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해를 등지고 놀다

아프리카 박물관에서-쇼나 조각에서 피카소의 향기를 느끼다

패션 큐레이터 2008. 7. 27. 19:36

 

오늘 경기도 포천에 있는 아프리카 예술 박물관에 갔습니다.

오랜동안 알고 지낸 블로거 분의 추천으로 간 곳입니다. 봉선사도 함께 들러

연꽃축제를 보고, 미만한 초록빛 연못에 우윳빛 연꽃이 피어난 풍경을 눈에 담았습니다.

 

 

들어가는 길목에 본 나무 조각들이 인상적입니다.

나무의 질감과 따스한 속살이 초록빛 잔디 위에 다양한 동물의 형태로

형상화 되어 있습니다.

 

 

시원한 연못, 그 속에서 유영하는 은빛, 금빛 언어가

흐린 기운과 구름낀 하늘로 렌즈 속에 색온도로 인해 다소 파란 기운을 띠네요.

 

 

박물관 들어가는 길에 악사가 전통악기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작년 케냐에서 젬베라는 전통 아프리카 북을 경험하고 한국에서 몇번

홍대에 가서 쳐본적이 있습니다. 아프리카 원주민의 음악은 선율 자체는 비교적 단순한

가락의 반복이 많으나 여러 사람이 자신의 멜로디나 음을 곁들임으로써

생기는 다양성의 미를 중요시 여깁니다.

 

 

개인적으로 쇼나(Shona) 조각예술품을 많이 볼수 있어서 아주 좋았습니다.

2003년 늦가을에 샌디에고 자연사 박물관에서 '돌 속에 깃든 영혼 (Sprit In Stone)

이란 제목의 쇼나조각전을 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건성으로 봤는데,

한국에서 쇼나 조각품을 보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쇼나란 원래 짐바브웨와 모잠비크 남부에 살고 있는 족속입니다.

원래 짐바브웨란 나라의 말 뜻이 '돌로 만든 성'이란 뜻인데요. 그만큼 이곳에선

양질의 석재가 채굴되어 다양한 건축과 예술작품을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뉴욕 타임즈와 이코노미스트지에선, 1960년대 말 이 쇼나 조각이 등장했을때

아프리카에서 등장한 가장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쇼나 조각에 사용되는 석재는 200여개의 자연색과 다양한 질감의 변주를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소재입니다. 돌의 결을 따라 조각해야 하고, 반드시 손의 온기에 따라

그 감성을 녹여내야 하는 소재이기도 하죠. 그래서 서구 조각가들이, 이 쇼나에는

서구가 잃어버린 영성의 흔적이 아로새겨 있다고 주장하나 봅니다.

 

결국 조형이란, 자연과 그 속에 내재한 영성을 그들의 눈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아프리마의 조각 속에 드러나는 따스한 모성적 자연, 대지의 품,

폭력에 대한 두려움, 외경심,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녹아있다는 것이죠.

 

이런 면 중심, 양감과 덩어리, 질감을 중시하는

아프리카 미술은 당시 유럽의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피카소의 입체파 철학에 등장하는 '덩어리' 중심으로 세상을 재편하는 일, 그 원천에는

바로 아프리칸 미술의 원시성이 담겨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 자신 또한 자서전에서 후술하고 있고요.

 

 

다양한 아프리카 토산품이 전시된 곳을 지나 밖으로 나옵니다.

야외 조각공원에 세워진 다양한 쇼나 조각을 보세요.

 

 

아프리카의 예술작품에는

항상 대지를 엄마로 생각하는 인간의 영성이

배어나옵니다. 모성적인 사고에 기반한 평화주의, 그래서인지

유럽의 조각처럼 일인이 외롭게 서있는 모델 중심의 작품 보다는 집단적이고

항상 엄마와 아이로 표상되는 두 주체의 상호교감과 믿음

평화로운 소통이 느껴집니다. 

 

 

쇼나 조각에는 쇼나족 특유의 정신성이 배어 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쇼나족은 대부분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평화적인 족속이었죠.

이들은 정치적 억압과 무장침입자들, 질병과 가뭄과 같은 다양한 외적 요소들을 극복하기 위해

그들만의 섬세한 사회적 관행과 신념의 체계를 만들었는데요.

바로 그것은 '함께하기'의 철학이었습니다.

 

이들이 사용한 돌은 바로 서펀틴이란 것인데요. 흔히 고급 건축 자재로

사용하는 사문석이란 것입니다. 이 돌은 결을 따라 조각할 경우

다양한 질감이 만들어져서 조각의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합니다. 짐 바브웨의

그레이트 다이크란 지역은 225가지의 색채를 지닌 사문석 채굴지역입니다. 또한 베르디테라

해서 에머럴드 빛깔과 파도무늬의 선형태가 돋보이는 돌이 생산되는 곳이지요.

이 돌은 손으로 일일이 젖은 사포로 문질러서 형태를 잡고 불에 구운 다음

뜨거운 왁스를 발라 표면을 부드럽게 합니다.

 

 

돌에 새긴 영혼......

조각들을 보는데 시간을 충분히 갖고 보지 못해

약간의 아쉬움은 남슴니다만,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가려 합니다.

그러고 보면 제가 사는 집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있더라구요.

 

아프리카의 향기와 더불어, 따스한 돌의 온기를

느껴보세요. 이제 또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네요. 지치지 말고

멋진 일주일, 힘을 내어 달려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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