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일상의 황홀

대통령에게 하야를 권함

패션 큐레이터 2008. 4. 26. 20:53

 

오늘 서둘러 교보문고로 떠났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친필사인을 받아볼 요량이었다.

<개미>를 시작으로 <타나토노트><나무><천사들의 제국> 최근의

 <파피용>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은 유독 나와는 문화적 코드가 잘 맞는다.

 

4권의 책을 다 싸들고 가서 일일히 사인을 받았다

불어로 인사도 몇 마디 나누고.....사진은 아쉽게도 찍을 시간이 없어서 패스!

환경파괴된 지구를 테마로 쓴 <파피용>을 읽으면서

새로운 행성으로 떠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는 작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듯 하다. 하긴 환경오염이란 것이 꼭 물과 공기가

더러워지는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 싶다.

 

영혼이 더러워지고, 탐욕과 자본, 섹스에 대한 욕망을 가득한

이 모더니티의 도시 서울은, 1890년대, 인상주의 화가들의 화려한 채색 속

아련하게 그려진 파리를 닮았다. 그 속은 매일 질펀한 원나잇 스탠드와

술집, 알콜중독 매춘으로 들끓었다. 인상주의의 환한 그림과는 실제로는 다른 풍경이었다.

 

 

서점에서 일을 보고

드디어 사고 싶었던 두권의 패션 관련 원서를 구매하고 나오는 길

청계천이나 걸을 까 싶어 내려가려는데, 어디서 익숙한 표지가 보이는 거였다.

 

100여명 되는 시민들이 플랭카드와 구호가 적힌

판을들고 청계천 동아일보 맞은편을 점유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다음 카페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 운동본부> 사람들이었다.

 

 

최근 현 정권의 도덕성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거의 정점에 달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나같이 농지를 매입해서

투기를 일삼고,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솔직하게 시인하기 보다 매일 언발에 오줌누듯

곧 틀통이 날 거짓말로 자신을 변호하고 있는 청와대 수석들의 모습이다.

 

30개월이 넘은 미국산 쇠고기가, 검역절차도

제대로 �지 않은 채, 한미관계의 우호란 허울좋은 수사 아래

굴욕 외교를 통해 우리 앞에 도착한다. 더구나 광우병 발병과 관련된

모든 케이스와 가능성들은 주요 언론들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으며, 그 위험성에

대한 언급조차, 그저 인터넷 언론을 통해 조금씩 개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솔직히 요즘 같아선 탄핵보다는 자진 하야를 하라 말하고 싶을 정도니

현 정권의 비도덕성과  비효율성, 대한민국 CEO를 가장한

실패한 사업가의 모습을 보여준 이명박을 향해, 요즘은 자꾸 쓴소리를 하게 된다.

국가는 기업이 아니다. 국가를 기업 경영의 원리를 통해 운용한다는 것은

상당한 오만함이 깔린 포석이다.

 

이해자집단과 이익을 극대화 해야 할 주주로 구성된

기업과, 사회적 공익, 약자에 대한 보호, 국민의 건강권과 행복 추구권등

결코 기업 내부의 프리즘으로 해석할 수 없는 조건과 틀이 수도 없이 많은 국가운영을

그는 말끝마다 실용이란 말을 내세워, 실제로는 국익에 반하는 행동만 일삼고 있다.

 

 

 

지배언론은 하나같이 쇠고기 수입에 대한 반대여론이

형성되자, 또 습관처럼 노무현 정권에서 이미 이루어놓은걸 인수 인계했다는 식으로

자신을 변명하고 있다. 이제 여성용 화장품과 군인들의 식단에

마구잡이로 사용될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가 사람들의 도마에 오를 날만 기다리고 있다.

 

 

 

왜 이렇게 수많은 정치적 사안들이

자칭 도시 조경을 위해 청계천을 시멘트로 발라 일사천리에

건축한 이명박의 신 청계천을 장식하는 저 조각작품처럼 베베 꼬이게 된 걸까.

 

책임 소재를 누군가에게 떠넘기는 것 만큼

지저분한 행동이 없건만, 왜 이 정부는 잘 안되면 잃어버린 10년 탓

잘 되면 다 저가 외교를 잘해서 그렇다고 포장하는 것인지, 참 답답하다.

 

 

청계천에 들어가는 입구

계단 위 난간을 잡고 시위현장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모습을

담았다. 말도 걸어보았다. 사진을 찍는 외국인들도 있고, 무슨 내용이냐고 묻길래

대통령 탄핵을 위해 나와 있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해주었다.

 

 

난간을 붙잡고 서있는 시민들의 바로 왼편에는

하이 서울 페스티벌이 열렸다. 서울이 바람난다며....온갖 찐핑크색으로 도배한

여학생들이 핑크색 티를 입고, 하이 하이를 외치며 춤을 추었다.

춤선생의 설명도 재미있다. "이번엔 개다리....오른손을 쭉 펴서 흔들고"

서울이 바람이 나긴 한 모양이었다. 오늘 초봄날씨처럼, 차가운 기운이 오전에 내린 빗망울에 섞여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바람의 느낌이, 향기가 썩 찐핑크와는 다른 것 같다.

 

 

한쪽에선 탄핵을 외치고

또 다른 한쪽에선 핑크빛 미래와 박진감 넘치는 리듬으로

온 몸을 포장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다른 한편에선 울부짖음 속에

박탈과 소외감을 삼켜야 할 이들이 있을 것이다.

 

민영화의 논리에 마냥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위해서, 한국처럼 지식을 공유하거나

물적 재산을 공유하는데 유독 인색한 나라에서, 저소득층 사람들의

삶의 조건은 아랑곳 하지 않고, 부자들의 세금만 낮추지 못해 안달하는

이 부유한 정권의 딜렘마가 바로 그가 만든 청계천에서

보였다.....이중으로 갈린 사람들, 그들은 어떤 길을 향해 각개전투를 해갈까?

 

 

한가지 궁금한게 있다......

미국산 쇠고기를 과연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시식을 할까?

한번 이번에 들어오는 전량, 그가 다 먹어보면서, 안전도 테스트를 국민들을 위해

해주면 참 좋겠는데, 그는 여전히 오늘도 아무말이 없다.

 

실용이란 미명하에 온갖 굴욕 외교를 펼치고

선대 대통령이 선취해 놓은 해외 투자건을 자신의 이름으로 포장해

언론에 발표하고, 국민들의 건강권은 가볍게 청계천 바닥에 껌 뱉듯 버린 대통령.

 

오늘 왜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만나게 된 것일까

그의 소설 파피용처럼, 서울이란 혹성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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