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근_여행_캔버스에 유채_91×72.7cm_2008
여행을 떠나다.....모든 이들의 여름 로망입니다.
부산한 삶의 일정과 부대끼며 습관이 되버린, 진부한 생의 리듬을
다시 조율하는 시간. 여러분은 올 여름 어떤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여행에 관한 글을 쓰고 싶은 걸 보니, 지금 제 모습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가 봅니다. 시국이 그렇고, 풀리지 않는 문제들과, 충돌하는 살인적인 스케줄로
누구 말마따나 '하악하악'하고 있습니다.
대학 4년때 혼자서 남들은 취업 준비로 바쁘던 그때에도
혼자 기차를 타고 남도여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베낭 속엔 구닥다리 워크맨과
존 바에즈의 목소리가 담긴 카세트, 요시모토 바나나의 (당시) 신작소설,
파울 챌란의 시집이 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전영근_휴가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08
여행을 하고 나면 사람들은 무언가를 얻는다고 하지요.
얻기 위해서 버려야 하고, 다시 채우기 위해 가볍게 나를 비워야 하는
길 위의 시간은 우리를 성숙시킵니다. 자칫 잃어버린 리듬 속에 생경하고 강하기 만한
말투는 어느덧 화사하고 부드러운 화법으로 변하고, 강물의 소리를 듣습니다.
정말 떠나고 싶습니다. 낚시대와 베낭하나, 침낭과 먹을 거리
차에 실고 달려보고 싶습니다. 그만큼 지금 많이 지쳐있나 봅니다.
전영근의 그림이 보고 싶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나 봅니다.
올 봄부터 지금까지, 참 어느 해와 달리 치열하게 보낸 시간이 있었을까
싶고, 서울이란 무심한 도시의 한복판에서 서럽게 운적도 없지 싶네요.
전영근_휴가_캔버스에 유채_72×60cm_2004
좋은 날이 오겠지요......그저 기다립니다.
그때가 되면 가방속에 넣어둔 수박 한통, 소주 한병 꺼내
마음에 맞는 친구와 밤새 수다 떨며 이야기 하고 싶네요. 화가는
여행을 주제로 많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정물화를 오래 그린 작가답게
그의 작품 속엔 사물과 사물간의 조응관계가 질서감을 유지하며 배치되어 있습니다.
전영근_여행_캔버스에 유채_112×162cm_2008
강물같은 세월속에 부서진 혼신의 파편을 모아
마지막 모닥불을 지피는 정열로 당신과 여행을 하고 싶다.
이름없는 작은 포구의 선술집 목노에서
정담을 나누며 마시는 한잔 술에 추억을 쏟아내며 그렇게 밤을 지새고 싶다.
세상의 추한 바람과 시샘의 눈총에도 아랑곳 않고
물욕도 육욕도 없는 세상을 찾아 그렇게 당신과 여행을 하고 싶다.
이제는 퇴색해 흔적조차 알수없는
유년의 방으로 돌아 가고 싶다. 아득한 고향 그 꿈속으로
그렇게 당신과 여행을 하고 싶다
김이진의 <여행을 하고 싶다> 전편
결국 여행을 떠나는 것도 나를 둘러싼 풍광 속에서
나와 대척점에 서 있는 사물들간의 관계를 회복하는 일일 겁니다.
지금의 시국도 결국은 국민과 위정자의 관계가 회복되어야 풀리는 문제이듯
우리들의 사랑도, 우리들의 희망도, 다시 품어야할 용기도
정물을 그리기 위해 배치하는 과일들처럼
그렇게 배열되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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