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Education/엄마는 나의 멘토

나는 아빠젖이 제일 좋아요-"알퐁소와 아빠와 나" 사진전

패션 큐레이터 2008. 4. 22. 03:28

 

저번 토요일날 인사동에서 아주

재미있는 전시 하나를 봤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전시였어요

<알퐁소와 아빠와 나>란 제목의 사진전을 보았습니다.

그라우 갤러리는 독특한 전시를 자주 하는 현대미술 전문 갤러리에요.

전시를 보러....알퐁소 강아지를 따라 고고씽!

 

 

알퐁소는 최근 매일유업에서 새로 런칭한 유/아동복 브랜드입니다.

이 전시를 기획했던 큐레이터와 브랜드 매니저와 함께 전시장에서 인터뷰를 했었는데요

아빠들의 육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끌어내기 위해 독자들을 상대로

사진 컨테스트를 했답니다. 아빠와 보낸 시간을 찍은 사진 2500장 모두

선별이나 거르는 과정 없이 다 전시를 했더군요.

 

 

 

 아이들을 중심으로 가족을 초대하는 전시다 보니

아이들 먹일 우유며 요쿠르트며 사은품들도 앙징맞게 놓여 있더군요.

 

 

사진 속 모습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특이한 느낌이 발산되는 거에요. 한국사회가 아직까지는 아빠들의

육아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고 있다곤 하지만, 여전히 턱없이 낮습니다.

 

그런 가운데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하는 모습을 찍어낸

모습들이 엄마와 함께하는 아이들의 순간과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거에요.

 

 

사진 보면서 어찌나 부럽던지......

하긴 나를 닮은 개체가 나를 통해 세상에 나온다는 것.

그 존재를 소중하게 양육하고 키우는 것 만큼 중요한 일도 없을진데

 

육아에 있어서만큼, 여성의 몫으로 돌렸던 부분이

많은 우리들에겐, 사진 속 전문가의 터치가 가미된 사진은 아니지만

일상 속 작은 행복들이 소롯하게 녹아 있습니다.

  

 

 

패션 바이어로 일할때 아동복을 했기 때문에

유독 아이들 옷을 보면 눈에 잘 들어 옵니다.....아기들 신발 보면 꼭 인형 소품 같아요.

종종 아기신발을 모아서 수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적도 있답니다.

 

 

 

요즘 아이들은 어쩜 그리도 포즈를 잘 취하는지......

한명의 왕자와 한명의 공주님을 골라서 설정 사진 한컷씩 찍어주었습니다.

 

 

2500장 사진 중에서 순위에 든 사진들은 크게 확대를 해서 중간 중간

걸어놓았더군요. 저는 이 사진이 참 좋았어요.

아이 표정이 너무 해맑지요.

 

교회 영아부 보조 교사시절, 포대기에 아이들 업는 걸

정말 좋아했더랬습니다. 아이들이 포대기에 들어가기만 하면

울다가도 새록새록....잠도 잘자고요.

 

 

아이들을 위해 아빠가 만든 동영상도 틀어주고요.

 

 

유독 아이들과 잘 놀아주신 아버지를 두었던 탓에

어린시절, 주말이면 피크닉을 자주 다녔습니다. 어머지는 그런 아버지를 가리켜

굉장히 현대적인 스타일의 남자였다고 말하지요. 지금봐도 그래요.

바이올린도 잘 하시고, 암기력이 좋아던 아버지 덕에

저도 뭔가를 잘 외우고 다니는 버릇이 있고요.

 

그러고 보면 아이는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닮을수 없나 봅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젊은 아빠들의 모습이

어찌나 곱던지, 부러움 반 시셈 반, 사진 속 응고된 시간의 추억을 돌이키며

한동안 서 있었습니다.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 어머님 배속에서 몇 달 은혜 입나

기억하려는 태아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릅니다.....함민복의 <성선설>이란

이 짧은 시는 곱씹을 때마다 행복합니다. 그리고 가슴 한구석이 아련해집니다.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난 아기는 엄마와는

생물학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소통관계가 쉽게 형성되지만

아버지는 사회적 존재로서 그 관계맺기가 쉽지 않고, 엄격함에 기반한

존재로서 자리해온 것이 이 땅의 가부장 사회의 한 단면입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아버지에게 친밀감과 사회성을

동시에 배울수 있는 사회 속에서 태어나고 양육되고 있음을.....배웁니다.

그런 좋은 아빠가 되는게 중요하겠죠. 그리고 제 세대가 바로 그 첫 출발선에 와 있다는 걸

몸으로 느껴봅니다. 말로만 해서는 안되겠지요.

 

이 세상의 모든 아빠들에게 응원의 화이팅을 외쳐봅니다.

(퇴근 후 바로 잠자리에 들어버려서인지, 오늘은 2시에 깨어버렸습니다)

저도 화이팅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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