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_Ice Capsule_캔버스에 유채_65.1×90.9cm_2006
오늘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가슴 속 푸른 멍울자욱 지우려는 듯
굵은 비가 내립니다. 정치적 현안에 대해 극과 극의 배접이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 시원한 물줄기와 더불어, 가슴앓이 하는 모든 이들의
상처도 흔적없이 지워졌으면 좋겠습니다.
박성민_Ice Capsule_캔버스에 유채_65.1×90.9cm_2006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또 작열하는 정오의 햇살이
수직으로 쏟아지겠죠. 올 여름엔 뭘 하실 생각이세요?
캄보디아를 가려고 했는데, 현안들이 산재해서 여행을 포기해야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외국을 수도 없이 다녔지만 정작 내가 태어나고 자란 한국에
가보지 못한 곳이 너무 많더군요. 경남 합천에 있는 바람흔적 미술관을 한번
가려 합니다. 바람이 머무는 산기슭엔 오랜 숙명의 시간을 견인한
나무로 쌓아 만든 미술관 표지판이 보인다더군요. 샤프란꽃을 쭈욱 눌러 짜낸 듯한 환희의
노랑색과 연두빛 파라솔이 보이는 곳에서 그림을 보면 기분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연세가 많으셔서 에이컨으로
제습을 하는 건 괜찮은데 온도를 너무 낮추면 머리를 아파하셔서
선풍기와 시원한 물로 여름을 보내려 합니다. 지금도 오늘 집에 오자마자
오미자 우려낸 물을 아이스컵에 얼려 먹고 있어요.
박성민_Ice Capsule_캔버스에 유채_112.1×162.2cm_2006
오늘 소개할 박성민 작가는 얼음조각을 그립니다. 2002년 5월부터 시작된 얼음조각과
파릇한 식물의 만남, ‘박성민의 얼음’엔 뭔가 설명하기엔 독특한 힘이 있습니다.
그의「아이스캡슐(Ice Capsule)」시리즈는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작가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물질의 원래적 성질’입니다. 물질은 보통 세가지의 형태(三態, 기체-액체-고체)의
유기적인 순환 속에서 구성되거나 혹은 해체되지요. 그는 물질의 고유한 성질에 우리의
삶과 행동을 담아 은유적으로 표현하려 합니다. 가령 ‘액체는 유기적인 사고,
고체는 고정된 기억, 기체는 망각의 존재성’ 등으로 말이지요.
우리가 흔히 기억을 응고시키고 싶다거나
슬픔을 녹여버리고 싶다거나 혹은 꽁꽁 얼려버리고 싶다고 표현할때,
그 언어 속에 물질의 성질을 이용한 은유가 들어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박성민_Three States of Matter_캔버스에 유채_50×65.1cm_2006
그의 그림 속엔 ‘박꽃’과 ‘쪽지편지’ ‘화려한 색감의 과일들이
얼음속에 얼어붙은 채로 보여집니다. 박꽃에선 잃어버린 시골의 사잇길 인심이
떠오르고 순수한 달빛이 연상되지요. 쪽지편지엔 그 예전의 메신저 역할을 하던 아련한 추억이
배어나옵니다. 박성민의 얼음덩어리 속의 작은 세상에는 우리 자신의
뭉툭하면서도 섬세한 이중의 기억이 아로새겨진 삶의 기억들이
캡쳐된 채 표본으로 남아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마치 그 얼음을 깨서 그 속의 과일들을 깨어물면
빙결된 얼음무늬속 상처와 추억과, 기쁨과 환희가 당의정처럼
내 입속 체온을 통해 녹아내릴 것만 같습니다.
시원한 여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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