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해를 등지고 놀다

대관령 목장에 가다-바람의 소리를 듣다

패션 큐레이터 2008. 7. 11. 14:02

 

어제 삼양 대관령 목장에 다녀왔습니다.

최근 농심불매운동과 함께 삼양라면의 인기가 뜨겁습니다.

라면 재료가 생산되는 청정 대관령 목장은 어떤 곳인지 가보고 싶었지요.

 

날씨가 더없이 청정하고 맑아 더욱 하늘은 더욱 높아 보입니다.

1100미터의 고원지대에 위치한 터에 도시의 습한 기운도 없고, 파삭파삭한

연록빛의 미풍이 피부를 스칩니다.

 

 

청정한 상수원 보호를 위해 일체 식사 및 취사를

하지 못하는 관계로, 목장 입구, 미니카페를 들어가도 컵라면만 간단하게

드실 수 있습니다. 단무지랑 찐계란 정도는 같이 먹을수 있고요.

저도 황태라면과 준비해간 김밥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옆에는 자그마한 마트가 있어서 삼양식품 관련 제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가게 앞에서 20분마다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목장은 목초 및 방목지 보호를 위해, 일체 승용차가 출입할 수 없습니다.

해발 1140미터의 동해전망대에 올랐습니다. 터키빛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하늘과

초록빛 방목지, 빨강색 셔틀버스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망대에선 날씨가 좋아서인지 주문진과 강릉 경포대가 환하게

보였고, 경포호수의 아련한 모습까지 담을 수 있었습니다.

 

 

1400억을 들여 대관령 단지에 설치한 친환경 풍력발전기가

마치 풍차처럼 돌아갑니다. 직접 보시면 거대한 구조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곳에서 산출하는 전력량이 소양강댐 전기량의 절반에 육박한다네요.

 

 

뉴질랜드와 독일을 여행할때 이 풍력발전기를 자주 보면서

부러웠는데 국내 최고의 풍력발전단지를 보니 기분이 남다릅니다.

수력발전은 항상 수몰지역과 배상문제를 만든다는 점에서, 친환경과는 가장 극을 이루고

화력이나 원자력은 원자재나 방사능 유출과 같은 사고에 대해 자유롭지 않아

바람의 힘으로 생산되는 전기가 친환경 대체 에너지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초록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산기슭을 따라

즐비하게 놓여진 풍차들을 뒤로 하고 사진 한장을 찍습니다.

 

 

이 길을 따라 가시면 임꺽정과 야인시대의 촬영지를 보실수가 있고요

원앙새들의 서식지인 삼정호까지 방문할 수 있습니다.

 

청정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금

바람에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소리가 그리 싫지 않았습니다.

쉬익.....하고 바람의 소리가 들릴 뿐이죠. 야간에 와보면 느낌이 더욱 색다르겠다는

생각을 문득 했습니다. 구름을 벗어난 달과 구름, 그리고 바람소리.....

생각만 해도 지친 몸과 영혼을 달래는 달콤한 수액이 흘러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주변 풍광이 미려하다보니 자연 많은 영화 및 드라마의

현지활영지로 사용된 이곳은 드라마 <가을동화>의 은서와 준서가 사는 집이 있고

지금 보시듯 영화 <연애편지>에 나오는 나무가 심겨져 있죠.

저도 여기서 한컷 사진 찍었습니다. 넉넉한 여름 미풍이 나무에 걸려

갈빛 목재계단을 통해 올라가는 이들의 땀방울을 삼키는 시간.

영화 속 주인공 처럼 포즈도 취해봤습니다.

 

 

연애소설나무를 지나 내려옵니다.

대부분은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바람의 향과 맛이 너무 좋아서

그냥 산책겸 걸어 내려갔습니다. 멀리 소 방목지가 보이네요.

 

 

가까이 가서 한컷 찍습니다. 서울 여의도의 7배 반에 달하는

동양 최대의 초지를 자랑하는 대관령 목장은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분들이

노역으로 만든 곳이라고 하네요. 저도 이 사실은 차를 타고 가면서 알았어요.

 

싱그러운 목장의 여름, 그러나 너무 강한 일사량 때문에

소들이 목초지에 나오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여기가 한국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청정한 자연을 자랑하는

크라이스트처치를 여행할 때 보았던 풍경들과 오버랩이 되더라구요.

 

 

소 방목지 아래에는 양들을 방목한 곳이 있습니다.

유유히 풀을 뜯는 양떼 모습이 참 편안합니다.

 

 

미만한 연두빛과 짙은 초록이 교차하는 시간

싱그러운 여름초원, 널브러진 공간, 알레그로의 속도로 부는

미풍, 이 속에 모든 생명의 연쇄 고리가 고아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느낍니다.

 

 

아래로 내려오면 타조 사육지랑 토끼들에게 풀을 먹일수 있는

곳도 있고요. 위의 사진은 청연원이라는 작은 공원의 모습입니다.

 

 

 

수종을 세어보기엔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다양한 나무가 조형되어 있고, 연보라빛의 꽃이름이....기억나지 않지만

군집되어 피어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왼편에는 2천년된

고목의 질감이 특이해서 찍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목장에서 보낸 시간이 좋은 이유가

산과 목장과 보시다시피 아래에는 계곡이 흘러서 산책하시고 나서

잠시 쉬어가기에도 아주 좋은 곳이었어요.

일급 청정수라 쉬리랑, 산천어도 보실수 있답니다.

 

 

목장 관람료가 7천원인데 사실 여기엔 셔틀버스 비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인당 라면을 하나씩(?) 주시더군요.

돌아가는 길 군것질 하려고 어린시절 손가락에 끼워 빼먹던 짱구랑

깐도리(정말 오랜만에 봤습니다. 일반 마트에서 거의 보질 못했거든요)사서 시원하게 먹었습니다.

 

목장길....나무 우거진 길을 걸어내려오며

비록 하루만의 여행이었지만 행복한 마음 가득하더군요.

마음과 몸이 아플땐, 자연과 숲에 들어가 치유를 받으라는 말의 의미를

또 새삼스레 배웁니다. 유니스 황의 연주를 올립니다.

In the Forest......숲 속에서

 

하늘엔 파아란 하늘엔 / 하아얀 생각들이 둥둥 떠다닌다.

한 마리 새가 되어 비상하는 기억들이 / 갯내음으로 밀어 올린 바람에게 넘어진다.

바람은 바람이 났나보다 / 눈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 애무하며

신바람이 나서 / 어지럼증이 나서 / 마구 헤살 짓고 다니다

부끄러워 얼굴 붉히는 꽃마음까지 닮아버린

 

신의식의 '바람이 하는 말' 전편

 

동영상에 풍광의 일부를 담았습니다. 바람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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