과 비너스가 결합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혼성 상상에는 유전자 변형에 의한 생물체의 변형을 의미하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최근 정부가 GMO 농작물을 수입해서 국민적 저항에 부딛히고 있지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몬산토란 기업의 부패현장에 대해서 꼭 다루어 보고 싶습니다.

GMO로 유명한 회사거든요. 이런 유전자 파괴가 결국 인간을 어떻게 몰락시키는 지에 대해서

배울수 있는 좋은 기업 케이스가 될 거 같습니다.

 

 

비너스와 또 다른 비너스가 서로 경합하며

머리위에 꼬챙이를 꽂기도 합니다. 이 작품들은 걸리버 여행기에서

한번쯤 만나보았을 법한 당파싸움에 빠진 인간의 사회,

달걀을 위에서 부터 까먹는 인간들, 이웃나라와 전쟁하는 모습을

은유하고 있는 작품들이죠. 사실 보기에는 화사해도

아이들에게 의미를 설명해주기란 그리 쉽지 않아 보입니다.

 

 

박은선의 <분수-도시의 구조>란 뜻입니다.

이번 작품은 솔직히 좀 의미가 강렬한 것들이 많더군요.

아이들이 엄마에게 이 작품의 뜻이 뭐냐고 묻던데, 얼머무리는 분들도 많고요.

박은선 또한 예전 블로그에서 다루었던 작가입니다.

 

박은선은 항상 권력과 그 힘의 지배를 받는 존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지요. 왜 이 작품의 제목이 도시의 구조였을까 하고 생각해보니

선뜻 아이들에게 추악한 사회의 현실이랄까, 강자와 약자의 관계와 같은

것들을 설명해주기가 꺼려졌습니다. 왕따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거든요.

 

 

이 작품 또한 블로그에서 예전 다루어서 큰 호평을 받았던

윤지영 작가의 <몽상가>입니다. 윤지영의 작품은 금방 사람들의 눈에

익숙함을 부여하지요. 텔레비전 속 인물들을 빌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니까요.

 

 

 

윤지영의 <성냥팔이 소녀-손을 꼭 잡아주세요>와 <엉뚱한 현실-손을 꼭 잡아주세요>

시리즈 작품 입니다. 윤지영의 관심은 항상 사회의 구석을 향합니다.

뭔가 멋진 재료로 포장되어 있고, 겉은 아름답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소외된 대상을 다루지요. 이번 전시 보면서 좀 놀란 것이

사회적인 발언의 느낌이 강한 작품을 골라놓은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부여하는 전시를 하겠다지만

사실 그 상상력의 원천을 이루고, 그 속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일도

필요할텐데, 매우 사회적인 메세지가 강해서 저 또한 약간은 놀랐답니다.

 

 

이 작품은 이원주의 <니들도 당해봐> 시리즈 중 한편입니다.

예전에 이 작가를 한번 다룬다 하면서 하질 않았는데 결국 시립미술관에서

보게 되네요. 이 작품의 주인공인 모기는 바로 인간이 뿌린

살충제에 내성이 생겨서 인간을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도록 새롭게 변종된 모기입니다. 인간이 자신에게 한 행동

그대로 보여주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요. 환경 재앙에 대한 좋은 은유로 만든 작품인데

시립미술관 들어가는 골목 바로 앞에 놓여있더군요.

 

 

이건 변경수의 치킨조지맨......이란 작품이에요.

날기를 꿈꾸는 닭을 그린 것이죠.

 

 

이 작품은 이병호의 <날거나 혹은 추락하거나>란 작품인데

이 또한 매우 정치적인 의미를 담는 작품입니다.

처음엔 왜 이렇게 어려운 작품들을 설치해놓았나 싶다가

실제로 한 아이에게 몇몇 작품의 의미가 어떻게 다가오는가 하고 물어보니

그 대답이 왠만한 어른들 뺨치는 수준이더군요.

 

제가 너무 조심하고 있는게 아닌가?

어차피 걸리버 여행기를 읽고 그 뜻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다면 이 작품 속에서 보여지는 정치 풍자와 어른 세계의 부조리가

그리 새롭거나 위험한 것도 아닐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이병호의 이란 작품이고요.

정치적 혼란과 터무니 없는 지배욕에 무너지 사회, 그 속의

인간들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마치 스테인드 글라스 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이부록과 안지미씨의 세인트 메뉴얼 시티란 작품인데요.

투명 시트지를 출력해서 유리벽면에 붙였더군요. 손으로 하나하나 건축해가는

도시의 모습, 그 의미를 담았습니다.

 

 

이 작품은 예전 블로그에서 보셨을 거고요.

 

 

들어가는 길에 놓여진 스텐드인데

카탈로그를 거꾸로 놓았길래 제가 다 꺼내서 바로 잡아주었습니다.

이런 것 하나하나가 눈에 거슬리더군요. 안내원이라고 있는 사람은

무슨 신변보호하러 온 경호원처럼 검정 양복을 입고서 제가

이 카탈로그 하나 제대로 못놓냐고 호통을 치니

그제서야 와서 고쳐놓는 시늉이나 하고요.

 

 

하이서울 페스티벌과 연계한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사람들도 많이 모였더라구요. 사실 시립미술관 내부에서 열리고 있는

부르델 전시회도 좋은데, 가격이 9천원이고, 아이들이 보기에 좀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그냥 조형물들 앞에서 사진만 찍고 가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약간 아쉽지만, 그런 분들을 위해서 부르델 전시를 한번 소개를 해야겠다 싶네요.

 

 

마치고 돌아오는 길, 분수대 위에 앉아 쉬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앙징맞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온 아빠의 모습도 곱고

5월 5일 어린이날.....하루뿐인 아이들의 날이

그래도 행복가득했길 희망해봅니다.

 

저는 항상 주장해왔습니다. 어른으로서

가져야 할 윤리강령, 혹은 삶의 도덕적 지침은

바로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각오가 되어 있는가란 질문의

대답에서 부터 시작한다고 말입니다......저 아이들 위해서도 쇠고기 수입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가 정확하고 과학적으로 해결되었으면 합니다.

 

마치 오늘 본 전시 속 작품들이 하나같이 어른들의

부조리를 담아낸 작품들인데,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요.....그냥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래도 제가 작년 한해 블로그 통해서 소개한 작가가 3명이나

이번 전시에 나오게 되어서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힘이 ......함지박 만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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