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마음 미술관

저울에 내 마음의 무게를 달아본다면

패션 큐레이터 2008. 6. 19. 22:44

 

 

임현진 <내 마음을 달아봐> 혼합재료

 

미열과 약간의 욕지기, 체온저하

신체를 규정해온 습관화된 항상성 일부가 깨어진

하루였습니다. 따스한 차를 땀을 흘리며 수차례 마셨습니다.

 

꼭 힘든 날엔 전화가 옵니다.

이날 못보면 다시는 자신을 보지 못할것 같은 목소리를

하기에 이런 전화는 더욱 끊기가 어렵지요. 울음과 분노, 그나마 대학시절

가장 친했던 이성친구를 찾는 심리가 궁금하기도 합니다.

 

 

"인간의 한 평생은 거대하고 영원한 사랑의 과정이다. 사랑에 대한 분석가가

된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결국은 사랑에 대하여 말하는 것으로 귀착됨을 깨닫는 일이다"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사랑의 역사> 중에서

 

친구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녀가 자주 들른다는 삼청동의 작은 카페에 갔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이혼.....이란 단어가 귓가를 스치고 갑니다.

"여자가 생겼다더라.....그냥 미안하다네"

수억대의 연봉을 받는 내 친구는 그저 덤덤한 표정으로

와인을 마십니다. 크리스탈잔의 후면에 어린 미망의 슬픔이 아로새겨집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우리는 그 사랑의 무게를 꼭 수치로 계량화할 수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무언가 현재화 할수 있는 것, 혹은 가시적인 것으로 그 무게를
대신해 꼭 재어보려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남자는 여자의 지나친 성공과 성취욕을 이해하지 못했고
여자는 남자의 지독한 외로움을, 대학시절 부터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마음 속 저울추가 서로 다른 방향을 지향하고 있었나봅니다.
이런 날은 몸의 구석구석이 으스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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