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전 내내 부산하게 일처리에 매달려야 했습니다.
점심은 먹지도 못한 채, 광고시안을 처리하고
충무로로 내려오면서 문득 하늘빛이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오늘은 친구를 불러 늦은 점심도 먹고
영화도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버킷 리스트>란 영화를 너무 보고 싶었는데 계속
일정이 밀렸고, 그냥 잊혀져 가나 했지요. 대한극장에 가서 표를 예약하고
8층에 있는 하늘로즈가든에 가서 커피 한잔을 마셨습니다.
블로그 독자분 중에 Moksha님이라고 계신데요
이분이 선물로 엄청 큰 쿠키 세트를 보내주셨답니다.
100퍼센트 우리밀로 만든 건강 쿠키인데. 땅콩, 초코칩, 검은깨, 유자, 흑임자,
계피, 등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만들어서 맛도 정말 좋았습니다.
준비해간 땅콩 쿠키를 커피와 함께 먹고 점심은 그냥 넘겼습니다.
위에서 사진으로 보신 풍경은 하늘로즈가든의 모습입니다.
사실 희뿌연 도시의 풍광 아래, 햇살을 맞으며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희귀장미를 볼수 있는 곳은 이곳이 거의 전무한 것 같습니다. 서울 시내에선 말이죠.
영국과 독일, 일본의 장미협회상을 받은
우수 품종의 장미를 비롯해서 세계의 다양한 문화적 코드까지
담고 있는 장미가 8층 옥상에서 자라고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합니다.
연한 살구빛 겉옷을 입은 장미 잎파리가
사선으로 쏟아지는 햇살 아래, 환하게 옷을 벗습니다.
화개의 순간은 에로틱하고, 때로는 숭엄합니다. 우리 내 삶에 남은
화양연화, 그 짧지만 소중한 나날들을 보여주는 꽃들의 운명이 볼 영화의
여운에도 영향을 미칠것만 같습니다.
하늘 아래 이렇게 환하게 핀 장미들을 보고
그 사잇길로 아장걸음을 걸어봅니다.
희뿌연 도시의 잔혹한 봄날을 이제는 뒤로하고 6월을 맞이하겠죠.
견고한 강철벽과 콘크리트 건물, 비정한 도시와
화려한 꽃의 운명이 하나가 됩니다. 그렇게 조화아닌 조화를 이루며
삶의 숙명성을 드러내는 꽃의 운명이 동공 위로 강렬하게 녹아내리지요.
벌써 5월도 저물어 가네요.
무료한 하오의 햇살을 깨끔발을 하고 쪼이는
내 작은 손등 위로, 아이들에게 먹일 음료수와 과자를 꺼내는
젊은 엄마의 손등 위로, 5월은 이렇게 지나갑니다.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햇살아래 말리면서
그렇게 속삭여봅니다. 강을 거슬러 대하로 흘러가는 물고기의 등위로
소출을 위해 땀흘리는 농부아저씨의 손 위로 쏟아지는
빗살무늬의 햇살 위로 그렇게 시간은 또 흐르고 흐릅니다.
종종 시간이 날때면, 바늘에 실을 꿰어
봉합연습을 하곤 합니다. 뭔가를 꿰맨다는 것이 마치
농부가 들판에 씨앗을 뿌리고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햇살은 비추고
환희의 소출을 경험하듯, 바느질을 하고 나면 말끔하겐 단장한
연두빛 생이 우윳빛 천을 뚫고 불쑥 올라옵니다.
연보라빛 장미의 빛깔에 내 눈의 색채감각이
둔탁해질때, 나를 둘러싼 꽃들은 내게 말합니다.
"내려놓으라고.....너무 무겁지 않느냐고요" 요 며칠 마음의 부담이
가는 일이 있어서 계속 폐부 한쪽을 콕콕 찌르는 경험을 했답니다.
꽃들을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네요.
100여종의 장미중에 프린세스 드 모나코와 더불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미입니다. 자세히 보니 꽃 잎파리가 어찌나 청신하고
짙은지요. 장미의 이름도 멋집니다. <퇴역용사의 자존심>이란 이름을 달고 있네요.
전쟁터에서 초개같이 버린 삶과 피를 재현하는듯
견고한 붉음이 마음 속 가득하게 퍼지는 것 같아서 참 좋았습니다.
꽃과 도시 인간의 삶이 겹쳐지고, 그 사이의 여백이 만드는 생의 주름들이
우리의 운동성을 삶의 옷을 만들어 내는 시간. 꽃의 운명 앞에서 꼴찌를 위한 갈채를 보냅니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프린세스 드 모나코 품종 장미입니다.
이 장미는 예전 모나코의 왕비였던 배우 그레이스 켈리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품종이라고 하네요. 짙은 분홍이 우윳빛과 배합되어 밝은 환희를 나타내는 듯 합니다.
배우 그레이스 켈리의 우아함을 발산하는 장미의 자태가 곱습니다.
이건 니콜이라 불리는 품종이에요.
자세히 보시면 붉은색과 노랑색, 백색이 꽃 수술대를 펼칠때마다
변이하면서 화려함을 드러내지요. 다양한 면모에 기가 질립니다.
수면 아래 있다가
생의 속내를 한꺼번에 드러내는
각혈의 법칙이다
나를 밟고 앞서 가라 하고
저는 분신으로 다 태워버리는
부활의 법칙이다
때로는 절대적인 사랑이라던가
무조건의 희생이라던가
무덤 속까지의 약속인 것이다
반성도 없이 잠든 세상을 깨워
한 수 가르치겠다고
손에 손에 햇불을 들고 서서
어둠을 밝히는 법칙이다
굶고 병들은 시대에
피눈물 흘리는 법칙이다
참회하고 용서하고
기도하고 합장하는 손길의 수인이고
십자가인 법칙이다
우주를 다 품고 가겠다는
하늘의 별 같은 것이라서
지상의 중심에 깊이 파고든
배꼽 같은 법칙이다
담장 위에 올라앉아
세상 불태울 궁리를 하고
새 날을 열려고 하는 법칙이다
김종제의 <장미의 법칙> 전편
치열함 속에서도 누군가를 품고, 합장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 우리가 되길 바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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