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의 나라 러시아를 횡단했던 것이
엊그제인듯 한데, 벌써 도시는 연두빛 봄 기운으로 가득합니다.
얼음의 강이 풀리고, 습한 마음 한 구석 널어놓았던 와인빛 이불의 호청을 떼어 말려봅니다.
올 봄은 좋은 소식들로 줄을 잇고 있네요.
이 블로그의 가장 오래된 독자 중 한분이었던 미지님께서
예쁜 아이를 순산하셨습니다. 벌써 40일이 되었습니다. 진작 글을 써서 축하의
메세지 보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네요.
미지님은 뉴저지에 살고 있습니다.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이기도 하고요. 그림을 아주 잘 그려요.
태오란 이름도 반 고흐의 동생을 생각하며 지었다네요. 이름도 곱고, 무료한
정오의 햇살 아래 하품을 하는 모습도 예쁘고, 아이들의 표정 속에 우주가 담겨 있습니다.
권기수_A red river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30_2007
한국에 코리언 팝아트의 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화가 권기수.
그의 분신이자 애니메이션과 온갖 종류의 삽화 주인공으로 발전한
동구리는 여전히 편안함을 주는 캐릭터입니다.
권기수_flying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94cm_2007
단순 기하학에 근거해 만들어진 이 동구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Simplicity, 단순함의 원리입니다. 단순함이란, 순수함이요, 때묻지 않은 우리 안에
고결함이기도 합니다. 그림 속에 자주 등장하는 대나무는
디지털 세상에서도 여전히 자존감을 지키며, 두팔을 뻗습니다.
권기수_rest on the boxe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30cm_2007
곤히 잠든 아기의 두 발이
가지런히 엄마의 무릎 위로 넘어옵니다
송이버섯만한 낯선 두 발이 닿는 순간 시린 무릎이
보온 덮개를 올려놓은 듯 따뜻합니다.
뱃 속에서 입은 행복의 나날을 기억하라며
꼼지락 거리는 10개의 손가락엔 엄마의 염원이 아로새겨있습니다.
큐브처럼, 박스처럼 모난 이 세상
동그랗고 유연하고 투명하게 살아가길 기도하는 그 마음을 발견합니다.
권기수_꽃이나다/디지털 이미지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160×132cm_2003
새근새근 잠든 아기 얼굴이 갓 솟은 햇살 같습니다
더 퍼져 오른 아기의 햇살 때문일까 시큰했던 무릎은 어느새 덥혀져 있습니다.
꿈속의 꽃동산이라도 거니는 것일까 앙증맞은 꽃무늬 양말 속
꼼지락 꼼지락 햇살 발가락이 걷고 있습니다.
그곳을 아이와 함께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권기수_꽃/디지털 이미지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182×227cm_2003
내 손을 잡고 꿈속의 동산으로 이끌어갑니다. 온갖 꽃 무리 속을 거닐며
흐드러지게 핀 꽃들의 이름을 일일이 물어보며
저어기 저 노란 꽃은? 저어기 저 분홍 꽃은?
아이를 안은 나와 너, 우리가 꽃이었습니다.
그림 속 동구리와 함께 핀 꽃들을 보니 동그라미 4개가 모여
수렴된 결과더군요. 동그란 마음이 모이면 화엄이 되고 우리의 삶을 환하게 만드는
꽃이 된다는 것, 이렇게 또 배우고 맙니다.
권기수_서커스_플래쉬 애니메이션_00:00:30_2003
오늘도 동구리는 마법사가 되어
서커스의 좌중을 사로잡기도 하고, 형형색색의 낙하산을 타고
공간의 제약 없이 우리의 마음속을 날라다닙니다.
권기수의 동구리에는 사회적인 억압과 폭력
까칠한 세상에 그저 고개나 숙이며 살라하는 힘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화내는 현자의 모습이 녹아 있지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며 화내는, 단순함의 마법으로 길들이는 동구리의 힘이 느껴집니다.
권기수_낙하산/디지털 이미지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227×182cm_2004
태오가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덩달아 우리 미지님과 남편군도 행복하길 바랍니다.
이 공간에서 맺었던 인연이 채색된 낙하산처럼
바람을 타고 만나고 있음을 느낍니다. 멀리 있어도 우리가
서로의 행복을 위해 손을 모으고 기도할 수 있음을 확인합니다.
항상 그래왔듯.......마니마니 행복하세요
독자 여러분들도 한마디씩 우리 태오에게 덕담을 나누어 주세요.
댓글 마니마니...!!! 블로그 공간의 이모와 삼촌들 모두 모두 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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