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일상의 황홀

눈물을 세는 여자-소설가 천운영을 만나다

패션 큐레이터 2008. 6. 3. 04:28

 

이제서야 글을 올립니다.

하긴 가두집회 회 감옥에 영치되지만 않았어도

원래 수요일 <낭독의 발견> 방송 전에 올릴수 있었던 글이었지요.

10시 경 집에 돌아와 바로 잠에 들어버렸습니다. 지독한 악몽을 꾸었습니다.

내 영혼의 골수를 파먹을듯 덤벼드는 무정형의 검은 그림자 네개.

베게에 머리를 누이니, 깊은 흑암 속으로 빨려들듯, 나를 삼킵니다.

 

이렇게 무서운 꿈을 꾸다 일어난 날은

두려움과 상심, 헛헛한 마음의 풍경을 어떻게라도

에스키스던 스케치던 빨리 그려내어 캔버스에 토해버리는것이 좋습니다.

항상 행복한 꿈만 꾸고, 좋은 것만 보고, 먹고 즐기자고

이곳에서 약속했던 지난 날의 맹서는 완전히 �어지고 발겨져 버렸지요.

두렵진 않습니다. 악몽을 꾼 날은 또 감사의 기도를 합니다. 행복한 꿈을 꾼 날엔

그 다음날, 환하게 시작할 수 있어 좋고, 무서운 꿈을 꾼 날엔, 긴장하고 뭔가 놓칠지 모른다는

마음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영혼의 텐션을 즐길 수 있어서 좋습니다.

무대 위에 설치된 눈물조각들이 인상깊지요.

 

 

너의 가시와 나의 가시가

깍지 낀 양손과도 같았다. 맞물려서 서로의 살이 되는

찔려서 흘린 피와 찌르면서 흘린 피로 접착된 악수와도 같았다.

 

너를 버리면 내가 사라지는 나를 지우면 네가 없어지는

이 서러운 심사를 대신하여 꽃을 버리는 나무와

나무를 저버리는 꽃 이파리가

사방천지에 흥건하다

 

야멸차게 걸어잠근 문 안에서

처연하게 돌아서는 문 밖에서

서로 다른 입술로 새어 나오는 한숨이 있었는데

흘리는 눈물의 연유는 다르지 않았다

 

꽃봉오리를 여는 피곤에 대하여도

이 얼굴에 흉터처럼 드리워진 나뭇가지 그림자에 대하여도

우리의 귀에 새순이 날 때까지는 말하지 않기로 하자

 

김소연의 <행복한 봄날> 전문

 

 

<낭독의 발견>을 보러간 날도 여의도엔 산발적인

비가 꾸준히 내렸습니다. 명화가 프린트된 내 갈빛 장우산 사이로

빗물이 빛물이 되어 흘러넘칠때, 눈에서 흐르는 물이 빗물인지 눈물인지

구분이 되지 않고 흘렀습니다.

 

그날 <낭독의 발견>의 테마는 '눈물의 변주'였습니다.

자신의 눈물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법을 소설로 승화시켰던 신인작가

천운영 님의 목소리가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을 읽을때, 가슴 속 작은 혈흔이

다시 피부를 뚫고 표면으로 배어나옵니다.

 

 

천운영은 자신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이란 단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는 것에 관대해지라고 말입니다.

 작가 본인도 힘들 땐 실컷 운다고. 몸 안의 물기를 짜내며 울고 나면,

다시 촉촉하게 채워지는 힘이 생긴다고 털어놓는다.

 

저번주부터 참 많이도 울었던 것 같습니다.

사업을 하면서도, 힘든 일을 만날때도, 협상에 지고 돌아온 날도

사랑하는 이에게 버림받은 날에도......

이렇게 울어본 적이 없었는데, 울부짖는 사람들의 탄원과 눈물이 거리에 모여

대하를 이루었던 주말, 거리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렀네요.

작가의 말처럼 촉촉하게 다시 채워지는 힘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천운영 작가에게 친필 사인한 책을 받고 싶었는데

사회를 보신 최원정씨가 "가장 멀리서 온 분에게 드린다"는 말을 해서

그냥 포기했답니다. 사진 속 주인공은 전라남도 광주에서 오셨다네요. 대단하세요.

 

 

사람의 정신보다 몸이 말하는 언어를 믿는다는 작가 천운영은 만지고,

느끼는 것이 보통 사람들보다 더 예민하게 다가온다고 말합니다.

소설 취재를 위해 드나들던 마장동 우시장에서

젖은 면장갑을 끼고 쥐었던 칼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는 그녀는

롤랑 바르트의<사랑의 단상>을 읽으며 다양한 눈물의 변주를 연주합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상처받은자의 극복과 그 과정 속에서 발견한

소중한 생의 보석들을 발견하곤, 되뇌에 봅니다.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상처의 무늬들을

웃으며 변주하고 벼리워내는 날이 오겠지"라고요.

 

 

 
내 고통이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기 위해,
나는 눈물을 흘린다. 눈물은 표현이 아닌 기호이다.
나는 내 눈물로 하나의 이야기를 하며 고통의 신화를 만든다.
그렇게 하여 나는 고통에 적응할 수 있으며,
또 그 고통과 더불어 살아나갈 수 있다.
혀의 메시지가 아닌 육체의 메시지를 거두어 드러내는
한 과장된 대화 상대자를 자신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 -눈물의 찬가 >중에서

 

 

사회보셨던 최원정씨의 모습이네요.

저도 한컷 같이 찍었는데 다른 분께 부탁한 탓에 어두운 조광때문인지

제대로 나오질 않아서 약간 아쉽습니다. 최원정 아나운서 눈매가 참 고운 분이더군요.

 

 

흐린 날엔, 유독 배가 빨리 고파집니다.

방송국 사람들이 자주 들른다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예쁘게 포개진 냅킨과 독일산 플레이트에 담긴

맛깔난 음식들, 희뿌연 조갯살 차우더를 먹고 싶었던 날.

대신 우윳빛 감자그라탕과 치킨 스테이크를 얻은 스파게티를 먹었습니다.

 

 

 

글의 초반, 눈물 타령 하다가 왠 갑자기 먹는 이야기냐고 물으시는 분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눈물 나는 날에는 유독 배가 고프더군요.

그래도 먹고 나면 힘이 났어요. "뭐 이 따위 단순한 인간이 있나?"라고 물으실진 모르겠으나

눈물속에 파묻혀 있다고 세상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고......너무나도

단순한 답변만 드리고 싶습니다. 먹고 기운을 차려야

글을 쓰던, 항소를 하던, 재판장 앞에서 두눈 부릅뜨고 말 한 마디라도 할 수 있을거 같아서요.

 

 

푸른 하늘을 제압(制壓)하는 /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부러워하던 / 어느 시인(詩人)의 말은 수정(修正)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 비상(飛翔)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 어째서 자유에는 피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革命)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革命)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힘을 내어 한발자욱 한발자욱.....우리의 눈물을 계수하는

분의 힘을 믿으며 나갑니다. 관보발표가 미루어졌다고, 재협상이

만들어졌다고 절대로 안심해선 안됩니다. 이 정부의 행태가 그렇습니다.

폭력을 일삼으며 대응한 경찰청장은 여전히 우리를 가리켜 폭도로 규정하고 자신의 죄를 은닉하기에

바쁘지요. 가야할 길이 멉니다. 절대로 포기하시면 안됩니다. 함께 할것입니다.

아침밥 꼭 챙겨먹고, 6일날 함께 모이자구요.

 

그날이 오면 우리가 웃을수 있을까요? 웃어도 웃음이 아닌 아침에......

어청수 경찰청장 동생의 성매매 룸살롱건을 드디어 언론에서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랜동안의 싸움이 꼭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습니다.

성매매 만큼은 반드시 처절한 응징이 일어나야 합니다.

여성여러분 반드시 이번 사안은 여성들이 더욱 민감하게 주목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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